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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만 머리 감는 '노푸', 나도 해볼까

  • 김병철
  • 입력 2015.03.11 19:24
  • 수정 2015.03.12 04:58
ⓒShutterstock / Yuganov Konstantin

[매거진 esc] 스타일

자꾸 지루성 피부염이 재발했다. 늘 머리를 긁적이며 다녔다. 머리가 점점 많이 빠지는 듯해 피부과를 찾았다가 탈모 진단을 받았다.

일본에서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노샴푸)가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즈음이었다. 구길원(50)씨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물로만 머리감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게 벌써 5개월째다.

“지난 5월에 첫 시도를 했을 때는 2주 만에 실패했어요. 1박2일 모임에 참석할 일이 있었는데 괜스레 옆사람에게 냄새 때문에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눈치가 보여 샴푸로 감고 말았죠. 10월에 2차 시도를 했는데 아내와 아이들도 제 머리에서 냄새가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가렵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무난하게 5개월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약용 샴푸, 기능성 샴푸, 피부과 제작 샴푸, 프랑스 명품 샴푸까지 샴푸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그다. 그런 그가 이제 머리를 감을 때 물만 사용한다.

“샤워기 아래서 3분 동안 맨손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요. 샴푸를 안 쓰는 만큼 더 꼼꼼하게 닦아주는 거지요. 노래 한 곡이 나오는 동안 손끝으로 두피를 비비다 보면 두피의 기름기가 닳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5개월 사이 지루성 피부염이 재발하지도 않았다. 모발의 힘이 좋아졌고 덜 빠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10개월 전에 출산을 한 황수진(40)씨는 4개월 전 샴푸를 끊으면서 아이의 머리까지 물로만 감기고 있다.

“30대 후반부터 정수리에 머리숱이 너무 줄어가더라고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더니 원형탈모도 생긴 상태였고요. 탈모 클리닉, 고급 샴푸 등을 알아보다가 ‘노푸’를 알게 됐어요. 출산 뒤 더 빠지는 머리를 보면서 물로만 감기에 한번 도전해봤죠.”

아기 피부에 순한 샴푸 제품을 찾다 보니 더욱 ‘물로만 씻기’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아무리 순한 아기용 샴푸라고 해도 계면활성제 등 화학 성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깨끗한 아기 피부가 뭐 그리 더러워졌다고 매일 비누와 샴푸로 씻나 싶기도 했고요.”

물로만 깨끗이 씻어줘도 아기에게는 좋은 체취가 났다. 황씨도 모발이 굵어지고 머리 앞쪽 잔머리가 자라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계속해도 되나 고민이 많았어요. 단발머리인데 피지가 다 제거되지 않으니까 묵직하고 끈끈하게 느껴졌거든요.”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멧돼지털로 만든 솔빗이었다고 한다.

“빗질만으로도 머리에서 먼지나 때가 많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한결 가벼워졌어요. 한달이 넘어서면서 물로만 머리를 감아도 가볍고 깔끔한 느낌을 받게 됐죠.”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노푸’는 몇달 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2013년에 일본에서 <물로만 머리감기 놀라운 기적>이란 책이 출간돼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일본 최고의 안티에이징 전문 의사’라는 우쓰기 류이치다. 이 책은 지난 2월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책은 의사인 그가 어떻게 ‘물로만 머리감기’에 도전하게 됐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일본 기타사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그는 성형외과, 미용의학센터에서 일하며 소독액, 비누, 입욕제, 샴푸 등이 오히려 인간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40살 무렵에 화학 성분에 대한 지독한 알레르기를 겪은 뒤 샴푸를 끊었고 그 쾌적함에 매료됐다고 밝힌다. 이 책은 그가 샴푸를 끊은 지 7년째 되던 해에 썼다.

멧돼지 털로 만든 켄트 헤어브러시.

그가 주목하는 샴푸의 단점은 그 안에 들어 있는 ‘40여종의 화학물질’이다. 그는 이 물질들이 매일 두피의 10만개나 되는 모공으로 들어가 모근을 손상시켜 모발이 가늘어진다고 설명한다.

