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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살 것인가 말 것인가 : 5가지 체크포인트

  • 허완
  • 입력 2015.03.10 15:08
  • 수정 2015.06.04 22:33

업데이트 : 2015년 3월11일 00:25 (일부 문장 수정, 5번 항목 내용 보강 등)

업데이트 : 2015년 6월5일 02:20 (한국 출시 일정 등 추가)

이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애플워치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공개됐다. 우리는 애플워치의 가격이나 출시일, 배터리 성능을 알게 됐다. 애플워치에 설치할 앱은 아이폰의 ‘애플워치’ 앱에 들어갈 애플워치 전용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게 될 거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은 조금 뒤로 미뤄도 늦지 않다.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은 덕분에(?) 우리에겐 그만큼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업데이트 : 한국 출시일은 6월26일로 확정됐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애플워치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이 꼭 참고해야 할 5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1. 아직은 낯선 이름, 스마트워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스마트워치는 아직 낯설다. 국내외에서 서서히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워치는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통계가 있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지난해에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점유율 23%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총 120만대의 스마트워치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모든 종류의 스마트워치가 대략 520만대 규모라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2억8350만대로 집계된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스마트폰 시장규모에 비하면 스마트워치 시장규모는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이유가 뭘까. 아래 몇 가지 질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스마트워치를 구입하지 않았거나 구입을 망설여왔던 당신이 품고 있을 법한 질문이기도 하다.

  • 스마트워치, 그게 꼭 필요한 건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한데?
  •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두껍기까지 하면서 비싼 손목시계라니!
  • 그러니까 이게 스마트폰 액세서리라는 얘기야, 시계라는 얘기야?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꾸준히 해야 하고, 수시로 충전까지 해야 한다고?
  • 아름답고 근사한 손목시계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고만고만한 스마트워치라니?
  • 그나저나 나는 더 이상 손목시계를 차지 않는데?

스마트워치의 정체성은 아직 분명히 확립된 게 아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를 ‘스마트기기’로 정의한 반면, LG전자는 ‘시계’라는 관점을 강조하며 제품을 내놓고 있다. 당연히 표준이라고 할 만한 제품도 없는 상태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다. 어떤 제품이 표준 모델로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시장이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한다.

(중략)

최근 줄줄이 선보인 스마트워치 제품은 지난해 선보인 1세대 제품들과 비교하면 많이 진화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긴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딱히 왜 있어야 할지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디자인도 기존 시계만큼 세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매경이코노미 제1775호, 2014년 9월30일)

한 줄 요약 : 스마트워치를 내놓는 기업들은 이걸 어떻게 만들고 팔아야 할지 아직 잘 모르고, 소비자들은 스마트워치를 사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 애플워치는 대체 뭐가 다른가

이런 상황에서 애플워치가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애플의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에 주목해왔다. 한 발 늦게 출시된 애플워치에 유난히 높은 관심이 쏟아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의 ‘브랜드파워’ 관점에서 살펴보자.

IDC의 애널리스트 케빈 레스티보는 스마트워치 출시 계획이 설계에서 제조, 공급까지의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유명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들려오는 것이 놀라울 것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객들은 대형 브랜드를 신뢰한다. 그 신뢰는 스마트워치 같은 신생 시장에서 특히 더 큰 중요성을 지닐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그 이전에는 아이팟)을 통해 전례를 남겼듯이, 애플은 아직은 낯선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사용자들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IT월드 2013년 7월23일)

이현준 ‘오디오매거진’ CEO는 지난해 9월 애플워치 공개 이후 ize에 쓴 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믿게 만드는 애플)에 대해 이야기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현실 왜곡장 하나를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버버리, 태그호이어, YSL 출신의 직원들을 스카우트했고, 산업 디자이너인 마크 뉴슨을 영입했다. 이번 행사장엔 전 세계의 패션 에디터, 시계 전문가를 대거 초대해 그들이 패션, 시계 산업에 당당히 진출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중략)

애플의 현실 왜곡장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시절에 그러했듯 애플 워치가 시계 산업을 혁신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고 믿게 만든다. 시계를 이미 여럿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물론, 손목에 한 번도 시계를 올려놓을 생각조차 없던 이들도 애플 워치를 구매하도록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워치는 특별하다면서 말이다. (ize 2014년 9월15일)

한 줄 요약 :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애플워치에는 정말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른다.

3. 배터리 성능은 꽤 중요하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최소 일주일은 될 때까지는 스마트워치 구입을 미루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시로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할 만큼의 매력을 스마트워치에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18시간’이라고 소개된 애플워치의 배터리 성능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그래도 애플이라면 뭔가 다른 걸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기 때문일까?

