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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노인들(동영상)

  • 박수진
  • 입력 2015.03.19 06:48
  • 수정 2015.03.19 07:01

서울 한남동에 있는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교양수업 강의가 열린다. 강의는 시시때때로 이뤄진다. 강사는 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이다.

이들은 복지관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 화상채팅으로 미국 뉴저지의 프린스턴대 학생들을 만난다. 일주일에 30분씩 한국의 노인과 미국의 대학생이 일대일로 한국어로 대화하는 수업, SAY(Seniors and Youth)프로그램이다.

강사로 참여하는 62세 이인욱 씨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30년 일하고 퇴직했더니,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경직된 면이 많아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처음 참여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69세 양은영 씨는 "은퇴 후에 영어공부도 하고 합창도 했는데 다 나를 위한 것이었더라, 그래서 나 자신만을 위한 일보다는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진행하고 있는 것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하는 조용민 씨다. 조용민 씨는 지난해 초부터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무를 하고 있다.

"복지관에 오는 어르신들에게 제 상황에서 신선하게 도움 드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작년 여름에 이런 비슷한 걸 인터넷에서 보고 '이거 여기 상황에 맞춰 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공교롭게 그때 프린스턴대학교 동아시아학과 한국어 선생님이 한국에 와 계셔서, 만나서 말씀드리고 가을학기부터 바로 시작하기로 정했어요."

벌써 두번째 학기를 맞은 지금, 양쪽 모두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다. 가을학기에는 7명, 이번 봄학기에는 8명이 이 수업을 등록했는데, 봄학기 8명 중 4명은 지난 학기에 이어 연장 수강을 신청한 학생들이다. 79세 권화차 씨는 "80을 바라보는 내가 아직도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고 영상을 통해 소감을 말했다.

한국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온전히 봉사로 수업에 참여한다. 누가 누구와 짝이 돼 한 학기 동안 회화 수업을 할지는 해당 수업 교수와 조 씨가 정한다.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쳐서 뽑게 되는데요. 여기서 성격이나 특별한 사항들을 조사하고 이걸 학생들(특징)과 비교해 본 후 매칭합니다."

프로그램 운영자 조용민 씨와 강사로 참여하는 안영태 씨(70)가 화상채팅으로 학생과 대화하는 모습

프로그램 초반, 봉사에 참여하는 강사들을 교육했을 때 외에는 별도의 봉사자는 필요 없다고 한다. 조 씨는 다만 본인이 제대하고 미국에 돌아가는 12월에는 이 일을 이어서 진행할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12월까지 어떻게 하면 이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확장할지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하지 않더라도 좋은 모델로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해서."

빠르면 올해 가을부터 한국의 다른 복지관, 외국의 다른 학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일대 재학생 등 여러 곳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SAY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는 홈페이지 seniorsandyouth.org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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