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회복지서비스, 더 이상 감정에만 호소하지 말고 증명하라.

내가 일하는 단체인 [함께걷는아이들]은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오케스트라 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가 주로 듣는 얘기는 '너희 단체 이미지는 너무 밝고 즐거워서 모금하긴 힘들겠다.' '애들이 너무 예뻐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등등이다. 아이들을 불쌍하게 보이게 해서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아이들이 음악으로 얼마나 성장했고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 역시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정확한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 유원선
  • 입력 2015.03.23 10:18
  • 수정 2015.05.23 14:12
ⓒ함께걷는아이들

불쌍한 표정의 힘들어 보이는 아이의 사진.

다 쓰러져가는 열악한 집.

유명 연예인이 아이를 보며 눈물을 뚝 흘리는 모습.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러한 사회복지단체들의 홍보는 '이래도 지갑을 안 열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이미지로 후원금을 모집한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아 너도나도 이제 모금하려면 해외사업을 안 할 수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사회복지계를 떠돈다.

그러한 가운데 내가 일하는 단체인 [함께걷는아이들]은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오케스트라 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가 주로 듣는 얘기는 '너희 단체 이미지는 너무 밝고 즐거워서 모금하긴 힘들겠다.' '애들이 너무 예뻐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등등이다.

아이들을 불쌍하게 보이게 해서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아이들이 음악으로 얼마나 성장했고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 역시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정확한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 평가가 2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비록 이러한 노력이 감정에 호소하는 자극적인 한 장의 사진보다 모금효과는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이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의 후원자들도 이제는 홍보대사 얼굴과 눈물의 호소에만이 아니라 사업 성과를 찾아보고 의미 있는 사업에 후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리라 기대하면서.

<함께걷는아이들 음악사업인 '올키즈스트라' 단원들의 제주국제관악제 공연모습>

본론으로 들어가서,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것이 아이들을 정말 성장시켰을까?

음악이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취약계층 아이들 중 악기를 배우거나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아동 362명, 음악하지 않는 아이들 252명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사전(2013년 3월)에 비해 사후(2014년 5월)에 음악하는 아이들이 음악을 하지 않는 아이들에 비해 자존감이나 친구관계가 더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존감의 경우 음악하기 이전에는 5점 만점에 3.25점, 3.21점으로 유사했던 두 집단이 음악 프로그램 이후에는 음악에 참여한 아이들이 3.38점, 음악을 안 한 아이들은 3.17점으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게 다른 집단으로 나타났다. 친구관계 역시 사전에는 3.44점, 3.38점으로 유사한 집단이었으나 사후에는 음악에 참여한 아이들이 3.53점, 음악에 참여하지 않은 아이들은 3.37점으로 음악에 참여한 아이들만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은 아이들을 변화시킨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였지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밝혀낸 결과이다.

두 번째로는 음악이 아이들의 지능(IQ)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다. 악기를 처음 접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사전(2013년 4월)에 42명을 지능검사(웩슬러검사 WISC-Ⅲ)하였고 사후(2014년 7월)에 지속하고 있는 아동 29명을 다시 검사하여 사후-사전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지능점수는 크게 '언어성'과 '동작성'으로 나뉘는데 음악에 참여한 아이들은 '동작성'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 '동작성' 중에 특히 '차례맞추기'와 '토막짜기'에서 향상을 나타내고 있어 음악을 통해 추상능력, 공간관계, 시각-운동 협응능력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지능이 높아진다는 것은 설마일까 하였는데 이렇게 입증이 되니 우리 스스로도 신기하다.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아이들을 가까이서 만나기 때문에 어떠한 서비스들이 아이들을 변화시키는지 몸으로 체감한다. 그래서 후원자를 만나기만 하면 붙잡고 우리 oo이가요..하며 아이들 이야기를 늘어놓기 일쑤이다. 생전 어려운 아이들은 만나본 적 없는 후원자들은 그런 이야기가 통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이제는 사회복지서비스도 증명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인정에, 감정에, 양심에만 호소하지 말고 어떠한 것이 좋고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 데이터로 말해주자. 그것이 사회복지가 새로운 차원의 후원자를 만나는 길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