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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스토리 | 20대를 위한 맞춤형 소셜멘토링 서비스 '잇다'의 조윤진 대표 ①

"사실 그동안 선후배가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잇다는 바로 그런 장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잇다의 강점이다. 너희가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어딘지, 왜 거기에 들어가고 싶은 건지, 사실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러려면 뭘 준비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실제 어떻게 살게 되는지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지금껏 없지 않았는가. 잇다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가진 고정관념 등이 깨지기도 한다."

  • 홍형진
  • 입력 2015.03.13 12:10
  • 수정 2015.05.13 14:12

"요즘은 진짜 힘들어요. 신입사원 별로 뽑지도 않고 올해 들어온 사람들 보면 대부분 서울대 아니면 외국대학 출신이에요. 연고대도 거의 없어요."

위는 며칠 전에 모 대기업 직원에게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다. 06학번의 그는 자기가 취업하던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이 힘들다고 말했다. 몇 달 전에 입사한 내 페이스북 친구 한 명은 135개의 자기소개서를 써서 한 군데 합격했다고 한다. 역시 손꼽는 명문대 출신이다. (학벌이 좋으면 직업을 쉽게 얻어야 한다는 각도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지금 청년층의 현실이 고되다는 뜻이다.)

각박한 청년의 세태는 사례를 언급하는 자체가 사족(蛇足)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일상이 되었다. 어떻게든 이력서에 한줄 보태기 위한 그들의 절박함에 편승한 열정 페이가 여기저기 넘쳐나고, 과장과 왜곡은 물론 날조까지 난무하는 '자소설'은 어느새 문학의 한 장르로 굳건한 입지를 굳혔다. '자기소개서 전문 대필가'마저 시장에서 활약하는 요즘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소셜멘토링 '잇다(http://www.ittda.co.kr/)'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단히 흥미롭다. 현업에서 일하는 30~40대가 20대 청년들에게 1:1로 내밀한 조언과 상담을 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료로!

사이트엔 누구나 멘티로 가입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멘토에게 궁금한 점을 마음껏 질문할 수 있다. 그러면 다양한 직종과 배경의 검증된 멘토단은 거기에 대해 성심껏 자신의 경험을 나눠준다. ARS나 FAQ 같은 기계식이 아니라 형/누나의 입장에서 질문자 개인에 집중해 답을 해준단 뜻이다. 거짓말 같은가? 그럼 지금 가입해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김성준 SBS 앵커도 거기 있다!)

멘토 또한 마찬가지다. 1년 이상의 현업 경력을 가진 이가 후배들과 진심으로 경험을 나누고 싶다면 누구나 소정의 검증절차 후 멘토로 활동할 수 있다. 현재까지 평균연령 36세의 멘토단 400여 명이 2천1백 건(사이트, 블로그 누적)에 달하는 멘토링을 해왔다. (멘토 이용가이드 링크)

그렇다면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온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양천구 해누리타운 8층의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를 찾아 조윤진(31) 레디&스타트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2회로 나뉘어 제공된다. 1회에는 '잇다'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잇다'의 이모저모 및 사업구조 등을 담았고, 2회에는 '잇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및 청년에 대한 조 대표의 시선을 담을 것이다.)

1) 청년을 위한 사업을 꿈꾸던 두 청년

- 대학 시절 친구와 토론을 하던 것이 지금 사업의 계기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대해 듣고 싶다.

