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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에 당했던 유대인, 히틀러 닮아가는 네타냐후

  • 김병철
  • 입력 2015.03.20 17:36
  • 수정 2015.03.20 17:37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 텔아비브에 있는 리쿠드당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선에서 집권 리쿠드당은 이츠하크 헤르조그 노동당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시오니스트연합에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뒀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정의길의 세계만사⑤

이스라엘은 나치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나치에 의해 인종주의로 학살당한 유대인의 이스라엘이 그 수법을 답습해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역사의 역설이자,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17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은 선거의 추악함을 끝장판으로 보여줬습니다. 여기에서 이스라엘은 나치 독일의 풍경을 재현했습니다.

이 선거에서 보수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예상을 뒤엎고 낙승했습니다. 선거 직전 네타냐후는 몇십 년간 중동 평화협상의 산물인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약속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아랍계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부정하는 인종주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발언들은 이스라엘의 보수우파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으로 표를 던지게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애초 야당인 시오니스트연합의 우세가 점쳐지던 총선은 막판에 판세가 뒤집어졌습니다.

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여러 전략과 전술을 씁니다. 그 중에서도 갈등 사안에서 자신의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극단적 발언과 공약을 토해내, 갈등구도를 극대화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과 전술은 일반적입니다.

네타냐후의 이 발언들은 단순히 자신의 지지층 결집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이스라엘 안에서 커지는 위험하고 추악한 빈부격차와 불평등 등 불만을 가리려는 것이었습니다. 네타냐후는 나치가 했던 수법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나치가 국내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학살한 인종주의를 네타냐후는 원용했습니다.

먼저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보지요.

네타냐후는 자신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 카지노 재벌 셸던 애덜슨이 소유한 한 웹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영토를 비워서 (그곳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과격한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영토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좌파들은 계속적으로 모래에 머리를 묻으며 이를 무시하나, 우리는 현실적이고 이를 알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총리로 선출되면 팔레스타인 국가는 수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냐는 질문에 “확실하다”고 확답했습니다.

네타냐후는 또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아랍계를 향한 인종주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익 지배가 위험에 처했다”며 “아랍 유권자들이 거대한 떼를 지어 투표소로 몰려가고 있다”고 아랍계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부정하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아랍계 유권자들이 좌파 단체에 의해 비둘기 떼처럼 버스로 실려가고 있다며 “좌파에 유리하게 이스라엘 국민들의 진정한 의지가 왜곡되고 과격한 아랍계 정당에 과대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국내에서 나온 비판대로 “뻔뻔한 인종주의” 발언입니다.

앞서 그는 밖으로도 도발적인 언사를 퍼부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타도하려는 사악한 시도가 해외에 근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과 맞서는 중동의 이슬람주의 세력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사실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를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최근 중동 평화협상과 이란 핵협상을 놓고, 자신과 사이가 틀어지자 이런 공격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네타냐후는 선거에 앞서 대담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번 선거는 정기 총선이 아니었습니다. 네타냐후가 스스로 내각을 해산하고 총선을 자처했습니다. 꼭 치러야 할 선거는 아니었습니다. 연정 내부에서 알력이 벌어지자, 내각을 해산하고 집권 기반을 더욱 다지려는 선거였습니다. 하지만, 당초 낙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네타냐후 집권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에다가 서민 생활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높은 생활비와 커지는 빈부격차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야당인 중도 좌파 시오니스트연합이 선거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은 그 자체가 거대한 유대인 재산 약탈 행위였다. 유대인들을 게토로 내몬 다음 그곳에까지 들어가서 귀중품을 빼앗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 사진

이스라엘은 현재 선진경제국가 중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하나입니다. 협동농장인 키부츠로 상징되는 공동체주의와 평등한 사회라는 이스라엘의 모습은 허구에 불과합니다.

애초부터 키부츠에 사는 인구가 1%에 불과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집권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의 가속화로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지배하는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대기업과 상위 1%의 소득자들에 의해 지배되는 이스라엘 사회와 경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자세히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몇 가지 통계만 밝히죠. 이스라엘 중앙은행인 이스라엘은행에 따르면, 약 20개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들이 이스라엘 증시에 상장된 기업가치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 등 재벌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서는 아직 양호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역시 특정 가문이 순환출자 등으로 문어발식 지배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습니다.

‘룩셈부르그 소득 연구’ 자료에 따르면, 중간소득의 절반 이하로 사는 인구는 그 사회에서 상대적 빈곤의 기준이 됩니다. 이스라엘에서 그 인구는 1992년 10.2%에서 2010년 20.5%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빈곤 아동 비율은 7.8%에서 27.4%로 거의 4배로 늘었습니다. 이런 빈곤 증가율은 선진국가 중에서 최악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부익부빈익빈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겉으로는 화려하나 속으로는 곪아터졌습니다. 이 시대를 금으로 도금을 했다는 뜻의 ‘금박시대’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는 오늘날 이스라엘의 모습을 ‘이스라엘의 금박시대’라고 비판했습니다.(http://www.nytimes.com/2015/03/16/opinion/paul-krugman-israels-gilded-age.html)

더 큰 문제는 네타냐후 정부가 이런 불평등을 치유할 아무런 정책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불평등 완화와 빈곤 퇴치에서 이스라엘은 선진국 중 최악이라고 크루그먼은 지적했습니다.

