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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단체 '좋은 일'하기 전에 '윤리적 자질'부터 갖춰야

오늘은 사회복지사로서 스스로 내 발등을 한번 찍어보려 한다. (아프고, 비장하다.) 지난 2014년 12월에 내가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지원한 오케스트라 아이들의 6회 연주회가 있었다. 그 연주회가 지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기사를 검색하다가 우리가 연주회 때 사용한 포스터와 아주 유사한 포스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유사한 포스터를 사용한 곳은 [꿈의 오케스트라-안동]이라는 곳으로 우리처럼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원한다.

  • 유원선
  • 입력 2015.03.30 06:07
  • 수정 2015.05.30 14:12

오늘은 사회복지사로서 스스로 내 발등을 한번 찍어보려 한다. (아프고, 비장하다.)

지난 2014년 12월에 내가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지원한 오케스트라 아이들의 6회 연주회가 있었다. 그 연주회가 지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기사를 검색하다가 우리가 연주회 때 사용한 포스터와 아주 유사한 포스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제6회 연주회 포스터

꿈의 오케스트라-안동 포스터. 출처: 안동문화예술의전당 홈페이지

그 유사한 포스터를 사용한 곳은 [꿈의 오케스트라-안동]이라는 곳으로 우리처럼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원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정부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전국에 35개의 문화재단과 지자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정부 예산이 28억원 지원된 대규모 사업이다. 그 중 하나인 [꿈의 오케스트라-안동]은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위탁받아 운영한다.

이런 대규모의 정부 사업에서 우리처럼 작은 민간단체가 하는 사업의 포스터를 그대로 따라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디자인 작업한 날짜를 알려주며 어디가 먼저 작업했는지 확인해달라고 하였지만 담당자가 그만둬서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더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고,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우리는 협조단체일 뿐"이라고 하고, 비영리단체라는 [꿈의 오케스트라-안동]은 "디자인 작업에는 문제가 없는데 어떤 부분이 도용이냐"고 되묻는다.

변호사의 조언은 이 포스터를 통해서 양쪽이 다 어떤 '이득'을 취하거나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해도 배상 받기 어려울 것이라 한다.

사회복지 사업은 '금전'이 오가지 않지만 그 '금전'은 사실 우리 같은 경우는 후원자가 지불하고 있고 [꿈의 오케스트라 안동] 같은 경우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비윤리적 행위는 어떻게 제재 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문제는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번 일을 통해 또 하나의 사건이 떠오른다.

작년 굿네이버스 고양지부 실무자가 상담 받으러 온 아동을 성추행한 사건이다. 굿네이버스는 아동학대피해 전문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중앙 및 지역 26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양지부 역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위탁받은 지부 중 하나이다.

굿네이버스 실무자가 피해아동 상담캠프에 온 남자형제의 알몸 사진을 찍고 성기와 항문을 수차례 만졌으며 가해자 핸드폰에서는 2012~13년 다른 아동의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결국 집행유예처분으로 끝났다.

<관련기사>알몸촬영·성추행한 NGO 단체 직원 '집유'...피해가족 반발

굿네이버스는 이후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했는가? 굿네이버스는 계속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맡아도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 아동성추행의 가해자에게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돌보는 역할을 주고도 피해아동 부모가 신고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으며,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떠한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 이 사건의 책임은 가해자 개인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왜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지, 아직도 굿네이버스 고양지부에 버젓이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시키고 성학대 예방 인형극을 하겠다는 공지가 나있는 모습에 누가 누구를 교육시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 역시 문제는 있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없는 게 아닌가.

사회복지단체, '좋은 일'을 한다고 나서기 전에 윤리적 자질부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부터 갖추어야 한다는 뼈아픈 자성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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