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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MB 정권을 본격적으로 겨누기 시작하다

  • 허완
  • 입력 2015.03.27 15:42
  • 수정 2015.03.27 15:47

자원외교 수사 등으로 사정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검찰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다음 타깃으로 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 가운데 첫 수사 대상인데다 ‘고위급’인 만큼 ‘전 정권 사정’을 본격화한다는 의미가 있어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검찰의 박범훈 전 교육문화수석 수사는 일단 중앙대의 분교 통합 과정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대학정책실에서 중앙대의 서울·안성 캠퍼스 통합 승인, 재정지원 사업 등과 관련한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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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는 박범훈 전 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던 2011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로부터 서울 흑석동 본교 캠퍼스와 경기도 안성 분교 캠퍼스를 통합하는 계획안을 승인받았다. 공동화된 안성캠퍼스를 본교로 통합하는 것은 당시 중앙대의 최대 현안이었다. 캠퍼스 통합으로 본교, 분교의 구분 없이 신입생을 모집하고 졸업장을 줄 수 있게 됐고, 입학정원 조정과 학점 교류 확대 등이 가능해졌다.

서울에 본교를 두고 수도권에 분교를 운영하는 대학 가운데 첫 캠퍼스 통합이었는데, 당시 여러 잡음이 일었다고 한다. 실제 2012년 말 교과부 담당 과장(서기관)이 전격 교체돼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5년 2월부터 6년 동안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한 박 전 수석이 중앙대 캠퍼스 통합에 편의를 봐주도록 무리하게 요구했고, 이에 순순하게 응하지 않은 실무 책임자를 경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교과부 쪽이 중앙대의 서울 흑석동 캠퍼스가 비좁은데도 추가 부지 확보 이전에 통합 승인을 내주고 이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도 불이익을 주지 않았던 배경에 박 전 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전적으로 계량하긴 쉽지 않지만, 당시 교육부의 특혜로 중앙대도 경제적인 이득을 얻었다”며 “행정작용이 법령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됐는지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본관에서 압수수색하는 동안 취재진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청와대는 국정을 총괄하는 기관이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은 해당 분야 국정 전반에 ‘합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박 전 수석의 직권남용이 그만큼 예외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는 박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수석 재임 기간 중앙대에 지원된 교육부의 각종 예산의 집행 과정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검찰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근무를 마친 뒤 경기도 양평에 설립한 중앙국악연수원의 소유권 분쟁과 박 전 수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뭇소리재단의 자금 집행 내역도 확인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범위 안에서 금전 문제를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범죄 혐의를 파고드는 셈이다.

새누리당 친이명박계는 박범훈 전 수석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친이계 한 의원은 “포스코, 자원개발 의혹 등을 수사하던 검찰이 박 전 수석까지 수사하고 나선 것은 의외라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검찰이 저런 식으로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다 보면 결국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물들에게까지 칼을 뻗으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박 전 수석 수사에 대해 “노코멘트”라면서도 “그와 같은 일이 중앙대에서만 있던 일이냐”고 말해, 검찰이 이명박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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