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밴드 혁오, "하나의 스타일로 우리 음악을 특정하고 싶지 않아요"

  • 박세회
  • 입력 2015.03.26 10:43
  • 수정 2015.06.01 14:35

'밴드 혁오'는 지금 인디 록 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다. 봄철 페스티벌 여러 무대에 이미 예약을 마쳤고 여름철 '록 페스티벌' 섭외도 1순위다. 어떤 한 음악 평론가는 '혁오'같은 밴드가 등장했으면 미디어에서 슈퍼노바가 나타났다며 난리법석을 떨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일견 공감하는 바다. '모닝 밴더스', '플릿 팍시즈', '테임 임팔라'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의 노래는 전 세계적인 경향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작곡과 기타 보컬을 맡은 '오혁'의 이름은 거꾸로 한 '혁오'가 밴드의 이름이다. 공연장마다 홍대 앞 힙스터들을 몰고 다니는 밴드 '혁오'를 만났다.

5월 27일 발표한 혁오의 'Hooka' 뮤직비디오.

밴드 혁오. 왼쪽부터 인우(드럼), 동건(베이스), 현제(기타), 오혁(기타&보컬).

지난 9월에 EP가 한 장 나오고 이제 막 디지털 싱글 두 곡을 발표했죠. 반응이 언제부터 오던가요?

오혁 9월이요. 공연장에 슬슬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첫 EP의 타이틀 곡인 '위잉위잉' 같은 노래는 뭔가 자조적인데, 이번 싱글인 'Panda Bear'만 해도 좀 거만해졌죠?

오혁 판다 베어도 사실 알고 보면 거만함 속에 자조적인 목소리가 섞여 있긴 해요. 위잉위잉을 만들 때는 고3 입시 후유증을 겪을 때라 그렇게 쓴 건데, 이젠 그런 노래 안 쓰려고요.(웃음)

지금 있는 레이블은 장기하 씨가 소속되어있죠?

현제 저희가 레이블이랑 매니지먼트랑 다른 곳에서 해주고 있어요. 레이블은 캐시미어 레코드라고 '신사동 호랭이' 형님이 사장으로 있는 제작사고 '두루두루'(장기하, 강산에, 파라솔 등이 소속된 곳)에서 매니지먼트를 맡아주고 있어요.

밴드 혁오의 '위잉위잉' 뮤직 비디오.

힘 있는 레이블과 매니지먼트 회사가 일찍부터 눈독을 들인 거군요. 다른 멤버들도 전부 작곡 능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인우 어려서는 피아노를 전공했었고 곧잘 치는 편이었는데 드럼에 빠져서 진로를 바꿨죠. 그 뒤로는 힙합 신에서 래퍼들에게 '비트'를 만들어서 팔기도 했어요.

동건 저도 사실을 기타리스트인데 좀 옛날 '록'을 좋아해요. 레드 제플린, 딥 퍼플부터 펄 잼 너바나 같은 그런지 음악을 즐겨 듣죠. 원래는 이 밴드에서도 제가 기타를 치려 했었는데 현제가 스타일이 더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옛날 밴드들 보면 다들 기타는 기본으로 치던 터라 베이스를 가위바위보 해서 결정하기도 했대요. 폴 매카트니가 베이스만 쳤겠어요?

현제 저는 어려서부터 기타를 쳤었는데 혁오를 하기 전에는 전자음악 쪽에 관심을 가지던 시기였어요. 좋아하는 장르도 '네오소울' 쪽을 좀 깊게 팠던 것 같아요.

기타가 굉장히 스타일리시 하던데요.

현제 그런가요? 인우 (현제에게)뭘 모르는 척이야! 현제 좀 더 칭찬해줘도 괜찮아요. 칭찬하면 타오르는 타입이에요.

기타리스트 현제는 굉장히 유머러스 했는데, 그의 실없는 농담을 다 옮기지 못해 안타깝다.

이 정도의 재능이 모이면 서로 싸우기도 하겠어요?

현제 일단 이 친구가 하던 음악에 우리가 합류한 격이에요. EP까지는 오혁 혼자 데모 녹음을 다 해놓은 상태였고 그때 나머지 멤버들이 합류한 거거든요. 사실 공동 작업을 시작한 건 이번 디지털 싱글부터예요. 이 음악이 '100% 오혁의 음악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구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싫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때, 계속 어필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굉장히 성숙한 생각을 하고 있네요. 편곡은 어떻게 하나요?

현제 혁이가 멜로디를 다 써오고 큰 틀을 제시하면 나머지 멤버들이 코드 보이싱을 어떻게 할 건지, 합주하거나 데모를 녹음하면서 맞춰보는 거죠.

오혁 일단 제가 마지막 결정을 하긴 해요. 그런데, 이번 싱글을 녹음해 보니까 여러 색이 섞여서 좋은 점이 많아요. 인우는 힙합적인 색채가 강하고 동건이는 록 음악을 좋아하고 현제는 소울 쪽 감성이 있어서 서로 다른 바이브가 섞이는 거죠.

그럼 첫 번째 EP는 오혁 씨가 거의 혼자 만든 거네요. 첫 앨범을 낸 22살의 남학생치고는 때깔이 정말 좋아요. '신사동 호랭이' 쪽에서 개입을 좀 했나요?

5월 27일 발표한 혁오의 '와리가리' 뮤직 비디오.

오혁 아뇨. 전체 프로듀싱은 제가 했어요. 녹음실에서 엔지니어분께서 여러 조언을 해줬지만 역시 혼자 만들었던 데모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오혁은 치기어린 소년이 아니다. 매우 영리한 예술가다.