"마케팅 동아리에서 만난 같은 과 친구로 지금 함께 일하는 전중기 부대표다. 금요일 밤마다 둘이서 토론을 했다. 그때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난 그와 대화하는 게 더 좋았다. 빈 강의실에서 몰래 '치맥'을 먹으면서. (웃음) 처음엔 여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차 인생, 취업, 우리의 현재 등으로 주제를 옮겼다. 그때가 2007~2008년으로 한창 로스쿨 논쟁이 뜨거울 때였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려워진 거 아니냐?', '돈 없으면 판검사/변호사 못하는 거냐?' 등등. 그게 자연스레 우리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동경하는 선배 두 명이 있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그리고 역량도 충분한 라이벌 같은 관계였다. 그런데 한 명은 집안이 부유했고 다른 한 명은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던 고학생이었다. 이들의 삶은 방학 때마다 달라졌다. 부유한 선배는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다님으로써 졸업 때까지 26개국을 경험한 것이다. 이를 기업에서 요구하는 글로벌 역량으로 홍보하며 원하는 직종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 과외, 아르바이트만 했던 선배는 그러지 못했다. 추후 사석에서 그 격차를 내게 털어놓기도 했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열심히 하면 잘돼야 하는데 왜 아니지? 조건이 비교적 동등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구조를 우리가 바꿀 수는 없을까? 전중기 부대표와 새벽 4시까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뭔가를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한데 막상 다음날 술 깨고 나서 보니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다. (웃음) 그래서 3년 정도 일을 하며 돈을 모으기로 했다. 각자 1년에 천만 원씩 3년간 6천 만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강력한 결심은 아니었다. 해보자, 괜찮겠네, 하던 것이 점점 구체화된 것이다.

졸업 후 부대표는 마케팅, 나는 해외영업 일을 했다. 3년 동안 두세 달마다 한 번씩 통화를 했다. 돈은 잘 모으고 있니? (웃음) 한 번 통화하면 또 두세 시간씩 토론을 했다."

- 창업 준비는 체계적으로 잘 이뤄졌나? 처음엔 이산화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준비한 건가?

"큰 미스가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청년을 위한 일을 벌일 생각만 했지 정부정책이 봄에 시작해 겨울에 마감하는 걸 몰랐다. 우리 돈 6천만 원에 정부지원 좀 얻어서 1억으로 가자는 계획이었는데 안이한 생각이었다. 내가 11월 초, 부대표가 11월 중순에 회사를 그만뒀지만 하필 겨울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산화탄소 감축 프로젝트는 대학교 등록금 지원 이슈와 관계되어 있다.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집단 중 하나다. 그런 대학의 전기를 아끼면 굉장히 큰 비용이 절감된다. 전기는 누진세니까. 그렇게 아낀 금액 중 70% 정도만이라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경부와 미팅해보려고 퇴사 후에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막 찔렀는데 한 군데가 뚫렸다.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공단이었다. 미팅 후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당신들이 누구냐는 문제가 생겼다. (웃음) 소속이 없었던 것이다. 보증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신뢰를 갖고 윗선에 보고할 수 있는데 우린 그게 아니었다. 거기에서 확 밀렸다. 그래서 첫 번째 아이템을 포기하게 됐다. 난 지금도 그 아이디어는 실행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한겨울에 '책 교환 프로젝트'에 나서게 된 건가?

"맞다. 정부정책이 다시 시작되는 봄까지 기다려야 하니 딱히 할 게 없었다. 책 읽고 토론하고 창업 준비하고 소셜벤처 사례를 조사하고...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러다가 '대학생 인문학 책 비싸서 못 읽는다'는 기사에 낚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술 한 잔 안 먹으면 살 수 있는 게 책인데 그땐 와 닿았다. (웃음) 결국 책을 백 권 샀다. 도서정가제가 아닐 때여서 싸게. 그렇게 책 교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책 한 권과 우리 책 한 권을 맞바꾸는 방식이었다."

- 원래 100일 목표였다고 하던데 기간은 다 채웠나? 그리고 그런 방식이면 책의 퀄리티가 계속 하락했을 것 같은데?

"못 채웠다. 30~40일 정도? 굉장히 추웠다. (웃음) 실제로 6~700권 정도의 교환이 이뤄졌다. 다행히 기부해주시는 분도 많이 계셔서 책은 점점 많아졌다. 100권으로 시작했는데 끝날 땐 230권 정도가 되었다. 그건 나중에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에 모두 기부했다.

