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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에는 '최후의 만찬'이 숨어있다?

  • 남현지
  • 입력 2015.03.12 14:26
  • 수정 2015.03.13 13:01

그림 '별이 빛나는 밤'과 자신의 귀를 자른 에피소드로 유명한 화가 반 고흐. 그가 또 다른 기발한 무언가를 남겼다는 추측이 돌고 있다. 그의 상징적인 작품 '밤의 카페테라스(Cafe Terrace at Night)'가 그 대상이다. 이 그림은 프랑스 아를에서 익명의 손님들이 저녁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카페에 모인 이 12 명(긴 머리를 한 중앙의 인물과 나머지 손님들, 건물 안으로 향하는 그늘에 가린 인물, 그리고 카페 쪽을 바라보는 광채가 나는 인물들) 사실은 익명의 인물들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반 고흐가 종교적인 암시를 그림에 담은 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림에 몰두하기 전에 고흐는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고 그의 부친 테오도로스 반 고흐는 네덜란드 개혁교회 목사였다. 또 그의 삼촌은 유명한 네덜란드 종교학자였는데 고흐가 목회에 열정을 가지도록 노력했었다. 물론 반 고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실패했지만 말이다.

27살에서 28살 사이에 반 고흐는 미술에 전념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1890년에 죽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900점가량의 작품을 만든다. 이 많은 작품 중에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는 것은 많지 않을 거다. '별이 빛나는 밤'이 그중 하나일 테고 별빛으로 수 놓인 밤을 아마 처음으로 묘사한 '밤의 카페테라스'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된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이 없을까?

독립 연구자인 재러드 백스터는 반 고흐와 종교 상징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대해 강의도 하는데 최근엔 2015년 네덜란드 미학 협회에서 강의를 했다. 백스터가 증거라고 제시하는 요소들은 다소 추측성이 강하지만 그래도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윌리엄 클로스와 같은 반 고흐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과 저자들이 그와 자문하고 그의 연구를 추천할 정도다.

백스터는 반 고흐가 고의적으로 '최후의 만찬' 내용을 그림에 담았다고 말한다. 다양한 인물의 배치와 특히 카페에서 건물 안으로 향하는 유다 인물을 지적한다. 아래는 이 주제에 대해 백스터가 허핑턴포스트에 설명한 글이다. 자칫 잘못하면 댄 브라운 소설처럼 미스터리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반 고흐는 오리지널 스케치에다 추후 종교적인 요소를 더해 그림을 완성했다.

'밤의 카페테라스'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시기에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그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어떻게 이야기할까... 종교에 대한 엄청난 갈망을 느낀다고 할까."라고 편지에 적었다. 오리지널 스케치(아래 오른쪽)를 보면 밤의 카페테라스의 윤곽이 보인다. 그런데 완성품(아래 왼쪽)을 보면 차이가 확실하다.

완성작에는 건물 안을 막 들어가려는 검은 그림자의 인물이 있다. 또 빛을 받고 있는 보행자들은 카페 쪽을 보고 있다. 반 고흐의 트레이드마크인 황금색이 전체 그림에서는 천국을 상징하는데, 중앙에 있는 인물 위의 전등이 후광의 역할을 한다. 또 오른쪽 스케치와 비교하면 중앙 인물 뒤쪽으로 십자가가 보인다.

'밤의 카페테라스'에는 여러 개의 십자가 모양이 보인다. 이는 종교적인 면을 은근히 드러낸 것으로 이해된다.

동료 화가인 에밀 베르나르는 그림 '몸을 씻는 여인'을 반 고흐와 공유했는데 그는 배경의 창문을 이용해 십자가 모양을 나타냈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베르나르의 기법을 종교 상징을 자주 이용한 화가 렘브란트와 비교했다.

'밤의 카페테라스'에는 중앙 인물 뒤로 십자가 모양의 창문이 있는데, 길 건너 건물에 묘사된 일반 창문과는 모양이 확실히 다르다. 줌인이 필요하지만 자세히 보면 중앙 인물의 가슴에도 십자가가 보인다.

물론 이런 종교적인 요소들이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 미술학자인 츠카사 고데라(Tsukasa Kodera)는 이미 90년대에 반 고흐가 신화와 종교를 그림에 엮었다고 주장했었는데, 예를 들어 1888년 그림 '씨 뿌리는 사람'만 보아도 "태양을 후광으로 변형시켰다"는 백스터의 말과 일치한 의견을 냈다.

'반 고흐와 고갱: 신성한 미술의 발견' 저자이자 UCLA 교수인 데보라 실버맨은 "1888년 즈음에는 반 고흐의 그림이 벌써 '신성한 리얼리즘'으로 불릴 수 있는 상징성 프로젝트로 진화했다. 이는 신을 위한 노력으로, 실재에서 영원을 추구하는 작업이었다."라고 말한다.

