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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만에 대표팀 주축, 이재성은 누구인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멀티 포지션 능력은 프로에서도 발휘됐다. 2014년에 자유계약으로 입단한 전북에서 프로 첫 시즌을 맞은 이재성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미드필더 전 지역에서 폭넓게 활약했다. 어디에서든 좋은 활약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전북 팬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감했고, 이재성의 활약에 탄력을 받은 전북은 그해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려 K리그 클래식 최강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동료 선수들이 부상이나 국가대표 차출 등을 이유로 경기를 소화할 수 없을 때, 그들의 빈자리를 대체하며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펼쳐준 이재성의 공이 컸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임형철
  • 입력 2015.04.02 11:19
  • 수정 2015.11.05 05:09

(사진 = KFA Photo)

이제 막 A매치에 데뷔한 선수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3월 27일, 우즈베크전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그는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선배 선수들과 같은 그라운드를 누볐음에도 좀처럼 주눅이 들거나 긴장한 모습이 없었다. 누구보다도 날렵한 몸놀림으로 대표팀의 경기를 주도한 그는 4일 뒤 열린 뉴질랜드전에서 교체 출전해 데뷔 골을 터트리며 단 두 경기만의 대표팀의 새로운 주축 선수로 떠올랐다.

그의 이름은 이재성이다. 다소 낯설 수 있는 이름의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누구보다도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당장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도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주축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이미 두 경기에서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미드필더 전 지역에서 활약할 수 있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이재성은 많은 활동량으로 그라운드 전 지역에 영향을 미쳐 공수양면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수비 라인을 높인 상태에서 공격수들에게 강한 전방 압박을 주문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쉴 새 없이 경기장을 누비는 이재성은 적격이었다. 기술이 좋아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볼을 키핑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한 대표팀 동료들과 유기적인 팀플레이로 팀 공격을 풀어갔다. 우즈베크전에서의 엄청난 활약에 이어 뉴질랜드전에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승 골까지 터트렸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이렇듯 새로운 신예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일주일 사이에 세간의 모든 관심이 이재성에게 집중됐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이재성은 과연 누구일까? 적어도 그의 플레이를 지켜본 팬들은 그가 대표팀의 스타가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재성은 2014년 자유계약으로 전북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했다.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이재성은 울산 학성고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 그는 2010년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 득점왕을 차지했고, 고려대 진학 후에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물론 당시에도 이재성에게 주 포지션이라는 용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이재성은 어느 위치를 소화해도 제 역할을 펼칠 줄 아는 멀티 플레이어였고, 팀이 주문하는 여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줄 아는 멀티 포지션 능력은 프로에서도 발휘됐다. 2014년에 자유계약으로 입단한 전북에서 프로 첫 시즌을 맞은 이재성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미드필더 전 지역에서 폭넓게 활약했다. 어디에서든 좋은 활약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전북 팬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감했고, 이재성의 활약에 탄력을 받은 전북은 그해 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려 K리그 클래식 최강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동료 선수들이 부상이나 국가대표 차출 등을 이유로 경기를 소화할 수 없을 때, 그들의 빈자리를 대체하며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펼쳐준 이재성의 공이 컸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의 성공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전북의 입단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이재성을 데뷔시켜준 전북은 본래 신인 선수의 무덤으로 유명했다. 전북이 지명한 신인 선수는 대부분의 선수가 적응에 실패해 기량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며 이적하거나 방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기대를 모은 선수도 짧은 시간 활약한 뒤 부상으로 오랜 시간 팀을 떠나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전북은 최근 화려한 선수 영입을 통해 초 호화급 스쿼드를 해마다 구축하는 팀이기 때문에, 신인 선수가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북에서 이재성은 우려의 목소리를 떨쳐내고 요코하마와의 공식 데뷔전부터 선발로 기용됐다. 이후 부상과 AG 대표팀 차출로 비워둔 시간을 제외하면 1년 내내 전북의 중원을 책임졌고, 4골 3도움이라는 기록 그 이상으로 팀을 위해 공헌했다. 그에게는 낯선 무대에도 겁먹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세워 과감하게 도전할 줄 아는 당돌함이 있었다. 바로 이 당돌함이 이번 3월 A매치 2연전에서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2014 인천 AG 대표팀에 발탁된 이재성은 금메달을 획득해 군문제도 해결했다. (사진 = KFA Photo)

이재성의 2014 시즌 스폐셜 영상 (영상 = The Football World - youtube)

데뷔 시즌에는 포항의 김승대에 밀려 아쉽게 영 플레이어 상을 받지 못했지만, 이재성이 영 플레이어 상을 받을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어쩌면 중원의 이탈자가 심해 팀에서 맡게 된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된 올해가 영 플레이어 상을 받을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

김남일과 정혁, 이승기 등이 빠져 중원의 이탈자가 많았던 전북에서 이재성은 공수 양면의 더욱 많은 역할을 주문받고 있다. 4-1-4-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양 측면과 전방으로 볼을 배급해주고, 경우에 따라 공격수들과 적극적인 스위칭을 통해 측면과 중앙에서 직접 공격을 풀어주거나 득점을 노리기도 한다. 수비 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나 정훈 등의 선수들과 짧은 간격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는 동료 선수가 에닝요나 문상윤과 같이 공격 성향이 짙은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비에 대한 이재성의 책임은 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더욱 수행해야 할 역할이 많아졌음에도 이재성은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의 올 시즌 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한 그는 팀의 중심 선수로 늘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산둥 루넝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2차전에는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의 4:1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프로 2년 차 이재성은 어느덧 이름 석 자만으로 팬들에게 무한 신뢰를 안겨주는 듬직한 선수로 성장했다.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이재성은 팀의 두 번째, 세 번째 골 장면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영상 = FootballOnside - Youtube)

이제 그는 다시 전북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클래식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그의 다음 활약상을 지켜보기 위해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대표팀 경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쉬운 선택이다. 이재성이 소속되어 있는 전북 현대의 경기에 주목하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가 된 이재성의 다음 활약을 매주 지켜볼 수 있다.

4월 4일 토요일 이재성이 맞게 될 4R 상대 팀은 전북과 만날 때마다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강호 포항이다. 선발 출전이 예고되는 이재성은 대표팀에서 얻은 더 큰 자신감을 앞세워 전북의 네 번째 리그 우승을 위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성은 단 두 경기만의 대표팀의 주축 선수가 되었음을 몸소 증명했다. 한국 축구가 새로운 스타 이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 = K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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