책 퀄리티는 말한 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건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부탁을 했다. 괜찮은 책, 고전 같은 걸 좀 가져와 달라고. (웃음) 주변 상인 분들도 많이 기부해주시고 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 '책 교환 프로젝트'와 같은 시점에 '인적자본 투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 걸로 알고 있다. 대부업으로 오인 받아 그만두게 되었다던데 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청년들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문제가 바로 자본이다. 학비나 생활비 같은 것들. 이 자본 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의 성공사례를 찾다가 룸니(Lumni)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미국 등의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펠리페 베르가라(Felipe Vergara)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꿈이 회계사인 학생의 예를 들어보겠다.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4년간 6천만 원이 필요하다면 그중 4천만 원을 룸니가 투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 학생이 회계사가 될 가능성에 대한 확률이나 리스크 등을 예측해서. 그렇게 지원받은 학생은 추후 회계사가 되어 7년간 자기 연봉의 6%를 룸니에 상환한다. 학생이 잘되면 잘될수록 고수익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연봉이 늘어나니까. 대신 실패했을 경우엔 원금상환 의무가 없다.

룸니는 2700만 달러를 모아 2000명에게 지원했고 상환율은 97~98%로 매우 높았다. 수익률은 10%대 중반 정도. 이걸 보니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우리와 그들 간의 환경이 다르긴 하다. 이자율도 다르고 그쪽의 빈부격차와 학력 간 소득격차가 더 크다. 하지만 이 경제적 대외변수를 적용해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자본을 모으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 8~10개월 정도 노력했고 많은 도움도 받았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변호사, 파이투자증권, 아산재단 등등. 하지만 물거품이 됐다.

국내법상 이게 대부업으로 분류됐다. 이자율 등의 이유로.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법률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법적 책임을 질 자신 있냐?'는 질문에 나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는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제재가 들어오면 감당이 안 되니 그걸 돌파하기 어려웠다. 60억 정도는 모아야 우리도 먹고 살며 진행할 수 있는데 상환되는 기간이 긴 상품이라는 것도 난점이었다. 결국 포기했다. 이상적인 생각이었던 셈이다. 그 사이에 10여 차례 정도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는 등 굉장히 고생했던 시기다."

2) 소셜멘토링 '잇다'의 이모저모

- 그리고 탄생한 게 소셜멘토링 '잇다'다. 처음 시작할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처음부터 '잇다'라는 이름을 쓴 건 아니다. '레디&스타트'로 시작했다. 멘토가 100명 정도 모일 때까진 계속 그 이름을 썼다. 별도의 홈페이지 없이 블로그를 통해 활동했다. 멘토 프로필을 보고 멘티가 우리에게 메일을 보내면 우리가 멘토에게 전달하고, 그리고 멘토가 답변을 주면 우리가 멘티에게 전달하는 완전 수작업 방식이었다. (웃음) 이후 사이트를 만들며 새로운 이름을 고민했다. 멘토 분들과 남산에서 식사를 하며 후보를 셋 추렸는데 그중 하나가 '잇다'였다. 다른 하나는 '맺음'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기억이 안 난다. '잇다'를 밀어준 건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멘토였다."

- 어떤 사람들이 '잇다'를 사용하는가? 멘토링 분야는 어떻게 되고 멘토의 자격요건 등은 어떤가?

"'잇다'는 30~40대 직장인, 창업자, 전문직 등이 20대를 돕기 위한 서비스로 대학생과 청년을 1차 수혜자로 한다. 주로 직업과 관련된 멘토링을 한다. 인생 전반을 멘토링하기엔 30~40대도 한창 고민이 많을 때가 아닌가. 연애 등 다른 고민에 대한 멘토링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일과 관련된 부분이 최우선이다.

