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다시 생각하는 북한 |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과 교섭해야 할 당사자가 늘 겪어야 하는 딜레마의 하나가 채찍과 당근의 비율이다. 경험적으로는 채찍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평양 체제와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더욱 현명한 방법은 그들에게 확실하고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줘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경제적인 활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 지역의 엄청난 번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과,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는 번영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 홍석현
  • 입력 2015.03.13 12:35
  • 수정 2015.05.13 14:12
ⓒ연합뉴스

지금까지 살펴 본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책임의 일부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북한과 일방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면 한반도 전체에 대한 관할권-북한도 같은 주장을 하지만-은 물론이고 이 지역에 대한 최고의 이해관계를 가진 한국이야말로 한국의 이익을 바탕으로 지역 전체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되돌려 놓고 전체적인 전략을 그릴 때가 됐다.

이러한 전망에서 보면 한국은 오랫동안 핵문제의 볼모가 되어왔다. 이러한 근시안적 시각은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안보문제를 미국과 조율해 온 노력의 결과다. 우리가 핵비확산이라는 큰 논쟁에 휩쓸려 들어간 결과 북한 핵문제가 갖는 세계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구체적인 문제는 외면을 받고 북한 비핵화에도 분명히 실패했다.

우리는 새로운 전략을 갖고 산뜻하게 새출발해야 한다. 핵문제만 단독으로 다루는 데서 벗어나 북한을 국제사회에 합류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불행히도 핵 이슈만 부각한 방식은 모든 대화를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을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완전히 통합시키는 목표를 세우는 등 북한을 다루는 더욱 창의적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 북한에는 수많은 재주 있고 교육받은 인력과 풍부한 자원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단위로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도전을 받겠지만, 북한의 최고위층은 이러한 방식에 관심이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과거 정책들이 실패한 이유를 평가하고 거기서 배울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남북 관계 접근 방식에 일관성이 없어서 혼란과 오해를 초래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명박 정권은 북한과의 대화 유도를 노린 경제와 비즈니스 인센티브들을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매력적인 경제적 당근을 여러 차례 제안했는데, 이를테면 비핵화에 대한 보상 같은 것이었다. 사려 깊은 조치였지만 평양을 둘러싼 더욱 큰 지정학적 환경 때문에 평양이 체면 문제로 이에 응하지 못했다. 거기에 현실적인 진전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대화 자체의 중요성은 충분한 엄격성을 갖고 추구되지 못했다. 제안된 대화의 주제가 너무 좁아 북한에 협상을 위한 충분한 외교적 공간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엄격한 윤리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비록 의도는 숭고했지만 이 대통령의 수사법은 평양에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1인당 소득 3000달러를 누리게 하고 싶다고 공언하면서 관련된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대통령은 비핵화를 경제적인 기회와 관련한 모든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대화의 규칙을 이렇게 정해버리면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민간인, 교회, 비정부기구(NGO)는 그들에게 가능한 채널을 제한적으로 가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비핵화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했다. 북한은 다른 분야의 대화에서도 비핵화가 사전조건이라는 사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종합적인 패키지로 이른바 '정상회담 딜'이나 '그랜드 바긴'을 성사시켜보려는 노력도 있었다. 이러한 패키지는 기대를 모았지만 이런 제안은 별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핵 이슈에 초점을 맞춘 결과 종합적인 패키지에 관한 막후 채널 논의가 들어설 여지가 없었고 NGO와 민간인 그룹이 막후 협상할 자리도 없었다.

결국 김정일 체제는 이러한 일방적인 접근에 낙담해 반격을 시작했다. 나는 이 대통령이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큰 비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남북협상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북한은 쌀과 비료와 그 밖의 혜택을 요구했다. 북한이 남한을 충분한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 없이는 어떠한 진전도 기대할 수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유연해지려고 노력하고 더 넓은 비전을 제시해왔다. 예를 들면 박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했으며, 신뢰 구축 프로세스가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은 기대를 모으지만, 박근혜 정부에는 흡수통일이나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은 즉각 평양에 전해져 깊은 대화를 저지했다. 박 대통령은 사회의 공적, 사적 영역을 망라하여 모든 수준에서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북 간에 현안으로 남아있는 광범위한 이슈들에 관한 다층적 대화를 시작할 수가 있다. 이런 소통이 박 대통령 시대에 늘어나긴 했지만 나는 박 대통령이 이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한국에선 박 대통령이 북한을 잘 다뤄왔다고 여긴다. 그런 컨센서스는 박 대통령이 북한에 중요한 제안을 할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지금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기에 적합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나는 박 대통령이 이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실세 3인방의 참석을 계기로 합의했던 고위급 대화가 앞으로 성사될 것이고, 남북한 어느 쪽도 이차적인 이슈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를 희망한다.

북한

북한과 교섭해야 할 당사자가 늘 겪어야 하는 딜레마의 하나가 채찍과 당근의 비율이다. 경험적으로는 채찍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평양 체제와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더욱 현명한 방법은 그들에게 확실하고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줘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경제적인 활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 지역의 엄청난 번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과,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는 번영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평양은 이 피곤한 전략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국가 내부의 합의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들이 뭔가를 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합당하겠지만, 무력을 과시하기보다 놓쳐버린 경제적 기회를 강조하는 것이 훨씬 더 사리에 맞을 수 있겠다. 우리가 평양에 겁을 주어 진로를 바꾸게 할 수는 없어도 자기이익을 바탕에 둔 보다 합리적인 길로 가도록 설득할 수는 있다.

북한 내부에서는 피할 수 없는 필요에 따라서 일정한 경제적 개혁과 정치적인 변화들이 검토되고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북한의 9개 도는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독자적인 인사권까지 행사한다. 도 수준의 이런 자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대단한 중요성을 갖는 것으로 덩샤오핑 시대 중국의 초기 개혁을 연상시킨다.

북한은 개인이 텃밭을 경작하여 수확의 일정 분량을 당국에 내고 나머지를 장마당에서 파는 것을 허용하는 개혁을 시행하고 있다. 극심했던 식량난은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농업생산량은 두드러지게 증가해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북한의 고질적인 경제난을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부차적인 개혁일 뿐이다.

다시 생각하는 북한 | <1> 3대 세습의 유산

다시 생각하는 북한 | <2> 6자회담 참가국들의 입장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홍석현 #다시 생각하는 북한 #국제 #정치 #북한 #박근혜 #통일 #북핵 #이명박 #허핑턴포스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