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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당원되기의 어려움

미국 민주당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미국 민주당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뉴스레터 신청을 했다. 그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이 온다. 오바마 대통령 연두교서, 오바마 케어, 발렌타인데이 편지까지. 하지만 당의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을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앞 뒤, 대표 후보자들과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공약을 한꺼번에 알려주는 메일도, 문재인 당대표의 당선수락 연설을 보내주는 메일 한 통 받을 수가 없었다. 우리당은 왜 그 흔한 뉴스레터 한 통 보내지 않는 것일까. 왜 당원들에게, 시민들이 자기들을 찾아오기만을 바라는 걸까. 왜 자기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 김경미
  • 입력 2015.04.01 15:16
  • 수정 2015.06.01 14:12

사례1. 갖고 싶다. 당 홍보 브로셔

나: 저가 아직 한번도 당원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요. 당원 되기 전에 당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홍보 브로셔를 혹시 좀 받아볼 수 있을까요?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아... 저희가 당 소개 브로셔가 없습니다.

나: 아... (정말... 설마) 그럼 당에 대해 알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홈페이지를 자세히 보시면 되십니다.

나: 아... 네... (그럼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민주당에 대해 알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어르신들은?)

사례2. 받고 싶다. 당원 교육

나: 안녕하세요. 이번에 당원이 된 사람인데요. 당원 교육을 받고 싶은데 신입당원 교육 언제 있나요?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아... 저희가 중앙당에서는 당원 교육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시도당에서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걸로 아는데, 시도당에 연락해보세요.

나: 아... 중앙당에서 진행하는 민주당 당원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네...

나: 서울시도당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나요?

(전화번호 받아 서울시당에 전화를 걸었다.)

나: (뛰리리링~~) 여보세요. 민주당 서울시당이죠. 이번에 당원가입을 했는데요. 당원 교육을 받고 싶어서 중앙당에 전화를 했더니, 서울시당에 연락을 해보라고 하셔서요.

민주당 서울시당 당직자: 아... 저희가 당원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지는 않고 있어요.

나: 아... 그럼 부정기적으로 하시나요?

민주당 서울시당 당직자: 네...

나: 그럼 다음 교육은 언제 진행될 예정인가요?

민주당 서울시당 당직자: 현재로선 계획이 없습니다.

나: 네... (교회에서도 새신자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아주 작은 시민단체에서도 신입회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사례3. 당비출금이 안되는데 출금되게 해주세요.

당원 가입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 지나도 당비가 출금이 안 되었다. 그래서 당에 전화를 걸었다.

나: 당원가입한지 한달이 되었는데, 당비 납부가 안되었네요. 확인부탁드려요.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아~ 뭔가 착오가 있었나봐요. 확인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2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당비가 출금되지 않았다. 다시 중앙당에 전화를 걸어서 당비가 납부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입당한 지 3개월 만에 당비가 빠져나갔다. 권리당원 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례4. 5천원 당비 냈었는데요. 1천원으로 내려주세요.

당의 비전과 역사, 활동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홍보물이나 예비 당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없어 답답했다. 이쯤에서 접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당원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 당원 가입 전에 민주당에 대해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을까하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는 과정을 거쳐 우리 동네 민주당 당원을 만나 당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었고, 당원가입서를 썼다.

나: 당비는 보통 얼마들 내시나요?

동네 민주당 당원: 아~ 천원만 하셔도 돼요.

나: 네? 천원이요? 아휴. 보통 가장 작게 하는 곳도 5천원은 하는 걸요. 5천원 할게요.

동네 민주당 당원: 어이쿠. 많이 내신 건데. 아이쿠. 네.

당원 가입한 후 3개월 뒤에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신문사 앱에서 다음과 같은 알람이 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 기자회견, 당 통합키로"

나: 아... 민주당원된 지 얼마 안되었는데... 당 이름이 바뀌네...

이후 당명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변경되었다거나,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로 가게 되었다거나 하는 일련의 변화들에 대해 당원들에게 설명해주는 메일, 문자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 아니 새정치민주연합에 전화를 했다.

나: 저기 현재 당비 오천원으로 내고 있는데요. 천원으로 내려주세요.

매월 25일 단체후원금이 빠져나가는 날, 출금을 알리는 핸드폰 문자가 날아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CMS 출금> 1,000원과 함께 다른 단체 후원금도 같이 찍힌다.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천원은 없다.

사례5. 미국 민주당에게서 더 많은 메일을 받는다. 나의 당에서도 메일을 받고 싶다.

<미국 민주당이 보낸 메일 리스트>

미국 민주당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미국 민주당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뉴스레터 신청을 했다. 그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이 온다. 오바마 대통령 연두교서, 오바마 케어, 발렌타인데이 편지까지. 하지만 나의 당, 새정치민주연합에게서는 당의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을 2월 8일 전당대회 앞 뒤, 대표 후보자들과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공약을 한꺼번에 알려주는 메일도, 문재인 당대표의 당선수락 연설을 보내주는 메일 한 통 받을 수가 없었다. 우리당은 왜 그 흔한 뉴스레터 한 통 보내지 않는 것일까. 왜 당원들에게, 시민들이 자기들을 찾아오기만을 바라는 걸까. 왜 자기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나는 오늘도 미국 민주당에게 "Today is the cutoff: Get these official Democrats items"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는데 말이다.