멘토 자격은 현업에서 1년 이상 경험을 쌓은 사람이다. 후배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검증 절차는 거친다. 1차는 서류로 2차는 전화 인터뷰로. 현업에서의 프로필도 확인해야 하고 멘토링 가능 분야와 사이트에 가입하려는 목적 등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대기업 임원들로 '여기 가입하면 나 강의 시켜주는 거요?' 같은 식인데 모두 거절한다. 우린 대학생, 청년에게 1:1로 멘토링을 해주는 서비스다. 공감대와 유대감이 중요하다."

- 잇다 사이트를 둘러보았지만 멘토링 내용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공개로 운영하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일부는 멘토와 멘티의 허가 하에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편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유대감, 솔직함 같은 이유다. 사적으로 진행돼야 멘토가 온전히 그 수혜자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 타인의 시선을 의식 않고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대목들은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신뢰성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받은 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직접 해봐야 아는 부분이다.

사실 그동안 선후배가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잇다는 바로 그런 장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만 이번 주부터는 멘토링의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읽어도 될 만한 내용은 개인정보 등을 삭제하고 공개할 것이다."

조윤진 대표는 실제 멘토링 내용들을 내게 보여줬다. 직접 확인해보니 현업 종사자가 아니면 결코 해줄 수 없는 고급 조언들로 가득했다. 직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물론 그 일을 하며 사는 삶이 어떤 측면에서 장단점을 갖는지 등등까지. 이런 고급정보들이 선의에 의해 무료로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중 일부를 여기에 인용하면 좋겠지만 업계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양해 바란다. 궁금한 사람은 가입해서 체험해보는 편을 추천한다.

- 멘토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다. 멘티가 질문을 하면 다 답을 받을 수 있는 건가? 또 질문이 몰리면 멘토 입장에서 너무 부담스럽다거나 하지는 않나?

"철저한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다. 자기에게 질문이 들어오면 멘토링을 해줘야 한다. 단 최근엔 멘토가 승인/거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질문이 모호하다거나 멘토링 가능분야가 아니거나 하면 그 이유를 클릭하며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절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웃음) 우린 멘토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그리 바꿨는데 마음들이 너무 좋아서인지 다 친절히 답해준다. 질문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절박한 질문들이 많다.

멘토의 경우는 질문이 들어오면 5일 안에 답을 해야 하지만 한 번에 질문 하나에만 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나를 끝낸 후에 다음 멘토링을 하는 식이다. 따라서 질문이 쏟아진다고 해도 한꺼번에 여러 개를 답해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스케줄에 맞춰 5일 안에만 답을 하면 되는 식이기에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 멘토링을 통해 성과를 거둔 실제 사례가 있나? 있다면 좀 들려 달라.

"다양한 사례가 있다. 멘토링을 통해 취업이 된 친구 60여 명 정도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예전엔 멘티였다가 지금은 멘토로 활동하는 경우도 여럿 있다. 나와 전중기 부대표 둘이서 진행하던 초기에는 직접 만나 교육하는 과정이 있었다. 12주 프로그램으로 회사경험을 전달하는 식이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참여한 8명 중 7명은 취업이 잘되어 의미 있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나머지 1명은 연락이 안 되어 모르겠다. 그 외에도 성공 스토리는 매우 다양하다. S기업 멘토에게 멘토링 받고 S기업에 합격해 한 건물에서 만난 경우도 있다.

일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잇다의 강점이다. 너희가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어딘지, 왜 거기에 들어가고 싶은 건지, 사실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러려면 뭘 준비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실제 어떻게 살게 되는지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지금껏 없지 않았는가. 잇다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가진 고정관념 등이 깨지기도 한다. 여자는 흔히 지방에 가는 걸 혐오한다고 하는데 경기도 이천의 맥주공장을 직접 견학한 후 마음을 바꿔 취업한 사람도 있다.

현직자가 멘토링을 받은 경우도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모 회사에서 일하다가 '내가 여기서 일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에 다른 관련자들에게 멘토링을 요청해 도움을 얻었다. 지금은 크게 성장해 멘토로 참여하며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마 최연소 멘토인 걸로 기억한다.

