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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벨기에 사람"

  • 남현지
  • 입력 2015.03.22 12:50
  • 수정 2015.06.01 14:03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예능·클럽DJ 종횡무진…"지금의 인기 선물이라 생각"

기후환경 서울총회 홍보대사…"조금이라도 좋은 영향 끼치고파"

2004년 열일곱 살이던 그는 충남 서천군 기산면의 동강중학교 학생이 됐다. 벨기에에서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국제 연합단체 로터리클럽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발탁돼 한국으로 날아온 것이다.

한국말은 하나도 몰랐다. 한국땅을 밟는 순간부터 거침없이 익히기 시작해 동강중학교에서 수학 등 일반 과목을 4개월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배웠고, 그러다 "시골 생활이 너무 심심해서" 상경했다.

서울 강남에서 홈스테이하면서 그는 경기 용인 송담대에서 컴퓨터를 공부하며 한국 생활을 이어갔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조립 아르바이트를 했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면서 IT에 대한 관심을 키웠어요. 그래서 로터리클럽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IT 강국 한국을 일본, 브라질과 함께 희망 국가로 써냈죠. 당시 제가 한국을 지원한 최초의 학생이었어요."

'외국인 방송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벨기에 출신 줄리안 퀸타르트(28)를 최근 광화문에서 만났다.'

'비정상회담'을 통해 스타로 부상하고, 여세를 몰아 최근 다른 외국인 방송인들과 자신의 벨기에 집에 촬영차 다녀온 줄리안은 KBS 2TV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1980년대 팝스타 레이프 가렛을 연기했고,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그에 앞서 SBS 드라마 '떴다 패밀리'에도 출연했고, KBS라디오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패널로도 활동했다.

그는 또 지난 10일에는 세계 지방정부 네트워크인 이클레이(ICLEI)가 주최하는 기후환경 서울총회(4월 8~12일)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클레이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문제와 지속가능한 도시의 다양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87개국 1천200여 개 회원도시의 시장 등 관계자들이 모이는 행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서울신청사에서 2015년 이클레이 세계도시기후환경총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왼쪽)와 로빈 데이아나(오른쪽), 어린이 홍보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2008년부터 강남 클럽에서 DJ로 활동한다. 내 직업은 DJ"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생활 11년.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잘생긴 벨기에 청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부모님이 세상을 배우고 오라 했어요"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한국에 온 것은 "세상을 배우고 오라"는 부모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대학을 좀 늦게 가도 되니 외국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벨기에 만화 대표작 중 '틴틴' 시리즈가 있는데 중국 티벳 편을 보면서 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친한 친구 중에 한국 혼혈 친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국도 알게 됐죠."

1년 계획으로 한국에 왔던 줄리안은 귀국 3주 전 SBS TV '잘먹고 잘사는 법'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방송을 탔는데 그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벨기에에 갔다가 3개월 후 다시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잘먹고 잘사는 법' 고정 출연에 이어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앵두야 연애하자', 드라마 '날아오르다', 뮤지컬 '춘향전'에 출연했고 광고 모델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살이를 하게 됐다.

"고시원에서 살았어요.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며 연예인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죠. 그러다 DJ를 하면서 자리를 잡게 됐어요. 벨기에에서도 밴드활동을 했는데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DJ는 음악을 남들과 공유하는 일이라 즐거워요. 또 저는 DJ를 하면서 음악을 통해 힐링을 합니다."

그는 겁도 없이 일찍부터 외국 생활을 한 것에 대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다 보면 뭐든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도전해서 안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하고 싶었던 일을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멍청이처럼 희망적이다"며 웃었다.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벨기에 사람"

그렇게 지내던 그는 지난해 '비정상회담'을 만나며 '외국인 방송인'으로 다시금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방송에서 외국인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한정됐어요. 한국의 모든 것에 대해 마냥 신기해하는 모습이죠. 이번에 섭외가 왔을 때도 그런 비슷한 콘셉트가 아닐까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출연했죠."

줄리안은 그러나 지금의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안다.

"제가 이런 반응의 유경험자라 지금의 인기가 거품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과연 지금의 사랑이 얼마나 갈까 싶죠. 어느 날 제가 안 보이면 금세 잊히거든요. 지금 연예인 대접을 받지만 저는 외국인이고 생명력은 짧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의 인기를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초대해주시는 것을 즐겁고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는 한국을 무척 사랑하는 벨기에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되고픈 건 아니에요. 거기서 오는 역할의 한계가 있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본업인 DJ를 지키면서 재미있는 일이 들어오면 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에게 벨기에 자랑을 요청했다.

"벨기에 속담에 '자기 스스로를 비웃을 줄 아는 사람이 평생 즐거울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벨기에 사람들은 벨기에가 최고라고 말하지 않아요. 남들이 보기엔 애국심도 별로 안 강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벨기에에 직접 가보면 결코 비웃을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남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비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벨기에식 타협이라는 말도 있는데 논쟁을 하다가도 모두가 이긴 것처럼 끝내는 거예요. 비겁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모두에게 좋은 거라는 거죠. 벨기에 사람들은 위트도 있고 정도 넘칩니다."

SNS 팔로어 30만…"조금이라도 좋은 영향 끼치고파"

그는 이클레이 기후환경 서울총회의 홍보대사가 된 것을 "큰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제가 다큐를 즐겨보는데 그것을 통해 예전부터 기후변화, 환경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기후변화는 이제 더이상 부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외국인 친구 두 명과 함께 사는데 집에서도 제가 에너지 절약 등에 관해 짜증 날 정도로 친구들에게 잔소리해요.(웃음) 그런 제게 기후환경 홍보대사 제안이 왔으니 너무 좋았죠. 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팔로어가 30만 명이에요. 웬만한 도시 시장보다도 많다고 친구들이 말하는데, 제가 그것을 통해 뭔가 유익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라고, 그것을 통해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 드리고 싶어요."

줄리안은 "나는 돈도, 옷도 많이 필요 없다. 그래서 협찬받은 옷도 대부분 기부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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