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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국산 향수 '오스카'는 샤넬 넘버5만큼 인기 있었다

  • 김도훈
  • 입력 2015.04.02 11:22
  • 수정 2015.04.02 11:23
ⓒ아모레퍼시픽

“향수는 현대 여성에게 뗄 수 없는 필수품의 하나다. (중략) 현대 여성이 풍기는 향내란 교양과 신분을 말해줄 만큼 차원이 높아져서 좋은 향수를 고른다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다.”

요즘의 패션잡지 기사가 아니다. 48년 전인 1967년 9월29일치 매일경제신문(지금의 매일경제)에 실린 기사다. 기사는 오스카(200원·사진), 피어리스(300원), 토니(80원) 등의 국산 향수를 소개하며, 특히 피어리스와 오스카는 900원인 샤넬 ‘넘버5’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한다.

당시는 쇠고기 600g이 400원, 쌀 1가마(80㎏)가 3750원 하던 시절이니, 향수는 그때도 지금처럼 제법 가격대가 높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스카, 아모레퍼시픽

국산 향수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최초의 국산 향수는 1955년 출시된 ‘ABC 향수’(아모레퍼시픽)다. 1960년대 들어선 외국 향료업체에서 수입해온 향료를 섞어 만든 향수들이 출시되는데, 기사에 소개된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엔 향료 함유 비율이 3~5%로, 향수 가운데 지속 시간이 가장 짧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오드콜로뉴가 대거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샤워코롱’이라는 브랜드를 내놨고, 에바스, 엘지화학의 드봉 등에서도 다양한 오드콜로뉴를 출시했다.

1994년엔 조향사들이 “장인 정신이 담긴 최초의 국산 향수”라고 인정하는 ‘제주’가 한불화농에서 나왔다. 이승훈 조향사가 여러 차례 제주를 오가며 맡고 연구한 유채꽃, 감귤꽃향을 담았다. 이 향수는 이후 ‘노고단’, ‘설악’, ‘서라벌’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향수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엔 국산 향수의 고급화가 이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롤리타 렘피카’라는 브랜드로 프랑스에서 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고,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구딸’도 인수했다. 엘지생활건강은 프랑스 코티사와 만든 합작법인을 통해 ‘필로소피’를 론칭했다.

국내 최초의 디자이너 향수도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다. ‘사피’는 최초의 디자이너 향수로 2001년 디자이너 이정우가 엘지생활건강과 손을 잡고 내놓았고, 2013년엔 여배우들의 시상식 드레스로 유명한 디자이너 맥앤로건이 향수를 출시했다.

1990년대 중반 이미 포화상태라고 했던 국내 향수 시장은 그 뒤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4년 현재 4238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1994년(409억원)과 견줘 10배 가까이 덩치를 불린 셈이다. 대형 화장품 업체에서 생산하는 향수 대신 최근엔 니치 향수, 즉 소수의 소비자를 겨냥한 고가 향수 시장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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