또 샴푸의 세정력이 너무 강해서 피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리기 때문에 피지샘이 과도하게 발달해 저녁이면 오히려 더 머리가 끈끈해지고 냄새가 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1960년대 중반 텔레비전에서 샴푸 광고가 쏟아져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이 살랑살랑 흩날리는 머릿결을 아름답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썼다.

그런 머리는 ‘모발이 피지를 빼앗겨 건조하고 바싹 말라버린 상태’라는 설명이다. 건강한 머리카락은 ‘까마귀의 젖은 날개처럼’ 자연스러운 윤기가 흘러야 하는데 피지라는 ‘천연 정발제’를 잃어버린 모발이 바람에 힘없이 날린다는 것이다.

물로만 머리를 감기 시작하면, 샴푸의 자극으로 과도하게 발달했던 피지샘이 쪼그라들어 모발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된다고 한다.

또 모발의 기본인 모근간세포가 건강해지고 두피 자체가 두꺼워져 머리카락이 뿌리를 깊이 뻗을 수 있다고 한다. 샴푸의 파라벤과 같은 강력한 살균작용을 지닌 방부제에서 벗어나 두피에 원래 있어야 하는 상재균이 증가해 나쁜 세균을 막는 힘이 커진다.

적당량의 피지가 두피에 남게 돼 머리카락에도 탄력이 생긴다.

그렇다면 ‘물로만 감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책은 여름이나 장마철처럼 피지와 땀이 증가하는 계절을 피해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혹시라도 냄새가 날까봐 걱정이 된다면 연휴나 주말에 시험삼아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의 온도를 우리 몸의 온도보다 1~2℃ 낮은 34~35℃로 맞추고 손가락 바닥으로 두피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씻어주면 된다. 동물의 털로 만든 솔빗으로 머리를 먼저 빗은 뒤 물로 감아주면 더 효과가 좋다.

물로만 머리감기에 도전한 초기 1~2주 동안 끈적임을 견디기 힘들다면 좀더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아도 좋다.

샴푸를 다시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때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순비누를 아주 소량만 묻혀 사용할 수도 있다. 린스 대용으로는 매실장아찌나 레몬, 식초 등에 들어 있는 시큼한 성분인 구연산을 물에 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물로만 머리를 감았더니 지루성 피부염이 심해지는 사람은 즉시 피부과에 가라고 그는 조언한다. 지루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곰팡이의 일종인 말라세지아가 샴푸에 들어 있는 파라벤과 같은 강력한 방부제에 의해 제거되다가 되살아나면서 더 강력한 지루성 피부염에 걸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미 두피의 균형이 깨져 ‘노푸’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물로만 감기’가 부담스러워 순비누를 이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달째 생활협동조합에서 만든 ‘창포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다는 이유진(44)씨는 “샴푸를 끊고 순비누로 머리를 감다 보니 하수구로 흘러드는 머리카락 개수도 줄어드는 듯하다”고 말했다.

샴푸와 함께 샤워배스, 합성세제 등도 함께 끊었다는 그는 피부와 두피가 더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노푸’가 유행이라 해도 누구나 시도하는 것은 문제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현혜진 애경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두피에 상처가 있는 경우 린스 대신 사용하는 식초의 자극으로 인해 덧날 수 있다”며 “지성 두피인 사람들은 두피에 쌓인 피지를 세정하지 않게되면 피부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피지로 인해 두피 모공이 막혀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푸’를 하고 있는 경험자들도 “자기 두피 상태에 맞춰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4개월째 ‘노푸’ 도전 중인 황수진씨는 “나는 샴푸를 끊고 물로만 머리를 감으면서 달라진 두피와 모발 상태에 무척 만족하고 있지만 비듬이 심한 남편의 경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각자 자신의 상태와 상황에 맞게 머리 감는 방법을 선택할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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