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스타트업의 성지가 된 샌프란시스코

이번에는 스타트업 붐의 중심이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완전히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젠페이롤이란 스타트업의 에드워드 리 CTO는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일년 전에 이사왔다"며 "요즘은 인재를 구하는 데 있어서 시내에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버나 리프트,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배달서비스 등의 등장으로 옛날보다 차가 덜 필요해지며 도시생활이 휠씬 편리해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좋은 차를 갖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더 소중히 하는 젊은 세대들이 도시생활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 임정욱
  • 입력 2015.03.12 06:25
  • 수정 2015.05.12 14:12

3월1일부터 4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구석구석을 누볐다. Launch Festival이라는 스타트업컨퍼런스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을 둘러보고 시내 곳곳에 있는 몇몇 스타트업을 방문하고 업계에 있는 지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든 생각은 "샌프란시스코에 160년 만에 제 2의 골드러시가 왔구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골드러시의 주인공은 스타트업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스타트업을 성공시켜 세상을 바꾸고 일확천금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1993년 학생일 때 미국에 처음 와서 여행하면서 샌프란시스코를 처음 방문해본 일이 있다. 그리고 기자로서 알타비스타, 야후 같은 IT기업들을 취재하러 90년대 중반에 이 동네에 여러 번 출장을 다녔다. 99년에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2주짜리 벤처창업프로그램(SEIT)을 이수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UC버클리 하스(Haas)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으면서 닷컴광풍이 쓸고 지나간 폐허 같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목도했다. 그리고 이후 10년간 다음, 라이코스CEO 등을 거치며 샌프란시스코를 자주 들락거렸다. 2012~2013년에는 실리콘밸리의 한가운데인 쿠퍼티노에서 살면서 가끔씩 샌프란시스코에 다녔다.

그런 만큼 나는 지난 20여년간 이 도시를 아마 수백 번은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이 아름답고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도시가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러면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도 테크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역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중심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자리잡고 있는 팔로알토, 마운틴 뷰 등지의 사우스베이(South bay)지역이라고 생각했다. 출장을 가도 항상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타트업붐의 중심이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완전히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이번 출장에서는 새로운 많은 흥미로운 스타트업들을 만나는데 있어 남쪽으로 내려갈 일이 없었다. 정말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해 내가 느낀 점을 아래 간단히 메모해 봤다.

iPhoto에서 본 샌프란지도. 주로 내가 사진을 찍은 위치들이 보인다. 스타트업들이 있는 곳이 많다.

우선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도시 곳곳이 스타트업으로 가득 차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예전에는 거지와 노숙자들이 많아 슬럼화되어 있던 시빅센터(시청)근처와 남쪽 소마(SOMA-마켓스트리트 남쪽을 통칭한다)지역에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들어가면서 지역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2012년 중반에 새로 입주한 시빅센터근처의 빌딩.

그 물꼬는 트위터가 텄다. 시빅센터 앞에 비워져 있던 오래된 대형건물에 트위터가 들어오는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시는 트위터에 큰 세금혜택을 제공했다. 트위터는 2012년에 그 빌딩 내부를 멋지게 리모델링해서 들어가면서 동네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트위터를 따라 그곳에 스퀘어, 우버 같은 수천명단위의 직원을 채용하는 대형스타트업들이 들어가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고급 아파트 개발이 시작되고 노후화된 건물들에 스타트업들이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의 큰 빌딩에는 징가와 에어비앤비가 들어갔고 작년에는 핀터레스트도 팔로알토에서 이사왔다.

타파스미디어가 입주해있는 건물. 타파스미디어 사진은 아래쪽. 다른 스타트업들과 공간을 나눠서 사용한다고. 원래는 맥주공장이었던 건물.

이런 분위기를 타고 예전에 창고, 맥주공장, 자동차수리가게, 차고 등으로 쓰이던 빨간 벽돌건물들이 깔끔하게 내부 단장을 마치고 매력적인 스타트업 공간으로 변신했다. 보면 이곳에서 새로 창업된 스타트업도 많지만 핀터레스트처럼 남쪽 실리콘밸리지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해 오는 스타트업도 많다. 도시생활을 선호하는 젊은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바일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인 Realm.io 의 사무실. 밖에서 보면 안에 어떤 회사가 있는지도 안보이는 허름한 건물. 내부에 들어가보면 방마다 스타트업이 가득차 있다.

젠페이롤이란 스타트업의 에드워드 리 CTO는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일년 전에 이사왔다"며 "요즘은 인재를 구하는 데 있어서 시내에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우버나 리프트,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배달서비스 등의 등장으로 옛날보다 차가 덜 필요해지며 도시생활이 휠씬 편리해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좋은 차를 갖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더 소중히 하는 젊은 세대들이 도시생활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Launch Festival 행사장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도 매일처럼 열린다. 내가 방문한 주에는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발표하는 론치페스티벌과 게임개발자컨퍼런스인 GDC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이 두 컨퍼런스를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외지인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고 호텔은 방이 동났다. 1박 4백불에도 방을 구하지 못해 난리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샌프란시스코는 전세계 IT의 총본산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곳이기 때문에 애플, 구글, 삼성, 인텔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의 개발자컨퍼런스가 시도 때도 없이 열린다.