의자에 앉은 여인을 묘사한 반 고흐의 '자장가(La Berceuse, 룰랭부인)'만 해도 성모 마리아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위 그림이 처음 전시됐을 때 그 유명한 '해바라기' 그림들 사이에 놓였기 때문이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세 개의 그림을 일종의 트립틱(triptych - 교회 제단 위 세 폭짜리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반 고흐에 대한 여러 저서를 낸 에페르트 판 우이테르트는 '시미올러스: 네덜란드 미술 역사학지'에 '자장가'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마담 룰랭은 제단 뒤 그림의 중앙에서 성모 마리아(별의 마리아)의 역할을 하고... 해바라기 그림들은 예수와 연관된다."

따라서 종교적인 상징이 반 고흐 그림에 포함된 선례가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반 고흐는 '아를 카렐 식당의 내부' 그림과 여러 번 씨름했다. 첫 그림은 1888년에 마친 것으로 추측된다. 백스터는 그림의 중심인물과 그의 양쪽으로 배치된 손님들 그리고 와인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이 그림에도 '최후의 만찬' 요소가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반 고흐는 두 번째 그림에 빵을 더했는데, 와인도 더 많이 나오고 또 야자 잎 같은 것들이 손님들 위에 드리워진 것처럼 보인다. 백스터는 그림 중앙 바로 왼쪽에 위치한 파랗게 보이는 인물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묘사된 그 유명한 '옆으로 몸을 기댄' 제자 요한이라고 한다.

미스터리에 대한 열쇠 하나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에서 찾을 수 있다.

반 고흐는 이전 시대의 상징적인 화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렘브란트의 영향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고흐는 몇 시간씩 렘브란트의 그림을 쳐다보며 모방 작품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수많은 편지를 보면 그 중요성이 이해된다.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린 1888년에 그는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렘브란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친구 에밀 베르나르에게 편지로 설명했다.

보들레르에 대해 쓴 649번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보들레르는 렘브란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렘브란트의 상징성을 놓쳤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고흐는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렘브란트의 '도살된 소'에 관한 종교적 상징성을 언급했다(성인 누가의 상징이 황소였으며 그래서 도살업자의 수호성인이자 의사, 학생, 그리고 예술가의 수호성인으로도 알려졌다). 보스턴 칼리지의 케네스 크렉 교수는 묘사된 황소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을 상징한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반 고흐는 베르나르의 실수를 지적했는데, 자신도 소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결국 그의 편지에 나타나는 것은 그가 종교적인 상징을 간접적으로라도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인데, 좀 더 섬세한 '밤의 카페테라스' 연구로 고흐의 의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반 고흐는 그림으로 다빈치의 대작에 감동을 표한 것인가?

재러드 백스터가 이 문제를 파고들게 된 이유는 아직도 반 고흐에 대한 미스터리가 많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반 고흐 미술관은 반 고흐가 귀를 자른 자화상의 주인공이 고흐 자신이 아니라 그의 동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반 고흐가 자살한 게 아니라 동네 깡패에게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장황한(그리고 매우 설득력이 높은) 이론이 펼쳐졌다. 또 귀도 룸메이트 폴 고갱이 홧김에 잘랐을 거라는 추측이 이젠 지배적이다. 반 고흐가 역사에 가장 유명한 화가일지는 모르지만 그의 삶에 대해서는 '별이 빛나는 밤'처럼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백스터는 "그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100% 확실한 것은 없다"며 "그래도 내 주장을 뒷받침할 정보와 증거가 어느 정도 성립했고 믿는다"고 허핑턴포스트에 설명했다.

그는 "미술학자 12명을 한 방에 모으면, 아마 상징적 미술에 대한 정의가 13가지로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실한 답을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백스터는 반 고흐에 대한 미스터리가 댄 브라운의 소설에서 나오는 그런 미스터리처럼 남기를 바란다고 한다. 즉,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또 다른 유명한 그림 안에 숨겨졌다는 식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로 말이다.

댄 브라운식의 미스터리를 더 부채질하는 이유는 반 고흐의 편지 중 하나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나중의 편지에서 사라진 편지에 대한 언급이 있는 걸 보면 편지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백스터는 그 사라진 편지에 반 고흐가 "상징적 미술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을 것"이라고 한다. 즉, 퍼즐에서 빠져버린 조각이라는 말이다. 백스터는 "고갱과 베르나르가 자신들이 상징적 미술 운동의 리더라고 자칭하고자 했다면 그 편지를 없앴을 수 있다"며 "물론 내 추측이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빨리 톰 행크스에게 전화 걸어서 다음 영화를 준비하라고 해야겠다. (톰 행크스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출연했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Vincent Van Gogh May Have Hidden 'The Last Supper' Within One Of His Most Famous Painting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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