전자음악을 했던 경험 때문인가? 아니면 정말 천재인가 봐요.

오혁 천잰가 봐요(웃음) 사실 전자음악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전자음악은 샘플을 사용하다 보니 소리가 아주 많이 정제되어 있잖아요. 저도 드러머 인우랑 같이 래퍼들에게 비트를 만들어서 팔았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때 가장 중요한 게 생각하는 게 때깔이었어요. 결국은 때깔 싸움이거든요. 처음 들었을 때 '와'하는 소리가 나오는 소리를 만들어야 해요. 그러다 보니 기타 팝을 하면서도 그 때깔을 내려고 고민을 많이 했죠. '석기시대'라는 녹음실에서 한 이유도 거기 장비가 맘에 들어서예요. 좋아하는 앰프가 있었거든요.

완벽한 해외 사운드라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친구는 미대생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왔나?

현제 (일동 웃음) 혁이는 중국에서 살다 왔는데요?

오혁 생후 5개월 때 중국으로 가족이 이민 갔고 2012년도에 대학 들어가면서 한국에 처음 와봤어요. '초중고'를 다 중국에서 다녔으니까 대학을 한국에서 안 다니면 평생 한국 올 일이 없겠다 싶었어요. 음악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럼 중국 시민권도 있나요?

오혁 중국은 그런 개념이 없어요. 평생 무비자를 받은 사람은 제가 아는 한 두 명 밖에 없는 걸로 알아요. 중국에 지대한 공을 세우지 않으면 시민권 받는다는 건 불가능해요. 사람 한두 명 구하는 걸로는 되지도 않아요. 연변 대학교를 세우신 분이랑 '중사모'(중국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회장님 이렇게 두 명 밖에 없대요. 아 그리고, 미대생은 아니고 사실 미학과예요. 오히려 철학에 더 가깝죠.

앨범을 들으면서 또 하나 느낀 건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는 거예요. 게다가 보컬은 흑인음악 같기도 해요.

오혁 하나의 스타일로 우리 음악을 특정 짓고 싶지 않아요. 라디오 헤드만 봐도 그 사람들 음악이 어떤 거라고 확정하기 힘들잖아요. 앨범 마다 색도 다 다르고요. 보컬은 제가 R&B나 소울 보컬을 해서였을 거에요.

R&B 음악을 어디서 했었나요?

오혁 중국에서요. 밴드는 아니었고 같이 음악 하던 형들이랑 했었어요.

활동 없을 때는 주로 뭐하나요?

현제 전 거의 여자친구를 만나요. 동건이는 맥주죠. 동건 (웃음) 전 맥주예요.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해요. 인우 집에서 강아지랑 놀고 장판 켜놓고 누워서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해요. 오혁 요새는 근데 활동도 많고 녹음도 바빠서 비는 시간이 없어요.

말 수가 아주 적은 드러머 인우는 사진보다 150% 정도 멋지다.

제 지론이 하나 있는데 드러머는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고 송 라이터는 게임을 잘 안 한다는 거예요.

인우 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게임을 좋아하고 혁이는 게임 전혀 안 해요.

활동하고 있는 인디 음악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음악은 뭔가요?

오혁 검정치마, 파라솔을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공중도덕'이라는 팀을 들었는데 좋아요.

현제 '공중도덕'은 정말 음악이 좀 말이 안 된다고 할까요? 원래 전자 음악을 하는 분이라는데 포크 기타로 아주 이상한 화성을 쓰면서 그 위에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입히더라고요. 근데 좋아요.

아마추어 증폭기 같은 느낌인가요?

오혁 아마추어 증폭기도 좋아하고 리스펙트도 있지만 퀄리티가 달라요.

오혁 씨는 이번에 프라이머리랑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발표하죠? 어떻게 연이 닿았나요?

오혁 가끔 시퀀싱 프로그램으로 만든 힙합 비트를 팔기도 하거든요. 좀 전에 '리듬파워'라는 팀에 비트를 팔았는데 이 곡을 프라이머리 형이 들었나 봐요. 저희 앨범 발매하기 하루 전에 연락이 왔어요.

어떤 형태로 작업에 참여한 건가요?

오혁 작사는 제가 다 했고 공동 작곡으로 참여했어요. 저희 곡 중에서 '공드리'라는 곡은 그대로 들고 가서 작업하기도 했고요.

프라이머리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오혁 솔직히 저도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정말 빠르더라고요. 배운 게 많아요.

베이시스트 동건도 말수가 지나치게 적어 모든 대답이 단답형이다.

앞으로의 행보는 어때요?

인우 일단 5월에 4곡짜리 EP를 낼 생각이고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과 그 EP에 있는 트랙. 그리고 신곡을 더해서 정규 1집을 9월에 발표할 예정이에요.

확정된 페스티벌은요?

동건 지금 확정된 건 서울 재즈 페스티벌, 레인보우 페스티벌에 나갈 예정이에요. 여름 페스티벌도 확정된 건 있는데 그쪽에서 아직 공식 발표를 안 해서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힙스터 음악'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오혁 일단 저희는 힙스터가 아니에요. 힙스터는 유행을 수용할 뿐 만들어 내지는 못하죠. 저희 음악을 좋아하는 분 중에 힙스터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힙스터를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밴드 혁오의 최근작 'Panda Bear' 뮤직비디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혁오 #밴드혁오 #인디밴드 #홍대음악 #박세회 #오혁 #프라이머리 #허핑턴 인터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