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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언론로비' 전담조직 신설 추진중

  • 허완
  • 입력 2015.03.20 05:58

정부 정책에 관한 홍보 전반을 관장해온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최근 언론사 간부 출신을 채용해 언론인 대면 접촉과 보도 협조 요청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언론협력관 직제를 새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 학자들은 언론협력관의 보도 협조 요청이 상황에 따라 언론사에 대한 압박·회유로 변질되는 등 보도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정부 관계자는 “국민소통실이 지난 연말부터 언론담당협력관(가칭) 직제를 만드는 계획을 검토해 최근 조직구성 등에 대한 기본안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직제에는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등을 전담하는 언론 출신 협력관 3명과 지원 인력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언론협력관은 임기 2~5년의 전문임기제 계약직(국장급)으로 언론사 간부 출신 퇴직자들 가운데 적임자를 한두 달 안에 공모 또는 추천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국민소통실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계동 국립극장 분관 등지에서 협력관들이 활동할 사무실을 물색 중이다. 국민소통실이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직보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 이 계획은, 외부는 물론 문체부 다른 국·실에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당시의 모습. ⓒGettyimageskorea

문체부 쪽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기자들을 수시로 만나 보도가 예상되는 정책 현안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며 “계약직이기 때문에 1년마다 한번씩 정부의 승인을 받아 임기를 연장하는 한시 직제”라고 밝혔다. 또 “홍보 전문가도 채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소통실 핵심 인사는 “업무에 매인 공무원들이 언론사 입장을 교감하며 소통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종교계 인사들을 종무관으로 영입해온 관행처럼 언론을 아는 전직 언론인들을 정책소통에 활용해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인사개입설, 기관장 낙하산 논란, 인사 난맥상이 잇따라 대서특필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확산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게 문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언론학계 전문가들은 협력관제 신설이 목적, 기능 등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을 공개하고 설명하는 공보 기능과 달리 언론사 간부·기자들을 사석에서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로비활동’이 주된 업무이기 때문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인 출신들이 기관원이 되어 언론사를 출입하고 기자들을 계속 만나는 행위 자체가 비정상적인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이라며 “보도 협조 요청은 언론사나 언론인의 개별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압박이나 회유로 변질될 수 있고, 음성적으로 보도 내용을 사전 조율할 여지도 있어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 보도지침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문화공보부 홍보조정실도 전직 언론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보도 내용을 사전 조율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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