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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아성 넘보는 감독들의 도발 '흥미진진'

ⓒOSEN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다"

1군 무대에 돌아온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야구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것은 감독의 임무이자 비중이라고 믿는다. 144경기 체제로 시즌이 연장돼 감독이 호흡과 전략이 팀 전력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줄 여지도 커졌다. 그렇다면 올해는 10개 구단 감독들의 본격적인 지략 싸움이 리그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동안 프로야구판을 아우르던 이른바 3金(김응룡·김인식·김성근)의 구도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그 사이 이들에게 지도를 받았던 젊은 피들로 사령탑 구도가 많이 개편됐다. 당장 만 나이로 따졌을 때 염경엽 넥센 감독을 비롯, 김기태 KIA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이종운 롯데 감독까지 4명이 40대 사령탑이다. 염경엽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 경험이 있는 이들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기억이 있다.

50대인 김경문 NC 감독, 조범현 KIA 감독, 양상문 LG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은 40대 시절부터 감독직을 경험했던 '세대교체의 기수'들이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올해 환갑으로 나이만 놓고 보면 '노장'축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어린 나이에 감독직을 역임했고 미국식 야구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역시 동년배의 감독들과는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감독들의 열전으로 프로야구의 체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천편일률적인 지도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론'이 야구판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야구의 인기가 폭등했던 베이징올림픽 전후로는 '스몰볼'을 대표하는 김성근 당시 SK 감독, 상대적으로 선이 굵은 믿음의 야구를 추구했던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와 공격야구를 주창한 제리 로이스터 당시 롯데 감독 등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내며 판 자체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김성근 감독이 바람을 일으킨다면 강한 훈련과 감독 위주의 야구가 다시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자율과 소통을 중시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젊은 감독들이 두각을 드러낸다면 프로야구의 사령탑계의 트렌드 변화는 가속화될 수도 있다. 같은 베테랑에 속한다고 해도 김성근 감독과 김용희 감독의 야구관은 상당 부분이 다르다. 이런 감독들의 소신은 전지훈련 기간 중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어 성패 여부에 관심이 몰린다.

여기에 경기장 내에서의 지략 싸움도 흥미롭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전투에서 차근차근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팀을 꾸려가는 방향과 비전이 다른 만큼, 경기장 내에서의 세부적인 전술 운영 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김성근 감독처럼 벤치 작전에 의한 현미경 야구와 타자들에게 믿고 맡기는 선이 굵은 야구가 정면 격돌하며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운영에서는 '도가 텄다'라는 평가를 받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젊은 감독들의 각기 다른 도전도 흥미를 모으는 대목이다. 김성근 감독이 밤낮으로 데이터를 보며 상대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처럼, 이들도 새로운 사고관념으로 그런 야구를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의 야구를 보고 장점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이론이 나올 수도 있다. 선순환의 고리다.

당장 넥센과 한화의 개막 2연전에서도 양팀의 벤치 싸움이 치열했다. 마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혈전이었다. 29일 경기에서는 염경엽 감독이 한화의 사실상 스퀴즈 작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한 수를 선보였고 김성근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넥센의 추격을 따돌리며 '멍군'을 불렀다. 명실상부한 최고 자리에 올라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 감독, 이미 김성근 감독과 수많은 격돌을 했던 김경문 감독,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조범현 감독 등과의 승부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올해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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