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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위주로 의원정수를 늘리고, 의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덧붙여 모든 의원들에게 변호사 1명과 회계사 1명을 보좌관으로 추가 채용할 권한을 주자. 의원이 늘어나고 의원을 보좌할 전문가들이 보강돼야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효율적 통제와 감시가 가능하다. 그 최대수혜자는 단연 힘 없고 배움 짧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의사가 소용 없는 것처럼, 힘세고 강한 자들에겐 정치가 굳이 필요 없다.

  • 이태경
  • 입력 2015.03.23 06:04
  • 수정 2015.05.23 14:12
ⓒ연합뉴스

단도직입으로 묻자. 국회의원 정수를 지금보다 늘려야 하는가? 아니면 줄여야 하는가? 당연히 늘려야 한다. 마침 심상정 의원이 야심찬 선거제도 혁신안을 내놓았다.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선거제도 혁신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비례대표 위주(현행은 지역구 246명, 비례 54명 합계 300명인데 심상정안은 지역구 240명, 비례 120명 합계 360명으로 의원정수를 늘리고 지역구와 비례의 비율을 2 : 1로 조정하자는 것이 요지)로 늘리고 총비용은 세비삭감 등을 통해 동결시키자는 것이 핵심이다. 심상정 의원의 선거제도 혁신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제안을 과감히 해야 했고 그 역할을 심상정 의원이 맡았다. 한국사회에서 국회의원은 온갖 추문과 부패와 무능과 싸움의 대명사처럼 인식된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질타에만 귀 기울이고, 국회의원들의 머리 위에 드리운 어둠에만 주목하는 건 어리석고 위험하다.

세상 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말은 헌법전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이건희와 조중동 사주 일가와 검찰과 고위 관료와 조용기 같은 대형교회 목사들에게 있다. 이들이 특권과두동맹을 형성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한다. 특권과두동맹에 속한 이들은 선출되지 않고(따라서 교체가능성도 없고), 언론의 감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우며, 전체 시민의 이익에 둔감하다.

한국사회에서 특권과두동맹을 견제하고 제어할 힘은 압도적으로 정치권력에게 있다. 정치권력의 대표선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다. 다행히도 시민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자, 많이 배운자와 배움이 짧은 자, 힘이 센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리지 않고 1인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언론 등으로부터 이중삼중으로 견제받고 감시당하며, 자칫하면 교체(국회의원의 경우)당한다. 힘 없고,가진 것 적고, 배움 짧은 시민들이 유일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이다. 특권과두동맹에 속한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힘 없는 시민들의 눈치를 보며,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면 시민들이 선택해야 할 바가 자명해진다. 시민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해 특권과두동맹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행 소선거구 1위 대표제가 이를 제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의원정수(의원 정수, 전문가 "늘려야"...여론은 "이대로", 국회의원 1인당 인구 수가 적을수록 복지국가?), 지역구 위주라 세대, 계층, 직능 등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따라서 소수자는 정치적으로 자신들을 대표할 정당을 만들 수 없다는 점(지역구 246명 : 비례 54명),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해 대량의 사표가 발생하고 표의 등가성이 훼손되는 점(54.7% 득표로 의석 95%...승자독식 선거제 개혁해야) 등이 현행 소선거구 1위 대표제가 지닌 문제점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치명적 문제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교정할 힘이 있는 새누리당과 새민련이 정작 이를 교정할 생각은 별로 없다. 소선거구 1위 대표제의 최대 수혜를 새누리가, 그에 조금 못미치는 혜택을 새민련이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 1위 대표제 하에서는 대표와 책임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으며, 지역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선거 결정요인일 수밖에 없고, 국가적 어젠더를 둘러싼 정당들 간의 경쟁이 불필요하고, 거대 양당 구조가 온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선거제도 하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사람들은 정치가 절실히 필요한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위주로 의원정수를 늘리고, 의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혁신되어야 정당정치가 복원되고, 비이성적 지역구도가 완화되며, 세대와 계층과 직능을 대표하는 정당들끼리의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다. 산적한 정치현안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보다 중요한 것도 그닥 없다.

덧붙여 모든 의원들에게 변호사 1명과 회계사 1명을 보좌관으로 추가 채용할 권한을 주자. 의원이 늘어나고 의원을 보좌할 전문가들이 보강돼야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효율적 통제와 감시가 가능하다. 그 최대수혜자는 단연 힘 없고 배움 짧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의사가 소용 없는 것처럼, 힘세고 강한 자들에겐 정치가 굳이 필요 없다. 정치는 가난하고 배움 짧은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반정치나 정치과잉을 선동하는 자들을 경계하라. 그들은 결국 힘세고 돈 많은 자들의 이익에 복무한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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