가급적 취업률을 성과지표로 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딜레마이긴 한데 그래도 취업 자체보다는 선후배간의 채널을 열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멘토링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성공하는 사례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 멘토와 멘티가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도움을 주고받은 사례도 있는가? 멘토 중에 외국인도 있던데 그들은 어떤 도움을 주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부산의 한 멘토는 4월 1일자로 강남 본사에 오게 되었는데 멘티를 같이 데리고 온다며 방을 좀 구해달라고 어제 연락이 왔다. (웃음) 그는 지금 멘티를 실제 현장에서 학습시키고 있다. 자기가 사내에서 따낸 서비스 개발로 대학생 멘티에게 인턴 경험을 주며 회사 내에서까지 멘토링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이니만큼 해외에서 일하는 멘토도 있다. 15개국 정도이고 직종은 다양하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일했고 슈퍼스타 존 레전드의 앨범 커버를 제작한 이, 영국의 박물관 큐레이터, 이탈리아 셰프, 싱가폴/중국/대만의 벤처 등등 면면이 다양하다. 현지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경험을 나눠주는 멘토들이다.

외국인은 두 명이다. 한 명은 핀란드의 보험계리사이고 다른 한 명은 우리나라 S기업에서 일하는 프랑스인이다. 물론 이들에겐 영어로 멘토링 받아야 한다. (웃음) 사실 이 부분은 일종의 파일럿 성격을 갖기에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히 멘토링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 특별히 호응 있는 멘토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더 멘토로 가담하면 좋겠나?

"호응 있는 멘토는 여러 명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육사 김호진 멘토는 50건 가까이 멘토링을 했다. 추측하건대 최근 반려동물의 인기가 늘며 그런 직업에 대한 10대 친구들의 관심이 컸던 때문인 듯하다. 그런 일을 하고 싶어도 딱히 정보가 없지 않은가. 전문직으로는 안기석 국제회의통역사의 인기가 높다. 통역과 관련해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바로 풀어준다. 김성준 SBS 앵커는 촌철살인 클로징으로 유명한데 멘토링도 그렇다. 군더더기 없이 정말 깔끔하게 직설적으로 답을 해준다.

새로운 멘토로 더 가담하길 바라는 층은 평범한 화이트칼라 직장인이다. 학생들은 실제 그 부분을 취업에서 가장 원하니까. 또 셀레브리티 중에서도 몇 명과 함께하고 싶다. 고용주와의 직접 멘토링 같은 것 말이다. 기업 회장들이 1주일 정도 멘토링에 참여해 내용을 공유하는 건 어떨까 싶다. '그런 꿈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걸 준비해서 이렇게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베일에 가려 있는 기업회장들이 건네는 그런 메시지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윗선에 있다고 정보가 폐쇄적이면 서로 단절되게 마련이지 않겠는가. 또 그들도 20대 청년의 실상에 일부는 공감하지 않을까? 조만간 그들에게 편지를 쓰든가 해볼 생각이다."

- 멘토링을 통해 멘토는 뭘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선의의 재능기부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나? 비슷한 성향이나 관심사의 멘토끼리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은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첫째로는 그들 각각이 좋은 일을 하는 걸 퍼뜨려야겠다는 생각이다.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모든 멘토는 자기들만의 페이지를 갖고 있다. 각 멘토의 프로필을 완전히 공개하고 각자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선의의 멋진 일을 하는 걸로 연출해준다. 일종의 퍼스널 브랜딩이다. 두 번째는 멘토 네트워킹이다. 비정기적으로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해왔는데 올해엔 하나의 장소와 특정일을 고정해 더 활성화할 생각이다. 예를 들면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 7~10시에 어디서 모인다는 식으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교류하는 장소를 마련하는 게 올해의 목표 중 하나다. 멋진 공간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같이 진행하면 좋겠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등지에서도 할 것이다. 진즉에 했어야 하는데 못했던 건 이 사업 자체가 워낙 고비용 구조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잇다는 온라인 재능기부다. 유료로 측정하면 서비스가 어려워지는 사업이다. 잇다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고정비만 월간 700만 원에 가깝다. 추가로 2명을 채용해야 하고 사이트 개발비나 서버비용 등이 발생한다. 이는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멘토에게 어떤 혜택을 줘서 만족감을 주고 유입을 유도할지에 대해선 계속 고민하고 수정하고 있다."

