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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6일 06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6일 06시 04분 KST

"술먹는 책방, 누구나 위로받는 ‘심야서점' 만들게요"

문 앞에 큼지막하게 ‘책맥’이라고 써 놓았다. 치킨 안주에 맥주가 ‘치맥’인데, ‘책맥’은 무엇일까?

바로 책과 맥주의 만남이다. ‘술을 먹으면서 책을 본다’가 이 집의 모토다. 기존 책방의 개념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책은 정신을 모아 엄숙한 자세로 읽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술을 마시면서 책을 보다니….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점인데, 정말 생맥주와 보드카 그리고 각종 안주가 있다.

대낮인데 호기심이 발동한다. “크림 생맥주 한잔 주세요. 안주는….” 메뉴판을 보니 ‘쌩라면 2000원’이 있다. 안주로 나온 쌩라면은 라면을 부순 다음 수프를 고루 뿌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 것이다. 시원하면서도 바삭바삭하다.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창가 책상에 앉아 신간 서적을 펴놓고 맥주 한잔 들이켜니 즐거워진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서점 ‘북바이북’의 주인은 김진양(35)씨. 책방에서 술을 판다는 ‘발칙한 생각’을 처음 하고 실행에 옮겼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회사원들이 주된 고객들이다. 하루 20잔 정도의 생맥주가 팔린다. 한두잔 마시며 조용히 책을 보다가 간다. 퇴근길에 들른 손님들은 미리 주문한 책을 구입하고,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동네 문화공간 구실도 한다. 책 저자가 와서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있다. 아예 직장 회식을 하기도 한다.

주인 김씨는 책방 주변의 음식점과 ‘제휴’를 해서 맥주 안주를 공급하기도 한다. 맛있는 빵집의 바게트나 맛집의 카레가 제공되기도 한다. 골목길 상점의 공존이다. 대형 주류회사로부터 생맥주를 공급받는 유일한 서점이기도 하다.

김씨는 잘나가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2013년 가을 ‘북바이북 1호점’을 냈다.

“그냥 회사에 오래 다니면서 저축도 하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득문득 그냥 이대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제가 진짜 원하던 삶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씨는 “만약 그때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여전히 저의 삶은 현실과 잘 타협하는 척, 행복한 척, 약간의 허세와 허영까지 보태어져 기를 쓰고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겉으로는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아닌 줄 알면서도 관성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비판과 자기 연민으로 꽉 차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일본 도쿄의 여러 서점을 보면서 편안히 책을 즐기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은 김씨는 1호점 근처에 2호점도 냈다.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저자와의 만남’ 등 여러 행사를 열기 위해서다.

김씨가 술 파는 책방을 연 것은 일본 만화 <심야식당>처럼 퇴근길에 직장인들이 마음 편하게 들러 맥주 한잔하며 보고 싶은 책을 보게 한다는 것이다. 1호점은 주로 소설을 팔고, 2호점은 각종 교양서와 음반도 판다.

책방을 열면서 카페와 서점업으로 같이 신고했다. 그래서 주류 판매 허가가 나왔다. 진열하는 책은 대부분 표지에 비닐을 씌운다. 손상을 막기 위해서다. 1천여권의 진열된 책은 김씨가 정성을 기울여 선정한다. 젊은 회사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책방에 울려 퍼지는 음악도 김씨가 제공한다. “정통 클래식 음악은 이 책방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유쾌하고 캐주얼한 느낌의 책방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찰리정과 싱어송라이터 정재원, 에피론프로젝트와 푸디토리움 등 뮤지션의 선율이 주로 흐른다.

최근 자신의 책방 창업기 <술먹는 책방>(나무나무 펴냄)을 쓴 김씨는 책꼬리를 쓰는 손님에겐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책꼬리는 자유롭게 쓰는 책 추천평이다. 자신이 읽은 책 10권의 소감을 쓴 독서카드를 써도 커피를 제공한다.

“대형 서점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해요. 누구나 따뜻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서점이 됐으면 해요.” 김씨의 책방은 밤 11시까지 연다.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