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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비망록 | 줄기세포 연구의 아킬레스건, 난자 사용

황 교수는 연구원들의 난자 제공 제의를 거절했고 네이처 취재 시에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것을 숨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황 교수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여러 직책에서 사임했다. 황 교수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잘 짜인 각본과 정치 9단 뺨치는 연기라고 해야 할까 각본 작성에는 어처구니없게 당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도 관여했다. 그 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규명한 바에 의하면, 여성연구원 P는 황 교수 차로 함께 병원으로 가서 난자를 채취했고, 다시 황 교수와 실험실로 돌아왔다.

  • 황상익
  • 입력 2015.03.12 11:08
  • 수정 2015.05.12 14:12

"황우석 사태"가 불거지게 된 한 가지 계기는 난자 문제였으며, 특히 연구팀 내 여성연구원들의 난자 사용에 관한 것이었다.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의 난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이 연구의 중요한 제한점이자 문제점이다. 2004년 2월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는 난자 242개를 썼다고 되어 있다. 논문이 발표되자 그 많은 난자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매매에 의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 제기와 해명 요구가 잇달았다. 이에 대해 황 교수측 은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고 할 뿐 구체적인 해명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인 2004년 5월 6일 <네이처>는 '한국의 줄기세포 스타들이 윤리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황 교수팀의 여성연구원 2명이 연구에 난자를 제공했다"라고 보도했다. 네이처는 그 근거로 여자대학원생 K의 인터뷰 내용을 제시했다. 네이처는 "K가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영어 실력이 나쁜 탓에 오해가 생긴 것으로 난자를 기증한 사실이 없다며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지만 첫 인터뷰에서 난자를 채취한 병원 이름을 말했고 이미 아이가 둘이 있기 때문에 난자 제공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연구의 아킬레스건, 난자 사용

네이처의 보도에 대해 황 교수는 "연구실 직원 중 누구도 난자를 기증하지 않았다. 네이처 기자에게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네이처의 왜곡 보도는 연구성과를 경쟁지인 사이언스에만 실은 데 대한 보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대응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5월 27일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논문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이언스에 논문을 투고할 때 윤리적 검토를 충분히 거쳤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황 교수를 적극 옹호했다.

이후로도 시민사회단체들과 한국생명윤리학회 등이 난자 사용 문제에 대한 해명과 공개토론을 촉구했지만 황 교수는 계속 묵살하는 태도를 취했다.

난자 문제에 관한 결정적인 타격은 황 교수 연구에 비판적인 측이 아니라 최대 지원자이자 공동연구자인 제럴드 새튼 교수에게서 날아왔다. MBC 피디수첩이 줄기세포 날조 문제를 거의 밝혀가던 2005년 11월 12일, 새튼은 자신이 소속한 피츠버그 대학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20개월 동안 황 교수와 해온 공동연구를 윤리적 문제 때문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구체적인 이유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황 교수가 여성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종속관계에 있는 연구원의 난자를 제공받는 자체가 강압을 의미하며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2005년 11월 24일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가 서울 신림동 서울대 수의대에서 기자회견 열고 연구원의 난자 사용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리에 앞서, 연구(자)의 기본인 진실성은 어디에

그 뒤로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던 황 교수는 피디수첩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을 방송한 이틀 뒤인 11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난자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서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 등 교수직 이외의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 중 한 명인 P가 찾아와 난자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연구원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어린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난자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교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 다른 여성연구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 뒤 네이처 기자가 한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다면서 확인을 요청했다. 두 연구원에게 물어봤더니 난자 제공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이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네이처에 연구원들의 난자 제공을 밝혀야 했음에도 제공자 한 명이 강력히 프라이버시 보호를 요청했고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제공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달리 답변했다."

요컨대 황 교수는 연구원들의 난자 제공 제의를 거절했고 네이처 취재 시에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연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것을 숨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황 교수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여러 직책에서 사임했다. 황 교수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잘 짜인 각본과 정치 9단 뺨치는 연기라고 해야 할까 각본 작성에는 어처구니없게 당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도 관여했다.

그 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규명한 바에 의하면, 여성연구원 P는 황 교수 차로 함께 병원으로 가서 난자를 채취했고, 다시 황 교수와 실험실로 돌아왔다.

난자 사용과 관련된 윤리 문제에 앞서 연구(자)의 기본인 진실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다음 글에 계속)

줄기세포 비망록 | <1> "진실, 그것을 믿었다"

줄기세포 비망록 | <2>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광란과 참사

* 이 글은 다산연구소의 다산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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