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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중이라면 봐선 안 될 영화 4

  • 허완
  • 입력 2015.03.17 18:53
  • 수정 2015.03.17 18:56

봄이다. 겨우내 몸을 감쌌던 두터운 옷이 하루하루 얇아지며 ‘다이어트 강박증’이 꿈틀대는 계절. 눈은 즐겁지만 다이어트 전선에 적신호를 켜는, ‘식욕을 부르는 영화’들이 스크린을 찾는다. ‘삼시세끼’,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냉장고를 부탁해’ 등 텔레비전을 장악한 ‘쿡방(요리방송)’의 유행을 영화가 이어받은 느낌이다. 대형 스크린 가득 마블링이 살아있는 쫀득한 육질의 스테이크가 지글거리고, 따끈하고 먹음직스러운 빵이 고소한 향기를 풍긴다. 알싸한 레드 와인이 투명한 잔 사이로 흐르면 기어코 ‘꼴깍’, 침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 ‘프랑스 VS 미국’, 요리의 진수

먼저 요리사가 주인공인 ‘셰프 영화’ 두 편이 스크린에 ‘성찬’을 풀어 놓는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프랑스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여성 요리사의 실화를 담는다. 화려하고 다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프랑스 요리지만, <엘리제궁의 요리사>는 프랑스 정통 가정식 전문가다. 신선한 전원풍의 재료로 만든 ‘홈쿠킹’을 원하는 미테랑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요리사 다니엘레 델푀. 그는 1988년~1990년까지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의 대통령 전담 요리사로 활약한 인물이다. 영화는 델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가 대통령궁에서 만드는 ‘요리’에 집중한다. 한 겹 한 겹 양배추 사이에 싱싱한 연어로 정성껏 속을 채운 ‘양배추 연어 요리’, 먹음직한 송로버섯을 버터 바른 빵 위에 올린 ‘송로버섯 브레드’, 달콤한 과일과 고소한 피스타치오를 얹은 ‘크림 타르트’, 빵 가운데 송아지 고기를 켜켜히 쌓은 ‘오로로의 배게’등 화면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요리들이 2시간 내내 이어진다. 요리를 만드는 델푀의 모습은 한 편의 상업광고를 보는 듯 화려하다. 델푀의 손놀림에 따라 각 재료는 프라이팬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고, 기름 한 방울이 튀는 소리까지 잡아내는 사운드는 식감을 자극한다.

<엘리제궁의 요리사>

<아메리칸 셰프>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영화는 <아메리칸 셰프>. 지난 1월 첫 개봉 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아직도 스크린을 지키고 있는 이 영화는 미국 일류 레스토랑 요리사인 칼 캐스퍼가 주인공이다. 창의력 없는 비슷비슷한 요리를 만들던 칼 캐스퍼가 ‘진정한 나만의 요리’를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 길거리 푸드트럭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다. 노란 머스터드를 듬뿍 바른 빵에 시큼달큼한 피클을 올리고 녹아내리는 치즈를 얹은 뒤, 육즙이 흐르는 로스트 포크로 마무리 해 구워낸 ‘쿠바 샌드위치’가 주된 메뉴다. ‘고작 샌드위치?’라는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노릇노릇 구워진 샌드위치를 3등분하는 칼질에서도 예술성이 느껴진다. ‘푸드 트럭 여행’을 하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양념같은 덤이다.

■ 자급자족 슬로우 푸드 VS 킨포크 스타일

앞 선 두 영화가 ‘요리사들의 전문요리’로 즐거움을 준다면, 지난 12일 개봉한 <해피해피 와이너리>와 지난달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소박한 음식과 시골의 정취로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해피해피 와이너리>는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마을 소리치를 배경으로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인생의 진리를 녹여낸다. 푸른 초원에서 익어가는 포도의 자태, 커다란 통에서 숨을 쉬며 발효되는 와인은 관객의 침샘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보태어 자연에서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든 계란 프라이, 샐러드, 직화구이가 한 가득 차려진 밥상은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요리를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킨포크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준다.

<해피해피 와이너리>

<리틀 포레스트>

또 하나의 일본영화인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마을 코모리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이치코의 슬로우 푸드 라이프를 담아낸다.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일본판 삼시세끼’라는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과 채소, 제철 과일이 선사하는 풍족함으로 식탁을 채우는 소소한 일상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직접 빵을 굽고, 잼을 만들고, 식혜를 담고, 밤 조림을 만드는 주인공만의 독특한 레시피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단순히 만들어진 요리를 ‘짠’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밥에 호두를 넣어 으깨고, 여기에 간장을 넣어 맛나게 비벼 ‘호두밥’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식이다. 마치 관객에게 ‘함께 따라해보라’고 손짓하는 느낌이랄까. 영화 수입사는 영화 속 음식 레시피를 따로 배포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주의사항. 이 영화들을 다 보고 나면 “다이어트 계획은 개나 줘버려”라며 냉장고를 뒤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스크린에 차려진 진수성찬의 향연에 굴복한 자신의 식탐을 탓하는 관객도 있겠다. 하지만 “지나친 다이어트를 통해 유지되는 건강은 병이나 다름없다”(몽테스키외)고 했다. 눈이 즐거웠으니, 이제 입이 즐거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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