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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돌' 혜리를 탄생시킨 주인공, "최저임금 당연한 얘긴데 씁쓸"

  • 허완
  • 입력 2015.03.27 10:59
  • 수정 2015.03.27 11:05

[경제와 사람] 알바몬 광고제작 서동욱·김희철 국장

“‘최저시급 5580원’ 당연한 얘긴데 광고상 받으니 좋으면서도 씁쓸”

김희철 메이트커뮤니케이션즈 기획국장(오른쪽)과 서동욱 제작국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알바몬 광고의 밑그림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한겨레

“기분이 좋으면서도 씁쓸하더라. 당연한 얘기를 한 것인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최저시급 5580원’ ‘야간수당은 시급의 1.5배’라는 사실을 한달여 만에 온 국민에게 퍼뜨린 ‘알바몬’ 광고 제작자들은 광고의 성공에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지난 25일 만난 메이트커뮤니케이션즈의 서동욱(46) 제작국장과 김희철(42) 기획국장은 “당연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탓에 그저 사실을 알렸을 뿐인 우리 광고가 큰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알바몬은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로, 고용노동부는 26일 최저임금 인식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알바몬 광고에 등장한 가수 혜리와 광고주, 제작사에 감사패를 줬다.

광고는 모두 세 편이다.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최저시급)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께는…때려치우세요’(인격 모독) ‘알바들의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야간수당) 등이다.

15초짜리 광고는 지난달 시작해 이달 말 막을 내린다. 두 달 방영된 광고가 이른바 ‘대박’을 쳤다. 광고 인기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tvcf.co.kr)에서 지난달 ‘인격 모독’과 ‘최저시급’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인격 모독은 방송에서 잠깐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온라인에서 더 인기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만든 최저임금 관련 동영상이 1년 동안 거둔 클릭 수를 3주 만에 제쳤다.

애초 광고주의 주문은 경쟁 사이트인 ‘알바천국’보다 낮은 인지도를 높여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희철 국장은 ‘경쟁상대는 알바천국이 아니다. 광고지만 사회상을 담아 공감을 얻을 때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광고주를 설득해 광고를 따냈다. 그리고 실제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해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이 알린 것은 ‘아르바이트생의 권리’였다. 서동욱 국장은 “광고를 준비하면서 500만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임금 체납에 인격 모독까지 당하는 일이 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런 대접에도 46%가 그냥 일한다는 게 더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 권리를 알려주고 하나의 토론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다. 피시방 업주 협회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광고가 고용주와 아르바이트 근무자 사이에 갈등과 오해를 유발한다”며 항의를 하고 알바몬 회원 탈퇴 운동까지 벌였다. 이에 알바몬은 사과와 함께 논란이 된 ‘야간수당’ 편 방영을 중지했다. 서 국장은 “광고에 ‘5인 미만 사업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적시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면서도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의 관계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주와 건물주의 관계, 임대료 문제까지 논의가 확대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7년째 함께 호흡하는 두 사람은 ‘광고가 시대정신을 반영할 때 효과가 뛰어나다’는 공감대를 지녔다. 이들은 지난해엔 “‘다녀왔습니다’가 그저 고마운 요즘입니다”라는 카피를 담은 ‘핫초코 미떼’ 광고를 만들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가슴 아파하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줬다는 호평을 들었으며, 12월에 ‘베스트 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국장은 “알바몬 광고에서도 비슷한 소통 방식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끝으로 “도발적인 제안을 받아주고 논란에도 광고 방영을 이어간 광고주, 큰 관심을 보여준 수많은 아르바이트생 덕분에 광고가 의미 있는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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