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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프랑스 지방선거서 승리하다

  • 원성윤
  • 입력 2015.03.30 15:23
  • 수정 2015.03.30 15:25
Former French President and conservative party UMP leader Nicolas Sarkozy attends a meeting in Asnieres, France, Tuesday March 24, 2015. The top two parties in weekend local elections were the conservative UMP and the far right National Front. (AP Photo/Thibault Camus)
Former French President and conservative party UMP leader Nicolas Sarkozy attends a meeting in Asnieres, France, Tuesday March 24, 2015. The top two parties in weekend local elections were the conservative UMP and the far right National Front. (AP Photo/Thibault Camus) ⓒASSOCIATED PRESS

29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도(Departement) 의원 선거의 승자는 단연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였다.

집권 사회당(PS) 소속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작년부터 잇따라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 사르코지 정계 복귀 후 첫 승리…차기 대선 후보 발판 마련

2017년 차기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르코지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우파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기면서 정치력을 입증했다.

대중운동연합 등 우파는 전체 101개 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6개 도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사르코지는 2012년 대선에서 올랑드 당시 사회당 후보에게 지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된 사르코지는 프랑스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무 위기와 정치력 부재로 2012년 대선에서 올랑드에게 패배, 연임이 좌절됐다.

사르코지는 이후 올랑드의 인기가 곤두박질 치고 대중운동연합도 지도력 부재에 허덕이자 정계에 복귀해 작년 11월 대중운동연합 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현직에 있을 당시 사치와 허세를 일삼는 '블링블링'(bling-bling, 화려하게 차려입은) 대통령으로 유명했으며 가벼운 언행과 독선적인 모습을 보였던 사르코지가 과연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냐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사르코지가 떠나 있는 동안 알랭 쥐페 전 외무장관이 대중운동연합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사르코지는 또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리비아 독재자였던 카다피로부터 5천만 유로(약 600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등 각종 선거 자금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르코지는 복귀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상승세를 타던 국민전선의 르펜 대표를 따돌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차기 대선 후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르코지는 "정권교체가 시작됐다"면서 "어느 무엇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극우정당 르펜 대표 차기 대선 청신호…양당 지지자 견제 뚫는 게 과제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설립자 장-마리 르펜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작년 3월 지방선거 이후 이번 선거까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차기 대선의 희망을 키웠다.

국민전선은 이번 선거 1차 투표에서 대중운동연합에 이어 득표율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2차 투표에서도 4천108명의 도의원 가운데 62명을 당선시켰다.

국민전선 소속 도의원은 기존 2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전선은 중앙뿐 아니라 지역 정치권에도 뿌리를 내리게 됐다.

비록 어느 도에서도 다수당이 되진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선전하면서 사회당, 대중운동연합 양당 체제인 프랑스 정치권에 국민전선이 합세하면서 3당 체제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反) 이민 반 유럽통합을 내세운 국민전선은 각종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전선은 앞서 작년 3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다인 11명의 자치단체장을 배출하면서 1972년 창당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작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25%의 득표율로 프랑스 제1당에 올랐으며 이어 9월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2명의 의원을 당선시키면서 상원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국민전선은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과 높은 실업률, 지난 1월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파리 연쇄 테러로 드러난 이슬람교도의 프랑스 사회 동화 실패와 이민자 문제 등의 이슈를 선점하면서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전선이 이처럼 선전한 데는 르펜의 지도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아버지 장 마리 르펜에 이어 2011년 당 대표직을 맡은 마린 르펜은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으며 당을 극우의 틀에 한정시킨 아버지와 달리 지지기반을 성공적으로 넓혀 왔다.

그녀는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반 이슬람 정서를 자극하면서도 인종차별적인 발언 등으로 문제가 된 당원을 제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르펜은 또 높은 실업률과 범죄 확산 등 시민이 가장 큰 불만을 느끼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극우정당을 좀 더 대중적인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르펜 대표는 차기 대선 여론 조사결과 1차 투표에서 30%가량을 득표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올라갔지만 17.8%의 득표율에 그친 데서 확인됐듯이 르펜은 차기 대선에서 정치권과 유권자의 견제를 뚫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보인다.

◇ 올랑드 대통령 잇단 선거 참패…차기 대선 불투명

프랑수아 올랑드 현 프랑스 대통령

기존 61개 도 의회를 장악한 사회당 등 좌파는 이번 선거에서 도 의회의 절반가량을 야당에 넘기고 34개 도에서만 다수당을 유지했다.

올랑드 대통령 집권 후 치러진 모든 전국 선거에서 집권당인 사회당은 패배했다.

경기 침체와 10%에 가까운 높은 실업률이 발목을 잡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파리 연쇄 테러에 제대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0% 초반인 지지율이 한때 40% 가까이 올라갔다.

이후 유권자의 관심이 다시 경제로 옮겨오면서 이번 선거에서 대패했다.

올랑드는 임기 중 10%대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지 못하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017년 차기 대선까지 프랑스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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