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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산다?

나는 미신이라 여겨서 애초에 고사를 지내지 않았는데, 한번은 손님 중에 타로점을 본다는 사람이, '이 집은 고사를 안 지냈나? 귀신이 있는데.'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오래 전에 신촌의 어느 술집에 가스 폭발로 불이 나서 사람이 죽는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몇몇 술집에서 손님이 하나도 없는 한밤중에 '여기요!'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나도 가끔 그런 소리를 들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술집에서 화재로 죽은 사람들이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술 마시러 왔다는 것이다.

  • 정승환
  • 입력 2015.03.31 12:01
  • 수정 2015.05.31 14:12
ⓒShutterstock / Pan Xunbin

여러분이 믿거나 말거나 우리 주변에는 귀신이 살고 있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은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첫 손님을 중요시하고, 개업할 때 고사를 지낸다거나, 고약한 손님이 왔다 가면 현관에 소금을 뿌려야 한다고 욕을 한다.

아마도 사업의 성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에서 관상을 보거나 정치인이 점집을 찾는 일도 있다. 프로 스포츠맨은 징크스를 믿는 일이 흔하다.

반면 귀신들은 상황이 좋을 때는 아무 것도 얻어먹지 못하다가, 무슨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관심을 받게 된다. 장사하는 곳에서는 매출이 떨어질 때 그렇다. 우리 가게 길 건너 우동집 주인은 개업 2년차에 고사를 지냈다. 그런데 방법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영업 마감 후에 현관 유리문 바로 뒤에서, 그것도 식당 전체의 불을 다 꺼 놓고 초를 밝힌 채, 아내와 함께 앉아서 손을 비비며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우동집 주인과 그런대로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왜 하필 가게 현관에서 그러고 있느냐고 물어볼 용기나 뻔뻔함은 없었다. 식당의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행인들이 그 광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이튿날에는 본인도 민망한 마음이 들었는지 커다란 종이 박스를 세워 현관문을 가슴께 높이로 가려놓았고, 셋째 날에는 승용차로 문을 가렸다. 그러나 컴컴한 가게에 초를 켜놓았기 때문에 여전히 모든 행인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가게 문을 가려 놓은 것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구나 고사를 지내고 나면 날고기, 대파, 쌀, 막걸리 등을 접시에 담아 현관문 앞 양쪽 바닥에 두고 퇴근했는데, 식사보다 술을 더 중요시하는 노숙자들도 그 막걸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밖에 내놓은 음식과 그릇들을 자세히 관찰한 이후로는 나도 그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내가 가끔씩 사먹곤 했던 비빔밥의 고추장 그릇이 막걸리를 담아내는 용도로 쓰였기 때문이다.

나는 미신이라 여겨서 애초에 고사를 지내지 않았는데, 한번은 손님 중에 타로점을 본다는 사람이, '이 집은 고사를 안 지냈나? 귀신이 있는데.'하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마다 믿는 미신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귀신이 조용하고 음험한 곳을 좋아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귀신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한다.

오래 전에 신촌의 어느 술집에 가스 폭발로 불이 나서 사람이 죽는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몇몇 술집에서 손님이 하나도 없는 한밤중에 '여기요!'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나도 가끔 그런 소리를 들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술집에서 화재로 죽은 사람들이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술 마시러 왔다는 것이다.

귀신이 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아무도 없는 방향에서 누군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나,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는데 문이 잠겨있는 경우다(이 경우에는 잠시 뒤에 다시 열어보면 잠겨있지 않다).

나는 귀신을 본 적은 없지만,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바로 그런 경우가, 똑같은 자리에서 땅콩이 계속 발견되는 일이다. 퇴근할 때 카운터 앞에서 한 발짝 떨어진 바닥에 땅콩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웠는데, 다음날 출근해서 땅콩을 하나 또 줍는 것이다.

우연히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며 넘어가지만 이틀 연속으로 발견되고, 그것도 어제 퇴근할 때 발견한 바로 그 자리에서 오픈시간에 땅콩을 다시 줍는다면 이상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몹시 흥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확인해보자고 하면, 사흘째부터는 실망스럽게도 아무 것도 줍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놈의 땅콩은 몇 년에 한 번쯤은 똑같은 곳에서 연속으로 발견되어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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