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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멸종' 미스터리가 풀렸다

ⓒgettyimageskorea

미국 플로리다 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에서 서식하던 습지토끼들이 멸종되는 미스터리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번식력이 뛰어나 개체 수가 많았던 습지토끼들이 최근 몇 년간 자취를 감추더니 최근에는 아예 멸종됐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내 서식하는 생태계 사슬 중 최상위층은 코요테와 들고양이들이지만, 이들이 습지토끼를 멸종시키지는 않았다는 게 국립공원 측의 설명이다.

로버트 맥클리 플로리다대 야생생태학 교수는 "이 국립공원은 광활한 지역으로 습지토끼가 멸종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습지토끼를 한 마디로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맥클리 교수가 이끄는 야생생태학팀은 습지토끼의 '멸종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우선 1980년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 처음 도래한 버마왕뱀들에 주목했다.

버마왕뱀은 인도왕뱀 가운데 가장 크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6종의 뱀 중 하나다. 길이 7.6m, 무게 180kg까지 자라며 일생동안 성장하고 척추가 많아 길이 성장을 계속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육식성으로 새와 포유류를 잡아먹으며, 날카로운 이빨은 뒤쪽으로 구부러져 있어 먹이를 꽉 물 수 있고 몸으로 먹이를 죄어 질식시켜 죽인다. 번식력도 뛰어나 현재 국립공원 내 15만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맥클리 교수팀은 이들이 습지토끼들을 전멸시킨 '주범'이라는 가설을 입증할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2012년 9월 인근 지역에서 포획한 습지토끼 95마리의 다리에 무선표지를 부착한 뒤 이들 중 일부는 버마왕뱀들이 서식하는 국립공원에, 나머지는 버마왕뱀들이 없는 국립공원 외곽지역에 각각 풀어놓았다.

실험이 시작된 이후 첫 열흘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습지토끼 15마리가 죽고, 나머지 10마리는 실종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9개월이 지난 뒤 죽은 습지토끼 68마리를 분석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버마왕뱀들이 서식한 지역에 풀어놓은 습지토끼의 77%를 버마왕뱀들이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요테나 들고양이에게 먹힌 습지토끼는 단 한 마리에 불과했다.

버마왕뱀들이 없는 국립공원 외곽 지역에 풀어놓은 습지토끼의 71%는 코요테와 들고양이들에 희생됐으나, 전멸까지는 아니었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습지토끼들을 멸종시킨 장본인은 코요테와 들고양이가 아닌 버마왕뱀이었던 것이다. 버마왕뱀들은 습지토끼들의 새끼까지 잡아먹는 공격적인 포식성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버마왕뱀들이 나무타기의 명수인 데다 수영을 잘하고 반시간 이상 잠수해 버틸 수 있어 포획하기가 어려운 상대여서 이들을 축출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번 주 '로열 소사이어티B 학회 회보:생물학'이라는 영국 학회지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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