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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ECB를 점령하라! 화염 치솟은 대규모 시위현장

  • 허완
  • 입력 2015.03.19 12:19
  • 수정 2015.03.19 12:41

"유럽중앙은행(ECB)을 점령하라!"

1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ECB 새 청사 개관식을 계기로 진보·좌파 색채의 시민단체 90개가량이 이끄는 시위대가 청사 주변으로 결집했다.

유럽 도시 30여 곳에서 집결한 이들은 초국적 자본의 지배 반대 같은 일반적 자본주의 비판에서부터 유럽연합(EU)·ECB의 민주화, 유럽 부국과 빈국의 격차 해소, 긴축 재정 철폐 같은 세부적 주장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이번 연합 시위에 가세했다.

현지 경찰과 시위를 주관하는 쪽은 이날 1만 명이 현장에 모여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경찰 추산으로 3천 500명, 시위 주최 측 추산으론 7천 명이 모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개관식이 예정된 오전 11시보다 훨씬 이른 오전 6시부터 청사 주변에 모여 건물 진입을 막아섰다. 일부 시위대는 신청사 건물 외벽으로 올라가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죽인다'라는 글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찰은 살수차와 헬기까지 동원한 채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쏘면서,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경찰차 7대가 불에 탔고, 경찰관과 시위자 각각 90명과 100명 안팎이 다쳤다. 경찰은 시위자 약 550명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누구라도 ECB와 같은 기관을 비판할 권리가 있지만,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이번 시위에는 반(反)세계화·반(反)자본주의 운동단체 아탁(Attac), 블록큐파이(Blockupy), 노조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또 ECB가 주도하는 재정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의 집권 좌파정당 시리자와 스페인의 반 긴축 정당 포데모스 관계자들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들은 전날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긴축 재정과 복지 삭감 대신 더 많은 민주주의와 유럽과 ECB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블로큐파이의 울리히 빌켄 대변인은 폭력 행위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며 분명하게 유감을 표시하고, ECB의 역할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시위였음을 강조했다.

이날 시위로 행사를 축소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관계자 100명이 모인 자리에서 기념연설을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의 경제난과 실업률 증가에 얽혀 ECB가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잘 안다면서 ECB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ECB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을 이해하며, 이들이 변화를 바라는 이유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유럽은 지금 매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통합에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한 뒤 "유로 지역은 사정이 나은 몇몇 국가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계속 돈을 대주는 정치적 연합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아가 "이 신청사는 유럽의 오늘날 성취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자축하고는 "유로화는 가장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유럽 통합의 결정체"라며 유럽 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 회사 쿱 힘멜브라우가 디자인한 새 청사는 프랑크푸르트를 가로지르는 마인 강변에 185m 높이로 지어졌다. 13억 유로(1조5천억원)를 들인 건물은 강철과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ECB는 지난해 완공 직후 이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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