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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세월호 특조위 파행을 보고는 있는 것인가?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정식출범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제안한 인원 및 예산에 대해 한 달이 넘도록 회답을 주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특조위 설립준비단 내부자료가 해수부에서 파견된 실무지원단 공무원에 의해 청와대와 정부, 여당, 경찰에 유출되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했다.

  • 이태경
  • 입력 2015.03.25 15:48
  • 수정 2015.05.25 14:12
ⓒ연합뉴스

세월호 사건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인재의 예방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는 그러나 사고의 예방에 철저히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세월호에서 채 피지도 못한 아이들이 숨져 갈 때도 완벽히 무력했다. 사고의 예방과 사고 발생 후 구조에 완전히 무능했던 정부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에도 이해할 수 없을만큼 소극적이었다.

세월호 유족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애원, 세월호 유족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이른바 세월호특별법(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의 성에 차지는 않는 특별법이었지만,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특별법을 수용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는 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포함해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알 길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흘린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세월호를 잊은 것처럼 보였고, 여당의원부터 대형교회 목사들을 거쳐 일베충들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유족들과 희생자들에 대한 패륜적 공격이 사방에서 이뤄졌다.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비난하고, 단죄하는 일들이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짐승의 세계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정식출범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제안한 인원 및 예산(특조위 설립준비단은 위원회의 규모와 예산을 120명과 192억원으로 정한 직제·예산과 시행령안 등을 정부에 넘긴 바 있다. 사업비는 이미 38%나 축소한 상태다.)에 대해 한 달이 넘도록 회답을 주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1주기 전 세월호 특위 출범, 정부에 달렸다")

최근에는 심지어 특조위 설립준비단 내부자료가 해수부에서 파견된 실무지원단 공무원에 의해 청와대와 정부, 여당, 경찰에 유출되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했다.("세월호 특조위 내부자료, 당·정·청·경찰에 유출"). 해당 공무원의 행위는 특조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한 파렴치한 짓이다. 일개 공무원이 스스로 이런 일을 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 게 대통령의 특기임을 모르진 않는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체계적 대책을 마련할 의지가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정부와 여당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거듭되는 것인가? 대통령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 여당 의원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알아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인가? 대통령은 이런 작태들을 보고만 있을 건가?

박근혜 대통령의 명확한 답변을 기대한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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