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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해외취업 지원? 정부를 믿지 마세요

  • 허완
  • 입력 2015.03.30 14:00
  • 수정 2015.04.02 14:29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중동 진출’을 주문해 새삼 화제가 됐지만, 사실 정부는 꽤 오래 전부터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해외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이런 사업에는 매년 수백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세금만 축내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성과는 보잘 것 없고, 청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정부가 실적을 부풀린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대체 어떤 지경인 걸까?

1. 초라한 성과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계획’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관련 사업들을 ‘케이무브(K-Move)’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건 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케이무브 사업은 크게 해외취업, 해외인턴, 해외창업, 해외연수 등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이 사업의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289억원이었다. 올해 예산은 330억원이다. 성과는 초라하다. 아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내용이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정부 지원으로 해외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645명이다. 1명을 해외로 취업시키는 데 약 2800만 원이 투입된 셈이다.

전체 취업준비자(59만명)의 0.05%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해외취업 소개 사이트인 ‘월드잡’에 단순 공고를 낸 일자리에 대한 취업자까지 포함한 숫자다. 해외연수 등 제대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43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the300 2014년 9월29일)

2. 중소기업 수준도 안 되는 연봉

정부가 주선한 해외 일자리의 질은 어떨까? 한마디로 박봉 수준이다. 이만큼의 세금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29일 고용노동부와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 등에 따르면 정부의 ‘K-무브’ 사업을 통해 지난해 1∼8월 취업한 청년 430여명의 평균 연봉은 1988만원이었다. 이는 취업 관련 포털사이트 잡코리아 등이 최근 조사한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연봉 2580만원의 4분의 3수준이다. (세계일보 3월29일)

세계일보의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지원으로 해외에 취업한 청년들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은 연봉 2000만원 이하의 일자리를 얻었으며, 10% 가량은 월급 100만원도 안 되는 곳에서 일했다.

‘월급 20만원’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들어간 세금은 1인당 950만원이었다.

2013년 K대학에서 실시한 ‘피지 사무행정 및 레저스포츠 강사 양성 과정’(GE4U)은 정부의 실효성 없는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피지에 있는 기업의 사무행정 요원이나 호텔 소속 레저스포츠 강사를 뽑기 위해 사전연수를 보내는 취지인데, 이들 직장의 한 달 임금이 20만 원에 불과했던 것. 이들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받는 사전교육 시간은 960시간으로 그중 940시간은 영어교육이었다. 여기에 투입된 정부 지원금은 1인당 950만 원이었다. (주간동아 제949호 2014년 8월4일)

3. 정규직은 어림도 없다

해외로 떠나는 청년들 대부분은 정규직 취업을 목표로 삼지만, 현실은 다르다.

설사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질(質)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산업인력공단이 주선하는 해외 취업 일자리를 보면 경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은 식당이나 판매직이다. 영세업체도 많다. 반면, 해외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은 번듯한 사무직을 희망한다. (서울신문 2013년 5월6일)

정부의 해외 취업·인턴 프로그램으로 통해 해외에 나가도 정식 취업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실시한 ‘정부 해외인턴 사업 현황 파악 및 해외취업 연계를 위한 추진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2∼2013년 해외 인턴십 참가자의 85%가 해외 취업을 목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해외인턴십 참여자 226명 중 8.8%인 20명만이 현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일보 3월29일)

그러다보니 해외에 나갔다 하더라도 곧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로 떠난 청년들 중 40.7%는 2년 이내에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4. 세금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케이무브 사업 예산 중 절반이 넘는 185억원은 해외연수 사업인 ‘케이무브 스쿨’에 투입된다. 민간 연수기관이 해외연수 지원자를 모집해 교육을 실시한 뒤 해외로 보내는 것.

그러나 이 돈이 연수업체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래는 조선비즈가 지난 11일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문제는 이 K무브 스쿨 사업이 일부 업체들의 눈먼 돈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K무브 스쿨은 6개월 이하의 단기 사업과 1년 이하의 장기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 연수비용은 정부가 장기사업의 경우 1인당 최대 800만원, 단기사업은 580만원까지 지원하고 전체 연수비의 10~30%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돈을 받은 연수기관들 중 일부는 돈만 많이 받고 교육이나 연계된 일자리는 시원찮은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름만 해외연수지 연수기간 중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고, 한 사람이 취업교육과 언어교육 등을 다 맡는 등 강사 수준도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3월11일)

부실한 해외취업 지원사업 때문에 결국 세금으로 일부 청년들의 어학연수를 지원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5. 부풀려진 실적

정부가 발표하는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단골 지적사항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구축, 운영하는 월드잡 사이트의 해외 취업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월드잡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591명의 현황을 분석해보면 국내 대기업 해외 지점과 공관 등에 취직한 이가 357명에 달했다. 즉 순수하게 외국 기업에 취직한 인원은 234명(40%)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234명 중에서도 125명은 카타르항공, 핀에어 등 외국 항공사가 직접 채용한 인원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인력공단)은 이들 외국 항공사가 자신의 시설을 빌려 면접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월드잡의 취업 실적으로 편입해왔다. 이런 실적 부풀리기를 제외하면 실제 해외 취업이라 할 수 있는 인원은 109명에 불과하다. 월드잡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구축과 운영에 총 27억 원이 투입됐고, 올해 25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주간동아 제949호 2014년 8월4일)

한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주에 갔다가 현지의 한 기업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많은 청년이 호주에 오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호주에 오자마자 호텔 프런트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몇 달은 그릇을 닦고, 룸서비스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가야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해외 인턴 보냈더니 그릇 닦더라’며 비판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쉽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한국경제 3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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