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남매가 게이란 이유로 정신과 상담을 시켰던 아빠의 이야기

  • 박세회
  • 입력 2015.03.16 13:58
  • 수정 2015.03.16 14:02
Father and son holding hands
Father and son holding hands ⓒNathan Shipp/500px

자녀들이 처음 커밍아웃했을 때 심리상담을 강요했던 아버지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에토르를 처음 만나보면 무슨 남부 이탈리아 대학에서 은퇴한 교수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은색 머리, 두툼한 안경테, 살짝 굳은 표정. 아주 보통의 노인. 도덕적이고 권위적인 70대의 냄새가 풍긴다. 이런 사람에게 카페에서 동성애 인권에 대해 열띤 강론을 들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사실 그에 대한 첫인상이 그렇게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에 대한 에토르의 태도는 상당히 달랐다.

아들과 딸이 (당시 만 17세와 14세) 주방에 들어와서 "엄마, 아빠. 우린 게이에요"라며 에토르와 아내 안나를 놀라게 한지가 이미 수년이 지났다.

"너무 놀랐어요. 난 아이들이 동성애를 선택한 거라고 믿었으니 받아들일 수가 없었죠." 에토르는 허핑턴포스트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아이들에게 가졌던 내 기대감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데 정말 화났어요. 그 간단한 말이 날 너무 아프게 했죠. 결혼, 손주, 등 다 끝난 일이 된 거니까요. 에이즈에 걸릴까 봐 아들과의 접촉도 두려워했어요. 그리고 그 애들의 병을 고치겠다고 심리치료사에게 7년간 상담을 하게 했어요. 가기 싫어했지만 나를 위해 계속 갔었던 것 같아요."

에토르와 안나는 로마의 게이 프라이드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만큼 동성애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게이라는 걸 알고 가장 힘들었던 일은 지인들에게 그 사실을 인정받는 거였다고 한다.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마다 누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를 비웃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모든 사람의 눈이 나를 향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왜냐면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게이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카페 안에 그런 사람이 몇 보였다. 함께 앉아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공간은 좁고 일부러 귓속말하지 않으면 남의 이야기가 다 들리는 그런 협소한 장소였다. 그러나 에토르는 속삭이지 않았다. 이제는 더는 창피하지 않으며 누가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이탈리아 아게도(Agedo)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아게도는 게이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협회다. 그는 LGBT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자기와 같은 상황을 지나는 가족들에게 경험담을 나누며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또 동성애에 대한 상식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커밍아웃하기 전에는 동성애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난 지난 20년 동안 대학교수로 일했어요. 그런데 오스카 와일드와 미켈란젤로 둘 다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죠. 또 과학수업을 받으면서도 동성애에 대한 교육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 수밖에.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커밍아웃하기 전에도 좋은 아이들이었고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도 좋은 인간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거죠. 전혀 달라진 건 없어요."

7년 동안의 심리치료를 시킨 에토르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즉, "다른 사람의 정체를 고치려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거다. 그는 아들 파스칼과 딸 마가리타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들은 로마에서 살고 딸은 이탈리아보다 동성애자의 권리가 더 보호받는 프랑스에 산다. 에토르는 이탈리아에서도 그런 권리가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부모로서 자식들이 자기가 지향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혼하고 자식도 갖고 말이죠.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요. 개정안을 제출해도 표가 모자라거나 정치 상황에 따라 무시되기 일쑤에요. 몇 표 더 얻자고 우리 자식들을 짓밟는 그런 정치인들을 난 못 참겠어요. 부모로서 자식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 기사는허핑턴포스트 IT의 'This Father Put His Two Gay Kids In Therapy When They Came Out. But No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