부트스트랩랩스의 벤 레비의 사무실이 있는 Galvanize라는 비교적 최근 오픈한 스타트업캠퍼스는 너무 훌륭했다. 6층 건물전체에 코워킹스페이스, 스타트업 사무실, 강연장, 휴식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http://www.galvanize.it/san-francisco-soma

스타트업들이 수천 개 이상 몰려있다 보니 스타트업을 겨냥한 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다. 왜 골드러시 때는 금을 캐는 사람들보다 그들을 위해 청바지를 만들어 판 사람들이 돈을 더 벌었다고 하지 않는가.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스타트업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협업공간들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이런 곳마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스타트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독립사무실도 아니고 열린 공간 내의 책상 하나를 한 달 빌리는데도 월 5백불에서 최고 8백불까지 내야 하는데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주로 스타트업들이나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들도 많다. 홍보전문가,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이 동네에 있는 전문직종인들은 대부분 스타트업과 일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스타트업 컨퍼런스 전시장 내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홍보서비스나 스타트업 엔지니어들이 프로그램코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하는지 측정해주는 소프트웨어서비스, 스타트업 팀웍강화서비스를 해준다고 알리는 부스도 보이고 전단지도 여기저기 많이 뿌려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길거리의 택시나 버스광고를 봐도 코카콜라같은 일반소비재 광고보다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기업용 소프트웨어 광고가 더 많이 보이는 독특한 동네다.

벽의 광고는 Postmates라는 심부름앱, 택시에 붙은 광고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HR클라우드소프트웨어인 Namely.

심지어는 스타트업 행사장에서 짐을 맡아주는 회사도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짐을 맡기는 사람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본인 사진을 찍어놓는 방식으로 불편한 종이티켓 없이 짐과 코트를 맡기고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별로 편한 것 같지는 않지만...)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스타트업 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는 얼리어답터이기도 한 것 같다.

'우버'는 시민들의 일상 속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지난해 산타클라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사무실을 옮긴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는 "샌프란시스코 바깥동네 사람들은 우버가 어떻게 40조원 가치가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버를 쓰고 그 편리함을 이해하는 샌프란시스코사람들은 대부분 우버가 그 정도 가치가 될 거라고 수긍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스퀘어의 아이패드 카드결제기와 Fivestars라는 스타트업의 리워드시스템을 사용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커피숍.

집에 남는 방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사람들도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다. 또 도시 전체에서 주차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SF파킹프로젝트도 잘 진행되고 있는 듯 싶고 자전거를 공유하는 바이크쉐어나 카풀앱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이 보인다. 금전출납기나 기존 카드결제기 대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작은 동글을 꽃아서 카드결제기로 대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스퀘어를 쓰는 소상인들도 무척 많이 보인다.

여기 사람들과 만나서 화제에 오르는 이야기도 "애플이 자동차를 개발할 것 같으냐", "XX스타트업이 얼마를 투자 받는다더라", "XX앱을 써보니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 그 회사 성공할 것 같다" 등등의 내용이 많다. 이 도시, 이 지역 스타트업의 제품을 가장 먼저 써주는 얼리아답터들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인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상당수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

스타트업을 통한 이 같은 샌프란시스코의 열기는 전세계에서 꿈을 안고 온 인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개방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왼쪽은 발음교정앱을 만들어 미국시장에 도전하는 베코스의 강진호 대표, 오른쪽위는 태양광셀을 청소하는 드론을 개발한 이집트출신 창업가, 오른쪽 아래는 what3words라는 지도시스템을 개발한 영국출신 창업가.

론치페스티벌에 온 스타트업들이나 코워킹스페이스에 있는 스타트업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이 지역 토박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영국, 이집트, 폴란드, 인도, 한국, 시애틀, 라스베가스, 캐나다, 중국, 덴마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열정적인 사람들이 열심히 독특한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다른 지역보다 수준도 높고 독특한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비슷한 열정을 가진 스타트업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보니 서로 굉장히 자극이 된단다. 스타트업을 위한 정보와 좋은 서비스가 많다 보니 쓸데없는 것은 아웃소싱하고 핵심역량에만 올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방문한 스트라이프(Stripe), 젠페이롤(Zenpayroll), 렐름(Realm) 세 회사가 우연히도 모두 Y콤비네이터출신들이었는데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서비스를 추천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끌고 당겨주는 가운데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보며 한국도 스타트업붐을 지속시키고 더 혁신적인 회사들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계에서 해외 인재들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외와 교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창조경제가 불을 뿜는 지역을 탐험한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새로운 고층빌딩들이 쭉쭉 올라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보며 역시 건설붐인 중국도시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estima.wordpress.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센프란스시코 #IT #경제 #테크 #스타트업 #임정욱 #실리콘밸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