배터리를 한번 충전해서 18시간 동안 쓸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새로 공개된 정보다. 애플은 배터리를 두고 ‘all day’를 언급했지만 결국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블로터 3월10일)

전문가들은 보통 실제 발표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애플워치 배터리 시간도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워치의 경우 충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거치대가 필요해 거치대를 집에 놓고 온 경우 방전된 스마트시계를 차고 다닐 수 있다. (조선비즈 3월10일)

테크크런치도 “배터리 성능은 애플워치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시작하면 애플워치는 겨우 시간만 확인하는 ‘시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애플은 사용 조건(38mm 모델 기준)에 따라 배터리 지속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한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일반적 환경 : 최대 18시간 - 시간 확인 90회, 알림 90건, 앱 사용 45분, 음악 재생(블루투스) 30분+운동
  • 통화 시간 : 최대 3시간
  • 오디오 재생 : 최대 6.5시간
  • 운동 : 최대 7시간
  • 시계 : 최대 48시간
  • 전원 절약 모드 : 최대 72시간 – 배터리 잔량이 매우 적어지면 자동으로 전환됨. 시간당 4회(각 4초) 시간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테스트.
  • 충전 시간 : 약 1.5시간에 80% 충전, 약 2.5시간에 100% 충전

* 애플은 38mm모델에 비해 42mm 모델의 배터리 사용시간이 일반적으로 더 길다고 밝혔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 : 일반 배터리 정보

(업데이트 :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미국 IT매체 더버지의 '애플워치 리뷰- A DAY IN THE LIFE'(영어)를 살펴보자. 글을 다 읽지는 않더라도 스크롤을 내려가면서 읽다보면 배터리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줄어드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약 10분짜리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애플워치 리뷰- A DAY IN THE LIFE - The Verge

한 줄 요약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

4. 한국에서는 쓸 수 없는 기능들

애플이 9일(현지시간)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처음 스크린에 띄운 동영상에 등장한 건 중국 항저우에 새로 문을 연 오프라인 애플스토어 플래그십 매장의 웅장한 모습이었다.

애플워치를 시연하는 장면에서는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등장하기도 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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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는 한국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한국에는 오프라인 애플스토어도 없고, 여전히 아이튠즈스토어에서 음악이나 영화, TV시리즈 같은 콘텐츠를 구입할 수 없다. 아이튠즈라디오처럼 이와 연계된 서비스들도 물론 이용할 수 없다. (앱스토어를 제외하면) 애플이 자랑하는 콘텐츠 생태계는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애플워치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애플페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출시 시기는 물론, 출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삼성페이’와 다른 점이다.

이날 애플워치 앱 시연 동영상에 등장했던 써드파티 앱의 서비스들 중 상당수도 한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이를테면 애플워치를 이용해 간편하게 물건을 결제한다거나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는 일, 또는 호텔에서 별도의 체크인 없이 예약해둔 객실 문을 애플워치로 열고 들어가는 그런 서비스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일단 한국에서는 애플워치의 활용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업데이트 : 현재 애플워치 앱스토어에는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네이버 라인 등이 올라와 있다. 허핑턴포스트 공식앱과 최근 새로 출시된 Huffpost Realtime 앱도 애플워치와 완벽히 연동된다!)

한 줄 요약 : 키노트 시연 동영상에 속지 말자.

5. 애플워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애플은 소비자들이 애플워치를 단순한 ‘스마트기기’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애플의 이런 노력이 실제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세상에는 애플워치와 비슷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훌륭한 ‘시계’인 동시에 개성 넘치는 ‘패션 아이템’인 제품들이 너무나도 많다.

더버지는 ‘1만달러짜리 럭셔리 시계를 원한다면, 애플워치 에디션을 살 필요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럭셔리 시계 사이트 관계자의 조언을 소개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애플워치 각 모델의 모든 가격대마다 더 훌륭한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 만큼이나 수많은 종류의 시계들이 존재한다. 시계는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민감한 아이템 중 하나였다. 몇 개의 옵션 중 적당해보이는 애플워치의 스트랩을 고르고 '나만의’ 배경화면을 설정하는 것으로 그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까?

애플이 의욕을 내비치고 있는 ‘명품’(애플워치 고급형 모델의 경우)의 관점에서 봐도 의구심이 드는 지점들은 존재한다.

사람들이 명품시계를 사는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그 시계를 명품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어떤 시계나 브랜드가 오랜 세월을 거쳐 명품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시간과 역사, 그리고 내공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애플은 단 한 번도 시계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

애플은 단 한 번도 ‘명품’을 만드는 기업이었던 적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애플의 주력 제품들이 시장 내에서 나름대로 고급 제품군으로 자리잡아 왔던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애플은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해왔던 기업이다.

차별성도 떨어진다. 1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는 ‘애플워치 에디션’이 다른 두 가지 애플워치 모델들과 다른 건 오직 재질 뿐이다. 케이스에 18K 솔리드 골드가 포함됐고, 좀 더 고가의 재질로 구성된 스트랩이 적용된다는 것, 딱 그 정도다.

시계 자체의 기능도 똑같고, 1~2년을 주기로 성능이 대폭 개선된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확정적 사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똑같다. (물론, 그 만큼의 돈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기꺼이 지출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 ‘스마트기기’의 시선으로 보더라도, 선택하기에 따라 애플워치의 대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LG의 스마트워치 ‘어베인’은 최근 열렸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삼성전자 역시 ‘오르비스 프로젝트’로 알려진 야심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도전도 거세다.

무엇보다 애플워치가 우선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건 스스로의 존재가치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의 존재이유 그 자체다. 애플워치는 이제 겨우 첫 선을 보였을 뿐이며, 어쩌면 우리에게 스마트워치는 구입을 서둘러야 할만큼의 물건이 아직 아닐지도 모른다.

한 줄 요약 : 세상에 시계는 많고, 우리에겐 시간이 많다.

(물론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제품의 쓸모란 일단 구입한 뒤에 생각해보는 무엇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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