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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9일 11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9일 14시 12분 KST

철학자의 연애를 바라보는 6가지 시선

공자의 아내에게 친구들이 걱정을 늘어놓았다. "당신 남편은 천하의 대학자인데 부부 생활은 제대로 하는가"라고 은근히 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인즉 공자 같은 저명한 학자는 책만 보고 공부만 하지 어디 부부 생활 따위를 하겠는가, 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공자의 부인은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이 사람들아. 공자가 어디 배꼽 위의 공자이지 배꼽 아래의 공자이겠는가?"

Wikimedia Commons

공자의 아내에게 친구들이 걱정을 늘어놓았다. "당신 남편은 천하의 대학자인데 부부 생활은 제대로 하는가"라고 은근히 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인즉 공자 같은 저명한 학자는 책만 보고 공부만 하지 어디 부부 생활 따위를 하겠는가, 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공자의 부인은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이 사람들아. 공자가 어디 배꼽 위의 공자이지 배꼽 아래의 공자이겠는가?"

바이북스에서 펴낸 《철학자의 연애》는 공자는 없지만 여섯 명의 저명한 철학자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밀과 해리엇, 하이데거와 아렌트,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셸링과 카롤리네, 니체와 루 살로메가 그들인데 철학자라고 해서 고매하고 아가페적 사랑이 아닌 오히려 난잡하다고까지 해도 무방한 에로스적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황색언론의 기사처럼 폭로성의 스캔들이 아닌 철학자의 사랑을 계기로 탄생한 그들의 철학 이론을 들여다보는 매우 독특한 책이다. 말하자면 철학자의 사랑과 고매한 철학 이론의 묘한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해야겠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영원한 1순위 대화 주제인 '사랑'은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철학자라고 다르겠는가? 다만 분명히 철학자의 사랑은 철학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며 이 책은 이 확신을 출발선상으로 삼는다. 철학자의 사랑은 보통 사람의 선입견처럼 형이상학적일까? 형이하학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둘 다에 해당한다고 본다.

형이하학적인 사랑부터 들여다보자. 형이하학적인 사랑의 대표주자 격인 실존주의의 상징 사르트르와 그의 연인 보부아르의 만남은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다. 막장 드라마답게 일단 시작부터 삼각관계로 그들의 사랑은 시작하는데, 보부아르는 자신의 연인인 마외를 통해서 사르트르를 알게 되고 나서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이다"라고 탄성을 지른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만하다.

이어진 그들의 애정 행각은 철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도 '혀를 끌끌 찰 만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제자뿐만 아니라 제자의 애인도 보부아르의 애정 탐닉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연인 사르트도 만만찮아서 걸핏하면 자식뻘 되는 아가씨와 사랑 놀이에 열중했다. 심지어 손녀뻘 소녀늘 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 프랑스의 지성 사르트르의 애정관이었다.

자매와 번갈아가며 동침하기까지 한 사르트르를 두고 이 장의 저자 이왕주는 단지 성도착자에 지나지 않은 난봉꾼들에게, 실존주의라는 그럴듯한 허울에 감쪽같이 속아 세상이 놀아난 것은 아닌가, 라고 탄식하기에 이른다.

용모면 용모, 지성이면 지성, 오만함이면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중세 철학의 혁명가 아벨라르와 그의 명석한 연인 엘로이즈의 애정 행각에서도 '아가페적이고 지적인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19금의 내용으로 점철된 편지를 주고받은 그들의 과감함과 용감함에서 종교적으로 억눌린 중세기에 피어난 붉은 장미 두 송이가 연상된다면 비약일까.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밀의 어긋난 사랑도, 그들의 주장대로 우정과 지적 교류로 맺어진 관계였다고 해도 세간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아, 위대한 철학자도 한낱 범인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망을 하게 된다. 아니 그들이 고작 그렇게 낮은 도덕성으로 살았다면 어떻게 위대한 철학 이론을 탄생시키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위대한 철학자로 추앙받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의 연애가 범인의 연애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철학자들이 연인과 단지 애욕만을 채웠다면 그저 난봉꾼으로 전락했겠지만 그들은 자신의 사랑을 철학이라는 지극히 형이상학적 활동의 모티브로 삼았다.

밀과 해리엇은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지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철학자로서 완벽한 컬래버레이션을 발휘했다. 그 소산이 공리주의와 여성 해방론이다. 망나니 커플인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도 마냥 섹스에만 탐닉하지는 않았다. 둘의 관계를 견고히 지지했던 세 가지는 "글쓰기, 제도 밖의 삶, 자유"였기에 세상의 관습에 저항하는 삶을 일평생 실천했다.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무사히 많은 저작들이 그 예다. 젊은 날 애욕에 사로잡혀 있던 엘로이즈 역시 중세 시대의 신학을 논리학적으로 논하는 위험천만한 시도를 하는 연인 아벨라르의 학문적 업적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으며, 니체는 루 살로메에게 실연한 뒤 불후의 명저《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탈고했다. 말하자면, 그들의 연애는 자신의 학문 세계와 직결되어 완전히 일체가 된 사례인 것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 하나는 여섯 명의 철학자가 여섯 가지 시선으로 각기 다른 철학자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데 있는데, 그중 독특한 시선은 연애 대상을 사람에만 국한하지 않은 6장이다. 6장의 저자 김선희는 니체의 진짜 연인은 백작 부인, 유라시아 소녀, 그 이름도 유명한 루 살로메를 지나 바로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니체가 한평생 증오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한 대상은 운명, 즉 삶 자체였다는 것이다. 철학은 늘 당대 역사를 반영하면서 개인에게 나아가야 할 지표를 학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6장의 관점이 돋보인다.

철학은 대체로 상당히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진다. 공부 좀 하고 싶어도 형이상학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겁먹고 좀처럼 철학에 다가서지 못한다. 하지만 연애라면? 연애 선수든 아니든 많은 사람이 관이 두는 이슈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와 굉장히 어려운 학문 분야를 접목한 독특한 이 책이 다만 나의 관심만 끌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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