고물가와 빈부격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총선이 발표되자 야당이 앞서나가는 것은 당연했죠. 당황한 네타냐후는 대중들이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선거전략을 썼습니다. 먼저,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핵협상입니다. 이란 핵협상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을 선거 이슈로 삼기 위해 미국의 안방까지 쳐들어갔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의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한 것입니다. 미국 내의 막강한 유대인 로비단체의 힘을 빌어서,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따낸 것이죠.

외국 원수가 다른 나라의 의회에서 그 나라 행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이고, 전례가 없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의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런 도발에도 불구하고 선거 판세에서 네타냐후를 열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17일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인근의 한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승인한 유대인정착촌 추가 건설과 토지 몰수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멱살을 붙잡으며 제압하고 있다. 베들레헴/신화 연합뉴스

네타냐후는 결국 극약처방을 빼들었습니다. 앞에 소개드린 것처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부정’과 ‘인종주의 발언’입니다. 이는 보수강경파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술이었습니다. 극우 성향의 유대가정당(Jewish Home Party)이라는 지지층을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대가정당은 현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될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사활을 거는 정당입니다. 즉, 정착촌 주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정착촌 문제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최대장애물입니다.

선거 결과는 유대가정당이 12석에서 8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가 13석에서 6석으로 주는 등 극우성향의 정당들 표가 잠식되며,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쪽으로 갔습니다. 리쿠드당은 18석에서 30석으로 늘었습니다.

리쿠드당은 줄어든 극우정당의 의석만큼 의석이 늘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극우정당의 의석이 준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강경의 리쿠드당이 이 극우정당 지지층을 포섭함으로써 이제는 집권당이 극우 쪽으로 더욱 다가가게 됐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최대 장애물인 유대인 정착촌 문제를 더욱 풀기 힘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네타냐후는 2009년 팔레스타인독립국가 공약,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가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지키겠다고 공식 선언하고도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정착촌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썼습니다.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될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유엔 등 모든 국제사회가 규정해도 네타냐후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 유대인 정착촌에 누가 가고, 누가 살고 있을까요? 이스라엘의 유대인 부자들이 갈까요? 아닙니다. 가난한 유대인들이 갑니다. 정착촌 확대는 이스라엘에서 퍼지는 빈부격차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층민들이 갑니다. 이는 이스라엘 하층민들을 달래고, 자신들의 지지층으로 만들기 위한 수법입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과거 나치가 유대인에게 했던 수법입니다. 나치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독일 민중을 부추겼습니다. 유대인들의 재산을 빼앗고, 또 동방으로 진출해 그 땅에 독일인들을 이주하는 식민정책을 구상했습니다.

지금 네타냐후 정부가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은 나치의 그런 정책과 다름 없습니다. 가난한 유대인들을 위해 국내의 빈부격차와 높은 물가를 해결하려는 시도보다는, 밖으로 눈을 돌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아가야 할 땅을 빼앗는 것입니다.

나치가 유대인들의 재산을 빼앗고 동방의 땅을 침략해 독일 하층민을 달랜 것처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하층민에게 나눠주며 불만을 달랩니다. 그리고 그 하층민을 자신들의 열렬한 보수강경 지지층으로 만들어 갑니다. 이건 바로 나치의 수법입니다.

네타냐후는 이번 선거에서 인종주의 발언도 서슴지 않음으로써, 이제 그 나치 수법에 화룡정점을 한 것이죠. 네타냐후는 지난해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법을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나치 독일이 아리안족의 국가로 규정한 것을 흉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나치를 닮아가는 조짐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유대인 하층민은 ‘게토’라는 고립된 빈민지구에서 살아가며 유럽인들의 멸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게토는 단절된 빈민가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건설될 서안 지역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금 게토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대인 정착촌들이 여기저기 들어서고, 이 정착촌들을 잇는 도로 때문에 팔레스타인 주민 마을은 고립되고 단절된 빈민지구로 바뀌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지금 자신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멸시받으며 살던 게토를 주변에 만들어 놓고, 다른 민족 주민들을 몰아넣고 있습니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 도심에 있는 바르도 박물관에서 18일 무장괴한 2명이 외국인 관광객 18명을 포함해 21명을 살해하고, 출동한 경찰과 군에 의해 사살됐다. 이슬람국가(IS)는 이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밝혔다. 튀니스/AP 연합뉴스

네타냐후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부정과 아랍 주민들을 멸시하는 인종주의 발언을 이스라엘의 국내 문제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그 대가는 이스라엘 주민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주민, 더 나아가 중동 전역의 주민과 세계의 시민 모두가 부담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시작된 중동의 유혈분쟁에 의해 지금 중동 한가운데에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세력의 영역이 확보된 것을 보십시오. 이슬람국가는 과연 아랍 주민들과 이슬람주의 자체만의 책임일까요?

이스라엘과 유대인 우파들은 자신들을 비판하면 ‘반유대주의’라고 반박합니다. 이 반유대주의를 바로 나치와 동일화시킵니다. 서방에서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비판하면 바로 나치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누가 나치를 닮아가고 있습니까? 이스라엘은 분명 나치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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