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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2R 결산] 투톱 전술로 큰 재미를 본 전북과 울산

3월 셋째 주에 열린 K리그 클래식 2R에서 전북과 울산은 투톱 전술로 큰 재미를 보았다. 두 팀 모두 경기 전에는 원톱 전술을 택했지만, 경기 중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에 투톱 전술로 변화를 시도했다. 앞서지 못한 상황에서 선택한 투톱 전술로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킨 그들은 각각 2:1, 4:2의 점수로 승리를 따내며 2R까지 전승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 되었다.

  • 임형철
  • 입력 2015.03.19 09:42
  • 수정 2015.05.19 14:12
ⓒ울산현대축구단

(출처 : 전북 현대 모터스 홈페이지)

3월 셋째 주에 열린 K리그 클래식 2R에서 전북과 울산은 투톱 전술로 큰 재미를 보았다. 두 팀 모두 경기 전에는 원톱 전술을 택했지만, 경기 중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에 투톱 전술로 변화를 시도했다. 앞서지 못한 상황에서 선택한 투톱 전술로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킨 그들은 각각 2:1, 4:2의 점수로 승리를 따내며 2R까지 전승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 되었다.

(△ 전북의 선발 포메이션. 전반전 내내 서울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공격진이 볼을 소유하지 못했다.)

◇ 전북 : 공격진의 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이동국-에두' 투톱

3월 14일 있었던 서울 원정 경기에서 전북은 개막전에 두 골을 넣은 에두를 선발로 기용하고,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한 이동국을 교체 명단에 올린 채 경기에 나섰다.

이날 전북은 4-1-4-1 포메이션을 택했다. 이호가 백포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고, 중앙 미드필더는 이재성과 에닝요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날 전북은 상대팀 서울의 중원 압박을 뚫지 못해 전반전 내내 졸전을 면치 못했다. 압박을 풀어내는 개인 능력이 좋은 이재성과 에두는 양호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모든 선수는 45분 내내 서울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본래 전북의 팀 스타일은 중원에서 볼을 점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개 최전방 공격수나 공격에 가담하는 측면, 중앙 미드필더가 상대 진영에서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여 공격진의 볼 점유율을 높인 상태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서울의 강한 압박에 고전한 전북은 이날 공격진의 볼 점유율이 극도로 낮았고, 이로 인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전반전을 서울보다 좋지 않은 내용으로 마무리한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졌다.

(△ 투톱 변화 직후 포메이션. 두 명의 공격수가 최전방에 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진의 볼 점유율이 높아졌다. 여기에 덧붙여 에닝요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전환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서울의 강한 중앙 압박을 뚫기 위한 최강희 감독의 훌륭한 대처였다.)

후반 14분, 부진에 빠져있던 왼쪽 측면 공격수 이승현을 대신해 들어온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이었다. 이동국과 에두가 동시에 출격하면서 전북은 원톱에서 투톱으로 전술을 바꿨다. 이전까지 공격진의 볼 점유율이 낮았던 전북은 공격진의 선수 숫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공격수들이 볼을 터치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이는 팀이 무게 중심을 공격진들에게 둔 채 플레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면서 공격진의 볼 점유율도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발이 빠른 레오나르도까지 후반 교체 출전으로 가세해 전북은 후반전 내내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체력적인 문제로 전반전만큼 강한 압박을 펼치지 못한 서울의 수비진은 더 많아진 전북의 공격진을 틀어막지 못했고, 후반 18분과 25분에 에두와 에닝요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두 골을 내주고 말았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이동국와 리그 득점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에두의 호흡은 좋아 보였다. 서로 상대 수비수들을 이끌며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헤딩과 발밑 패스를 통해 연계에 참여하면서 전북의 승리를 주도했다.

