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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21세기의 소련 지도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역사 애호가로 유명하다. 물론 다른 러시아 국민처럼 그 역사에 수많은 단점과 범죄가 포함됐다는 사실도 잘 안다. 특히 지난 100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라면 말이다. 그러나 푸틴은 사회적 입장에서 그런 범행을 검토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다만 크렘린의 입장으로만 고려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벤 주다는 2014년 6월 뉴스위크에 푸틴이 "우리 역사의 가장 큰 범죄자는 니콜라스 황제 2세나 미하일 고르바초프같이 위세를 바닥에 던지고, 그 힘을 미친 인간들과 히스테리 환자들이 빼앗아 가도록 내버려 둔 사람들이다."고 가까운 심복들에게 털어놓았다고 쓴 바 있다. 그리고 푸틴은 "다시는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푸틴이 한 일? 니콜라스 황제나 고르바초프가 저지른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주류 공급을 원만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난 2월 푸틴은 보드카 가격을 최하로 내렸다. 사회적으로는 값싼 보드카가 광범위한 건강 문제를 야기하지만, 크렘린의 입장에서 볼 땐 대중을 지배하는 좋은 수단이다.

또한 푸틴은 소련 시대의 잘못된 과거를 지탄한다는 이유로 펌-36 역사박물관(Perm-36 museum) 같은 억압의 상징을 아예 제거함으로써, 소련 시대 지도자들의 악행의 흔적도 함께 제거하는 과장된 결과도 만들었다.

역사를 충분히 참고해 정책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푸틴 정부가 니콜라스 황제와 고르바초프라는 단 2명의 과거 지도자들만 예로 삼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탈린도 실수를 범하지 않았는가. 푸틴은 2009년 라이브 방송에서 스탈린 시대를 "총체적으로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스탈린은 한 편으론 대단한 산업화를 이룩했고 또 한 편으로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푸틴의 뜻은 아마 광범위한 대학살 대신 정치 라이벌을 "겨냥 사살"로 제거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최근 살해된 보리스 넴초프의 사례를 보면 그런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은 반대파와 반체제 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반대파나 반체제 세력의 영웅심이 부각되면 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제거 대상을 정치적인 이유로 처벌하기 보다는 절도나 사기 같은 평범한 죄명을 날조해 처벌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리라는 것이다.

푸틴 정부는 또 지식인을 관리하는 방식에서도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러시아인에게 맘대로 읽고 말할 자유를 부여했다. 다만 정부가 정한 제한선 내에서만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 정치와 경제에 불만을 품고 있는 지식층에게 해외 여행과 이주의 자유를 부여해 국내 체제의 긴장감 완화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불만있는 지식인이 다 떠났으니 러시아에는 불만을 표출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스탈린은 국가주의를 정책에 전폭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푸틴은 국가주의를 살리고자 하는 눈치다.

종교에 대한 소련 체제의 제압이 오산이었다고 여긴 당국은 지난 15년 동안 그 관계를 만회하려 노력해왔다. 애국심 높은 종교단체가 정부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종교를 국가적 사안으로 다시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모든 종교는 정부 관할 하에 존재한다는 가정이 따르지만 말이다.

푸틴 정부는 이전 소련 지도자인 니키타 흐루시초프의 실수를 통해서도 깨달은 바가 있다. 흐루쇼프는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1954년에 넘겨줬는데 푸틴은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다시 합병시켰다.

흐루시초프 통치 시절엔 소련과 서구의 대립이 특히 두드러졌다. 베를린과 쿠바 사태가 있었고 당시 소련과 미국은 핵 무기 발사 단추를 누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시 철수를 지시해야 했던 흐루시초프 처럼 되길 원하지 않는 푸틴은 아예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푸틴은 외교 정책에 있어서 이전처럼 독단적인 이념을 포기하는 대신 극좌파에서 극우파, 또 분리주의 세력까지 누구든 서양이나 주류에 대한 불만을 품는 체계를 뮤조리 지지한다. 즉, 다른 국가의 이념과 진실을 전복시키는 능동적인 조치가 가능한데 왜 굳이 러시아적인 이념을 주입시키려 시간 낭비를 하느냐는 태도다.

국영 러시아 미디어 종사자들에 의하면 객관적인 사실이나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해석과 '인포테인멘트'만 가능하다는 거다. 또 러시아 언론의 해외 소비자를 향한 보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즉, 훌륭한 러시아를 조명하려 애쓰기 보다는 형편없는 서양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훨씬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책이다.

구 소련의 현대화 정책은 -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 개인 자치권, 자유 그리고 재산 소유 권리를 부정하면서 실패했다. 그런데 그건 단지 서구적인 이념에 반대하는 정책이었다. 오늘의 러시아는 서양식 경쟁체제와 법치제도와 독립적인 기관은 배제하면서 엄격한 규제 하의 자본주의와 경제, 사회적 정책 변화만을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구 소련 시대의 실험을 더 강화시켜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거다. 그래서 푸틴 정부가 '더 향상된'이라는 말을 이용할 땐 절대적인 기준 평가가 아니다. 그저 레닌이나 스탈린, 또 흐루시초프나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고르바초프 같은 이전 소련 지도자들의 행적보다 우수하다는 뜻일 뿐이다.

크렘린이 미래를 위한 총체적인 계획이나, 그런 계획을 위한 이념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전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푸틴 정권이 실제 계획보다 '사실상의 계획'을 지향하는 이유는 이전 소련 정권들과 똑같은 게임을 하되 대신 더 스마트하게 하겠다는 의지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그 Putin Is a Soviet Leader for the 21st Century를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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