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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북한 | 6자회담의 잠재력

현재 북한은 무력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하고 있으며 핵무기가 목표를 위한 가장 저렴한 수단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핵무기 없는 북한체제의 안전을 북한 정권에 보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선물 보따리'를 북한에 제공해 점진적인 핵폐기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종류의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단기적으로는 틀림없이 우리를 속이려 들 것이다. 과거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선의를 유지한다면 북한은 핵을 추구하지 않고도 생존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홍석현
  • 입력 2015.03.20 07:18
  • 수정 2015.05.20 14:12
ⓒNASA's Marshall Space Flight Center/Flickr

2003년 제2차 북핵 위기는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AF)를 파기시켰고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 결과 6자 회담이 북한을 다룰 일차적인 메커니즘이 됐다. 2008년 마지막으로 개최된 6자회담은 예나 지금이나 쓸모가 있다. 대화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물론 6자회담은 만족스러운 것과 거리가 멀다. 대화가 보다 성공적이었던 1994~2003년의 기간과 마찬가지다.

6자회담 참가자들이 그들의 회고록에서 인정한 것처럼, 6자회담의 문제는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인 이유 자체에 있다. 오해와 불신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기꺼이 북한이 과거 플루토늄 생산에 대해 실토하는 것을 연기하도록 허용했고, 너그럽게도 북한에 연료를 보냈으며, (다른 나라의 돈으로) 두 기의 경수로를 건설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북한 정권이 10년 내로 붕괴할 것이라는, 당시 광범위하게 유포된 추정에 기반한 것이었다. 북한 붕괴에 대한 예측이나 예측을 비웃는 북한의 생존이나 둘 다 놀랍도록 '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붕괴하건 붕괴하지 않건 우리는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지 대화해야 한다. 모든 형태의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수준으로 소통해야 한다.

6자회담에는 다른 문제도 있었다. 미국은 북핵 프로그램 종결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다른 참가국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보다 폭 넓은 어젠다를 미국과 다른 뉘앙스로 추구하려 했다. 회담에는 다른 계획을 논의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은 협상을 그저 핵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버는 수단으로 간주했다. 사실 평양은 6자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북한은 심지어 협상을 통해 지원금을 받았다. 이는 한국과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북한 인권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강조는 대략 지난해부터 크게 부각됐다. 인권은 대북 관여(engagement) 정책에 영향을 준 쟁점이 됐다. 인권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사안이지만 문제는 방식이다. 핵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들 사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벌주겠다"는 식으로 징벌을 가하고 위협하는 접근법은 성공보다는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인권 기록이 완벽한 나라는 없지만 사실 북한의 인권 유린은 최악이다. 우리는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 북한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북한에 계속 상기시켜줘야 한다. 또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의식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은 포괄적으로 다뤄야 할 여러 사안 중 한가지에 불과하다. 우리가 핵문제에서 범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비뚤어진' 일이다.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것이다. 단일 문제를 우선시하는 방식은 대북 관여 전반을 촉진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했다. 그 결과 보통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새로운 구도를 정착시킬 수도 있었던 협상 과정의 속도가 늦춰졌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고 북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최근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냉철하게 검토해보면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비록 결실은 없었지만 6자회담에는 핵문제 이외의 임무도 있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2005년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한 포럼의 창설과 운영, 다자간 동북아 안보협력 메커니즘의 수립, 에너지·경제 지원과 협력에 대한 조치를 명시했다. 6자회담이 시작된 이래 뭔가를 잠깐씩 하다마는 일이 반복됐다. 9·19공동선언 또한 보다 확장된 동북아 지역안보체제 수립이라는 절실한 과제를 위한 맹아의 성격을 띠었다. 중·일 관계의 악화가 입증하는 것처럼, 북한은 결코 이 지역에서 유일한 안보 위협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역내의 도전에 부응하는 칭찬할 만한 노력이었다. 이 구상에 초청받은 북한이 참가를 거절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북한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신선한 접근법이 시급하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중 그 어느 것도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경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없다. 한국의 관점에서 살피면 북핵은 지극히 심각한 문제다. 핵이 가져올 대참사의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위험과 비용도 실재한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우리로 하여금 불필요한 재원(財源)을 국방비로 지출하도록 강요하며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길 수 있다. 북핵 저지는 시간 싸움이다. 평양의 핵개발 속도가 유지된다면 5년 내로 북한은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을 갖추게 될 것이며 위협은 보다 가시적이 될 것이다. 북한은 2013년 격앙된 목소리로 북아메리카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실제로 북미를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미국의 가정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로 경제적인 압력을 넣으면 북한이 핵무기를 더 이상 개발하지 못하거나 아예 붕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기존의 압력은 평양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북한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도움을 줬다.

지금은 다른 정책 방향을 시도할 때다. 현시점에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 모든 가용한 조치로 북한이 다양한 경제적·군사적 안보 대안을 고려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북한은 무력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하고 있으며 핵무기가 목표를 위한 가장 저렴한 수단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핵무기 없는 북한체제의 안전을 북한 정권에 보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선물 보따리(benefit package)'를 북한에 제공해 점진적인 핵폐기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종류의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단기적으로는 틀림없이 우리를 속이려 들 것이다. 과거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선의를 유지한다면 북한은 핵을 추구하지 않고도 생존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관여 정책은 비핵화와 북한 정권 교체를 한 쌍으로 묶고 있다. 여기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정권 교체를 꾀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평양은 핵 프로그램 논의에서 진정성을 보일 것이다.

다시 생각하는 북한 | <1> 3대 세습의 유산

다시 생각하는 북한 | <2> 6자회담 참가국들의 입장

다시 생각하는 북한 | <3>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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