(△ 공을 잡은 상황에서는 레오나르도와 에두, 에닝요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옆에서 수비수들과 붙어주던 이동국의 공헌도 컸다. / 출처 : 전북 현대 모터스 홈페이지)

(△ 울산의 선발 포메이션. 측면에서의 높은 크로스를 활용해 양동현의 머리를 노렸다.)

◇ 울산 : 상대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김신욱-양동현' 투톱

전반 45분, 제파로프의 골로 동해안 더비의 선제골을 뽑아낸 울산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상대의 역습에 실점을 허용해 1:1 동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포항의 고무열이 후반전 들어 살아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포항이 역습 기회에서 재미를 보자 울산의 윤정환 감독은 김태환을 빼고 김신욱을 교체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 김태환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한 울산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를 비워뒀다. 그 빈자리는 오른쪽 풀백 임창우의 오버래핑으로 대체했다. 수비시에는 양동현이 직접 오른쪽으로 내려와주는 모습이 돋보였다.)

교체 출전한 김신욱과 선발 출전한 양동현이 동시에 출격한 울산은 자연스럽게 투톱을 이루었다. 이 투톱 전술의 주목적은 전북의 투톱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울산은 전반전부터 최전방 공격수의 높이를 겨냥한 높은 크로스로 공격을 풀어갔는데, 후반전 들어 두 명의 장신 공격수들이 포항의 최후방 수비수들과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포항 수비수들은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신욱과 양동현의 투톱이 가세하면서 실점 장면 이외에 흔들림이 없었던 포항의 수비벽은 허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 마스다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울산의 투톱이 계속해서 포항의 수비수들과 경쟁하며 부담을 주자 수비수들이 두 선수에게만 주의를 기울인 나머지 페널티 라인 바깥 지점에 머물러있던 울산의 마스다를 견제하지 못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마음껏 골문을 향해 중거리 슛을 시도할 수 있었던 마스다는 포항의 미드필더 김태수를 맞고 공이 굴절되어 들어가는 행운까지 따라주면서 울산의 리드를 되찾아왔다.

이후 두 팀의 경기는 김준수와 신화용의 실수로 포항이 두 골을 더 내주며 4:2로 종료됐다. 김준수의 실수는 양동현의 골로, 신화용의 실수는 김신욱의 골로 연결되어 투톱으로 나선 두 선수는 사이좋게 한 골씩을 나눠 가졌다. 특히 세 번째 골 장면에서 실수를 범한 포항의 김준수는 퇴장 징계로 나오지 못한 김원일을 대체하며 전반전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울산이 투톱 전술을 꺼내 든 뒤 잇따른 공격수들과의 맞대결에 서서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부상 이후 컨디션을 회복해가는 김신욱과 최근 자신감이 붙은 양동현이 구성한 투톱은 경기 내내 무서운 호흡을 자랑했다.

(△ 이 둘을 보고 누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출처 : 울산 현대 축구단 홈페이지)

◇ 상황에 맞는 전술 변화, 전북과 울산의 무서움

투톱 전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전북과 울산은 개막전이 펼쳐진 1, 2R에서 상황에 따라 알맞게 전술 변화를 가하며 상대의 경기 내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R가 끝난 현재, 전북과 울산은 K리그 클래식 팀 중 유일하게 2전 전승을 기록한 팀이다. 두 팀에 대한 칭찬에는 영리한 전술 변화로 승리를 가져온 최강희 감독과 윤정환 감독이 단연 중심에 있어야 한다.

투톱 전술도 상황에 따른 알맞은 대처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투톱 전술로 재미를 보고 경기를 앞서나가기 시작할 때부터는 투톱의 두 선수 중 한 선수를 다시 미드필더 위치로 내려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것을 주문하는 등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출처 : 울산 현대 축구단 홈페이지)

이러한 이유로 올 시즌 전북과 울산이 맞붙는 두 팀 간의 맞대결은 벌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팀은 5월 10일 울산 문수 경기장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다. 그때까지 울산과 전북이 변함없이 리그 1, 2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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