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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불분명하고 핵심 비껴간 '안심전환대출'

정부가 이번에 시행하는 '안심전환대출'을 보면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고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거의 다 주고 있으니 마치 환부는 점점 더 곪아가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두고 그 옆에 있는 건강한 살에 영양크림 바르는 격이다. '안심전환대출'은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부채문제도 최소의 비용으로 개선할 수 있다.

  • 이동걸
  • 입력 2015.03.25 10:55
  • 수정 2015.05.25 14:12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대책이라고 '안심전환대출'이란 것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기존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나누어 갚는' 새 대출로 전환해주는 것으로 정부는 2015년 중 총 20조원을 한도로 운영하되 우선 5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더니 24일 시작 첫날부터 인기가 폭발했다. 은행 문을 열기도 전에 신청자가 줄을 서더니 하루만에 약 3만건 4조원 가까이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언론보도 말마따나 '광풍'이다.

인기폭발? 당연하다. 새 대출이자가 1∼1.5% 싸고 또 중도상환 수수료 같은 불이익 일체 없이 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하니 인기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전환대출 액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당 한도가 5억원이니 금리차이로 볼 때 적게는 100만원 이하에서 많게는 4∼500만원 또는 그 이상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요새 같은 흉년에 이게 웬 떡이냐'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단순히 인기 폭발했다고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 '안심전환대출'은 정책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대증적 처방대책이다.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책적 노력과 비용을 엉뚱한데 쏟아 붓고 있다. 이것으로는 절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위험을 완화할 수도 없다.

정부가 이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와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대부분 변동금리이고 상환방식도 이자만 내고 원금은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방식의 단기대출이다.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갚다보니 가계부채는 자꾸 늘어만가고, 또 원금상환이 몰리는 시기에는 가계부채문제가 집단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이 커진다. 더욱이 변동금리방식이므로 앞으로 이자율이 오르면 이자부담이 과중해져서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변동금리 또는 만기일시상환방식으로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는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을 상당부분 고정금리 장기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필자 생각에 여기에 이견을 달 전문가는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과거 그렇게 주장해왔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장기분할방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지금 가계부채문제 해결을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인가 하는 점과 이번에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의 정책디자인과 집행방식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첫째, 대출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상당한 금액의 저금리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 수혜대상이 잘못되어 있다. 합리적인 정책목적 하에 선정된 특정집단에게 그 혜택이 집중되도록 정책을 집행해야 가계부채문제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 46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전체에 대해서 저금리 전환혜택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거의 모든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실시한다면 선착순 방식으로 배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운이 좋아(아니면 발이 빨라서) 전환대출의 저금리 혜택을 본 가구들은 좋겠지만 정부가 제한된 재원으로 이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라면, 따라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자가 한정되어 있다면 당연히 그 혜택은 이런 혜택이 가장 필요한 가계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저금리 혜택으로 부실화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저소득 한계가구, 경제적으로 자립기반을 쌓고 있는 신혼부부, 또는 다자녀 가구, 은퇴창업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주 등에 저금리 혜택이 집중될 수 있도록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 무차별적 정책집행은 공평한 것이 아니라 정책의 기본조차 안 됐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둘째, 주택담보대출을 원금분할 상환방식으로 많이 전환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률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고 가계의 부담능력에 맞춰 장기적으로 서서히 추진해야 한다. 지금 겨우 이자만 갚고 있는 저소득 한계가계의 경우 원금을 분할 상환토록 하면 오히려 연체만 늘 뿐이다. 따라서 저소득 가계에게는 안심전환대출이 그냥 '그림의 떡'이 되고 말 것이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이자부담이 좀 낮아지지만 당장 원금을 분할상환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행 방식대로라면 안심전환대출은 원금을 분할상환할 능력이 있는 중·고소득층 가계, 즉 연체위험이 별로 없는 가계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다. 그러니 가계부채문제 개선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방법을 바꿔야 한다. 저소득 가계의 경우 일정기간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탄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 저금리 혜택을 줌으로써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모든 대출자에게 처음부터 원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자력으로 분할상환을 할 수 있는 중·고소득층 가계에게는 저금리 혜택을 중단하고 다른 정책수단을 이용해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가계부채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대출(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신용대출 등)보다 안전한 편이고, 은행권 대출이 비은행권 대출보다 안전한 편이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중에서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가장 부실화 위험이 낮은 부분이다. 이 부분은 전체 가계부채의 약 1/3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부의 안심전환대출은 상대적으로 '더 안심'되는 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덜 안심'되는 가계부채를 먼저 구조개선해서 '더 안심'되게 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덜 안심'되는 2/3는 뒷전으로 밀려있다.

넷째, 가계부채문제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문제다.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한다, 가계부채관리협의체를 만든다 하며 부산을 떨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 빗 내서 집 사라고 서민들을 부추겨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흥분제와 안정제를 섞어서 처방하는 돌팔이 의사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정부행태에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시행하는 '안심전환대출'을 보면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고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거의 다 주고 있으니 마치 환부는 점점 더 곪아가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두고 그 옆에 있는 건강한 살에 영양크림 바르는 격이다. '안심전환대출'은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그래야 가계부채문제도 최소의 비용으로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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