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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성폭행' 라디오 사연 보냈던 큰딸은 결국...

  • 원성윤
  • 입력 2015.03.24 16:45
  • 수정 2015.03.24 16:50
ⓒShutterstock / Chepko Danil Vitalevich

2013년 5월 MBC라디오 ‘여성시대’로 사연 한 통이 배달됐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힘겹게 살아온 한 20대 여성이 라디오를 들으며 힘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년 뒤 이 여성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 동생마저 언니를 뒤따라 가려다 자매의 억울한 사연이 드러났다.

지난 2월 6일 경찰은 한남대교 난간에 매달려 있던 한 여성(24)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이 여성이 13살 때부터 3년간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겪어 온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이 여성의 언니는 4살 때부터 14년 간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25살이던 지난 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도 확인했다. 구조된 여성과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 일이라 생각하며 자포자기했으나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수사 끝에 19일 친아버지 김아무개씨(54)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두 자매를 어린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괴롭혔다. 김씨는 아내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빠와 함께 하는 병원 놀이”라며 딸들을 성추행했다. 자살한 큰딸은 4살 무렵 친할머니에게 아버지의 성추행 사실을 알렸으나 오히려 할머니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고아원에 보내겠다” 협박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2006년 아내와 이혼 한 뒤에도 “반항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성폭행을 계속했다.

큰딸은 성년이 되던 해 비로소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상담소를 찾는 등 어렸을 적 아픈 기억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중증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이겨내기 쉽지 않은 상처였다. 결국 유서에 “나 먼저가요. 소풍가는 거야. 엄마는 동생과 딱 50년, 60년씩만 더 살다 오라”고 적고 세상을 떠났다. 언니 뒤를 따르려다 구조된 둘째 딸은 현재 어머니와 함께 전문 심리치료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자매의 소식을 접한 ‘여성시대’ 제작진은 “이야기를 전해듣고 업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무실 분위기가 침통했다. 2013년 사연이 전파를 탄 뒤 주인공으로부터 한번 더 답장이 왔는데, 새로운 생활을 위해 상담과 치료에 집중한다는 의욕적인 내용이라 곧 힘을 내리라 생각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박미혜 경감은 “친족 성폭력을 경험할 경우 피해자 스스로 자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숨기지 말고 가까운 지역 해바라기센터 등에 도움을 청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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