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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랐는데 살쪘다는 여자들

병원에 들어선 오 여사는 스키니 진 차림에 왜소하고 깡말라 보이는 체구였다. 그녀는 자기 다리가 굉장히 굵다고 생각하는데다 체중이 최근 들어 조절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3년 전에 허벅지 지방 흡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수치만(약간 저체중에 해당된다) 놓고 보면 그녀는 거식증 환자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진찰 결과, 그녀의 다리는 심각하게 셀룰라이트가 진행되어서 겉으로 봤을 때 고래 심줄처럼 딱딱한 밴드가 많고, 군데군데 울퉁불퉁하게 패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쫀득쫀득한 젤리처럼 되어 있었다.

  • 김세현
  • 입력 2015.04.02 12:54
  • 수정 2015.06.02 14:12
ⓒJupiterimages

체질량 지수는 셀룰라이트의 지표가 될 수 없다

체질량 지수나 체중이 정상 이하로 나오는데도 환자가 살쪘다고 우긴다면, 환자가 예민하다고 여기기 전에 셀룰라이트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 섬유성 셀룰라이트 같은 경우에는 체질량 지수나 체중, 심지어 체지방 분석으로도 셀룰라이트 정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것들은 셀룰라이트의 지표가 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말랐지만(체중은 정상이거나 그 이하여도) 살찐 것이 맞다. 셀룰라이트 살이 잔뜩 찐 거다.

"병든 살에 의지해 걷고 있는 거예요"

병원에 들어선 오 여사는 스키니 진 차림에 왜소하고 깡말라 보이는 체구였다. 얼굴은 무표정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자기 다리가 굉장히 굵다고 생각하는데다 체중이 최근 들어 조절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3년 전에 허벅지 지방 흡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키 158센티미터, 몸무게 45킬로그램으로 체질량지수상 체지방 10.5킬로그램에 BMI 18.03이었다. 측정해 보니 이 수치만(약간 저체중에 해당된다) 놓고 보면 그녀는 거식증 환자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진찰 결과, 그녀의 다리는 심각하게 셀룰라이트가 진행되어서 겉으로 봤을 때 고래 심줄처럼 딱딱한 밴드가 많고, 군데군데 울퉁불퉁하게 패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쫀득쫀득한 젤리처럼 되어 있었다.

반복된 다이어트로 인해 피하층의 결합 조직은 다 무너진 상태고 근육량이 적은데다 너무 약해서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퉁퉁 부었다. 그녀에게 다리 상태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당신의 다리 뼈 주변에는 정상적인 근육살이나 지방살이 거의 없고, 병든 셀룰라이트살로만 둘러 쌓여 있습니다. 병든 살에 의지해서 걸어 다니시는 거예요"

조금 과장해서 표현했지만 그녀가 계속 시도하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당장 멈추게 하고 싶었다. 허벅지살을 빼려고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셀룰라이트 정도는 점점 심해졌는데, 그녀의 살을 집어 올려 보면 근육이 아닌 부분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한 움큼씩 잡히니, 그녀로서는 뺄 살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러스트 : 강상훈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그녀는 섬유부종성 셀룰라이트의 전형적인 유형이었다. 지방량이 많지 않으면서도 지방층이 두꺼워지는, 즉 바탕질이 섬유화되면서 부종이 생겨 쫀쫀하게 부풀어 오르는 살성이었던 것이다. 어항에 덩치가 큰 물고기를 넣어도 물이 넘칠 수 있고, 물을 더 넣어 넘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된다. 셀룰라이트가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그녀 같은 경우에는 반복된 다이어트로 결합 조직이 손상되고, 간질에 노폐물이 쌓여 있는데다, 지방을 뺄 내용물이 없었음에도 흡입술을 받은 결과 상처 입은 피하 조직이 유착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다이어트 때문에 근육 조직에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고, 지방 흡입으로 발생한 유착으로 그 아래 근막이나 힘줄, 인대에 저산소증이 생겨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약해졌다. 이로 인해 조금만 사용해도 근막, 힘줄,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피하층의 셀룰라이트화를 가속화시키고 만 것이다.

치료법으로 섬유화된 조직을 완화시키는 충격파와 지방량을 줄이고 미세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심부열 고주파 등을 병행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다리사이즈도 잘 줄어들었고, 셀룰라이트를 덜어냄으로써 체중도 1.5킬로그램 정도 줄었다. 오렌지 껍질 모양의 피부도 많이 개선되고 탄력도 좋아져서 그녀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제대로 된 근육을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하지는 못했다. 그녀 생각에 근육살이란 곧 다리를 굵게 만드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 기간 동안에라도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것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솔직히 낙관할 수는 없었다. 수십 년간 굳어진 라이프스타일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은 누구라도 어려울 것이다.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던 그녀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교정'인데 그 열정을 또 다른 '살 빼는 방법'을 찾는 데 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살은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따라서 셀룰라이트 치료에는 라이프스타일 교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과 식습관 교정은 셀룰라이트 치료에서 더도, 덜도 아닌 딱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은 시술로써 교정하더라도.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제3의 살 - 젊고 건강한 몸매로 만드는 안티셀룰라이트 다이어트>(RHK, 2014)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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