3) 레디&스타트의 사업구조 및 수익모델

-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내는지 궁금하다. 사회적 기업 역시 수익이 나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온라인 멘토링 외의 다른 부가적인 사업이나 후원 성격의 투자 등이 있을 듯하다. 거기에 대해 듣고 싶다.

"총 세 가지 영역의 수익사업이 있다. 온라인 동문 멘토링 서비스, 대학생 진로/취업 교육, 맞춤형 멘토링 기획이다.

먼저 온라인 동문 멘토링 서비스는 학교 내의 동문끼리 일에 대한 도움과 조언을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는 걸 돕는다. 동문이라는 유대감이 있으니 계약기간이 끝나면 헤어지는 그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학생들이 실질적인 편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동문들도 활동을 통해 '힐링'을 받는다고 말한다. 평범한 줄 알았던 본인의 일상이 후배들에겐 꿈임을 알게 되며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멘토와 멘티가 계속 확장되며 동문회를 활성화하고 대학 문화 자체를 바꿔나가는 역할을 한다. 현재 상명대, 성신여대와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고 계약방식은 월정액, 건별 방식 등으로 대학에서 지불한다.

두 번째 사업인 대학생 진로/취업 교육은 7주차, 5주차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직무, 진로방향 설정을 못한 친구들에게 현업 멘토들을 소개해서 현실적인 정보를 얻게끔 한다. 대학생들을 보면 일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이 너무 없다. 영업과 영업관리를 구분 못하고 마케팅과 홍보를 구분 못한다. 그들에게 업계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실제 진로계획을 수립하는 걸 돕는다. 우리가 가진 교육 콘텐츠를 대학과 연계해 진행하는 방식이고 이에 대한 지불은 대학에서 하고 있다. 현재 상명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세종대, 서울장학재단 등과 함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맞춤형 멘토링 기획. 기존의 많은 멘토링은 사실 공급자 중심이었다. 참여하는 학생들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연사부터 섭외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멘토링이 아니라 강연이다. 우린 그런 걸 지양하고 소규모 형태의 맞춤형 멘토링 형태로 기획한다. 현직자들이 참여해 비슷한 관심사의 멘티에게 경험을 전하는 방식이다. 기관이 어떤 콘셉트를 원하는지, 어떤 멘토가 참여하게 될 것인지,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예측한 후 진행한다. 이후 온라인으로 멘토링이 계속되기에 일회성으로 그치지도 않는다.

그동안 '도시락데이'와 '벽화 그리기' 등을 진행해왔다. '도시락데이'는 멘토와 함께하는 소풍/피크닉 콘셉트로 매회 80~100명이 참여해왔다. 멘토도 30명 정도 참여하니 3~4명의 멘티에게 멘토 한 명이 할애되어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한 규모다. 물론 멘토/멘티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로 묶는다. '벽화 그리기' 역시 이벤트를 통해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도시락데이는 삼성카드, 함께일하는 재단 후원이었고 벽화 그리기는 KDB대우증권이 도움을 줬다. 서울시와 제휴해 '경험/지식 멘토링 데이'도 한 차례 실시했는데 그땐 300여 명이 참여했다."

- 지금의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중간에 힘든 시간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나? 투자는 어떤 식으로 유치했나?

