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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서 내부고발 나오기 힘든 이유 있었다

  • 허완
  • 입력 2015.04.03 07:10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내부에 항공 안전과 승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체제가 미흡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그 딸인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오너 일가 중심의 수직적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됐다.

지난 1월부터 대한항공을 실사 점검한 항공안전특별위원회가 3일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한 항공안전관리 개선방안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너 중심의 경영으로 내부 통제 수단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나타났다.

내부 고발과 의견 제시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되는 구조이며 안전문화 역량 성숙도가 중하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위원회에서 항공사 특별안전점검분과장으로 활동한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안전문화가 중하위라고 분석한 데 대해 "다른 항공사와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안전진단 기준으로 봤을 때 만족스럽지 못해 중하위 수준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통 분야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오너 일가 중심의 수직적 문화 때문에 괜히 (문제점을) 이야기해봐야 피해만 볼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는 안전 저해 요소나 사례를 제보받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비밀보고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호 항공안전특별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고발 제도를 안전담당 임원실에서 통제하기에 신분이 100% 노출되는 구조로 자유롭게 건의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경영진이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지 않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내부 분위기에서는 소통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형식적으로 갖출 것을 갖추더라도 무용지물"이라면서 "환골탈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개선대책으로 사외이사 가운데 안전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하고 연 1회 운영하는 중앙안전위원회를 사장 직속에서 이사회 직속으로 전환배치해 내부 안전 통제 시스템을 확립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3명 가운데 2명이 항공 안전 전문가이며 안전위원회를 이사회가 통제하는 호주 콴타스항공의 사례를 들었다.

위원회는 또 내부 고발 활성화를 위해 직원이 안전 저해요인을 발견하면 외부에 구축된 채널로 신고해 경영층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 사항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변화 의지가 부족하다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한항공의 잘못된 조직문화가 항공안전에 어떻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고 오너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빠져 있다"면서 "그나마 내놓은 방안도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원회는 이사회를 통해 안전 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권고했지만 대한항공의 사외이사들은 최근 5년간 단 한 표의 반대도 행사한 적이 없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항공사를 설득하고 간접적으로 강제해 권고를 받아들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개선안은 항공사가 경영문화를 바꾸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 오너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를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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