사례6. 왜 우리 당엔 인재영입위원회만 있고 인재육성위원회는 없는걸까?

"우리 당엔 인재영입위원회만 있고 인재육성위원회는 없어요." 7~8년 넘게 구 민주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 활동했던 청년 당원이 한 이야기이다. 당이 미래 정치지도자를 키우고 양육하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 않고, 매 선거 때마다 청년당원들을 선거운동원으로 동원만 하다 보니, 당원으로 오래 활동한 친구들은 오히려 '정치 낭인, 구태, 정치꾼'으로 당 안팎에서 낙인찍히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 제도화/안정화 되어 있지 않다보니,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로스쿨을 가든지, 해당분야 전문가가 되어서 정치권에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진로를 모색하는 친구들이 많다. 당에서 인재로 육성될 수 없으니, 당이 영입하고 싶은 인재가 되어 당으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유럽 등 정치 선진국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청소년/청년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통해 정책 전문가,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사례7. 독일 사민당은 청년사민당(Young SPD), 독일 녹색당은 청년녹색당(Young Green), 리더십도 정책도 독립적으로. 우리는?

2013년에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세 나라 정당을 탐방하고 올 기회가 있었다. 청년 조직과 관련해서 흥미로웠던 점은 청년사민당(Young SPD), 청년녹색당(Young Green)의 형태로 사민당, 녹색당과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일 사민당의 경우는 전체 역사가 150년인데, 청년 사민당이 만들어진 것은 100년이 되었고, 사민당 내부에 들어와 있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청년사민당 멤버들이 하고자 하는 정책과 활동에 대해서 사민당 지도부가 결정하는 것이 없고, 유스 지도부도 유스 멤버들이 뽑는다고 한다. 대개의 경우 노동문제, 환경문제, 주거문제 등에 대해 노조,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서 사민당 내 야당으로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독일 사민당>

<독일 청년녹색당 활동가>

그런데 구 민주당 대학생위원회부터 오랫동안 당활동을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구들과 열심히 대학생 당원 모임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하면, 당대표가 선출되고 난 뒤, 당대표 마음대로 대학생/청년위원회 대표를 교체하는 일이 반복되고 하면서, 대학생/청년위원회 스스로가 팀웍을 기르고, 그 안에서 리더와 팔로우를 만들어내는 전통을 만들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한다.

***

3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표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망하고 난 뒤, 도대체 왜 망했을까를 고민하며 들여다보다, 개탄과 비판만 하는 것으로 내 일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럴 거면 당원이 되어 비판하자는 생각에, 수개월을 고민한 끝에 생애 처음 입당원서를 썼다. 당원이 되고 난 뒤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새정연에 대한 비판이 "이 정당을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으로 수렴되더라는 점이다.

당원이 되고 나니, 당원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심층 인터뷰 요청이 있을 경우, 예전 같으면 전혀 응답하지 않았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시간을 내어 참여하게 된다. "새정연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당이 되고자 한다면, 당원 교육에 노동 교육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하나 전하고 온 것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 실제로 도입이 되면 정말 기쁠 것 같고, 안되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다른 당원들과 나눴다는 것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

당원이 되고 나니, 새정치민주연합에 좋은 정치인이 없을까 찾아보게 되고, 그 사람을 당선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게 된다. 청년위원회가 새정치민주연합과 사회를 연결하는 좋은 채널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이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귀찮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여전히 답답하고 열받는 일이 많지만, 예전에는 개탄조로 끝나고 말던 고민들이 "어떻게 하면 이 정당을 좋게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으로 수렴되는 것에서 오는 위로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당적은 가져볼만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당원이 되고 나서 정당과 정치에 대해 내 생각이 조금 더 건설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딱히 찾아온 변화가 없다. 당을 만날 기회가 없고, 당원을 만날 기회가 없다. 당의 정책을 알고 싶으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거나 신문을 뒤져봐야 한다.

언제고 <나의 당원 되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총선/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 출마자에 의해 권리당원으로 동원되는 것 말고, 정말 스스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겪은/겪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사회에 크고 작은 갈등을 조직해내어, 우리 사회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좋은 정당이 되게 하는데, 아주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었다.

마침 4월 1일~2일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장을 선출하는 권리당원 선거가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 선출될 청년위원장은 청년 평당원이 겪은 아래 사례들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으로서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씨름한 사람이면 좋겠다. 그 고민들을 가지고 작은 변화들을 하나씩 이뤄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다시 당비를 5천원으로 올릴 참이다. 아니 5천원이 뭔가. 내게 맘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정당이 생긴다는데, 1만원인들 아깝겠는가. 내 시간을 내는 게 아깝겠는가. 내게 좋은 정당이 생긴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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