"정말 힘들었다. 대다수가 우리 일을 반대했었다. '수익 모델이 뭐야?'라면서. 초기엔 정부지원금 3천만 원으로 버티며 멘토 100명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멘토단이 겨우 15명일 땐 다들 콧방귀를 뀌며 너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식으로 공격들을 해왔다. 인원이 너무 적어서 설득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100명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비영리단체나 교육기관 등엔 천 명의 멘토가 있는 곳도 많지만 사실 그런 건 다 허수다. 실제로는 전혀 운영이 안 되다시피 한다. 우린 실수(實數)로 100명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그렇게 모으고 나니 비로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누가 멘토로 있어?'라는 질문에 답하는 덴 김성준 SBS 앵커의 힘이 컸다. 워낙 유명하고 또 바쁜 분이라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흔쾌히 참여해주었다. 멘토링도 정말 성실히 해준다. 가장 답변이 빠른 멘토 중 한 명으로 근무 중에도 촌철살인 답변을 보내온다. (웃음) 또 앰버서더 호텔의 권대욱 사장도 큰 힘이 됐다. 이런 명망 있는 분들이 멘토단에 있다고 하니까 다들 반응이 달라졌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홍보모델로 삼은 셈이다. (웃음)

이후엔 '어떻게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영리성이 약한 소셜벤처 분야엔 VC(벤처 캐피탈) 투자가 그리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처음 따낸 건 함께일하는 재단과 함께하는 1,500만 원짜리 사업으로 청소년 교육지원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대학생 교육과 엮었다. 청소년기본법에 의해 24세 이하까지 청소년으로 분류되니 대학생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간의 멘토링 경험을 살려서 콘텐츠를 만든 후 대학에 무료로 공급했었다."

- 대학에 그걸 공급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교육'이라는 분야에 있어 최고기관이라는 자부심이 강해서 쉽게 안 받아줄 텐데?

"맞다. 처음엔 대학에서 다들 거절했다. 교육에 공짜가 어디 있나, 거짓말하지 마라. 당신들이 누군데 공짜교육을 하나, 이런 대답을 들었다. 함께일하는 재단과 같이 한다고 해도 신뢰를 안 해줬다. 처음 믿어준 곳이 바로 상명대학교다. 거기 팀장이 '그럼 저희 학교 한번 해보시죠?'라는 반응을 보이며 무료로 7주간 진행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

거기 끝날 때가 다가오자 '우리 이제 뭐 먹고 사냐?'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땐 나와 전중기 부대표 딱 둘만 직원으로 있을 때다. (웃음) 그런데 상명대 팀장이 내부의 지인들에게 우리를 많이 홍보해주었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우리 학교에 와야 한다, 라는 식으로. 그래서 첫 계약을 따내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의 발판이 되었다.

말한 대로 대학은 대단히 폐쇄적인 집단이다. 교육에 대한 프라이드도 강해서 영업이 힘들다. 하지만 상명대 팀장은 우리 일의 취지를 이해해줬고 또 뭔가 자식 같은 마음도 들었던지 공감도 해줬다. 콘텐츠 자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다른 학교들에 소개해줌으로써 현재 4개 대학까지 확대되었다."

- 대학 외의 다른 수입원으로는 어디가 더 있는가?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활동 자체에 경험공유 측면이 있기에 서울시 공유기업에 지원해 선정되었다. 이후 일부 사업비를 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지원을 받고 있다. 단발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각도에서 설득해 공감대를 얻었다. 꽤 경쟁률이 높았지만 우리가 선정됐다. 영리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서울시 혁신형 사업에도 선정됐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비즈니스 기업을 후원하는 시스템이다. 거기에 선정되며 1억 정도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았다. 덕분에 사업에 좀 더 투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되었고 이후 기업들 쪽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매출이 60%, 지원이 40%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구조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설득을 했고 그만큼 거절도 많이 당했다. 멘토단이 늘어감에 따라 접촉하는 기업의 등급이 계속 올라감을 느낀다. 지금이 분기점이라고 본다."

('잇다'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조윤진 대표가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는 사흘 후 월요일(16일)에 이어집니다. 레디&스타트 조윤진 대표 인터뷰 2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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