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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돌리기에 골몰하는 박근혜 대통령

전세시장에 머물기 위해 안간힘 쓰던 시민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매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하기만 하다. 흡사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표정이 이럴까 싶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막차라도 타는 심정으로 매매시장에 황급히 진입하던 2006년 가을의 기억은 이제 자취도 희미하다. 지금 매매시장에 들어오는 이들 중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지닌 이들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 이태경
  • 입력 2015.03.11 05:47
  • 수정 2015.05.11 14:12
ⓒ연합뉴스

전세시장에 머물기 위해 안간힘 쓰던 시민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매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하기만 하다. 흡사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표정이 이럴까 싶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막차라도 타는 심정으로 매매시장에 황급히 진입하던 2006년 가을의 기억은 이제 자취도 희미하다. 지금 매매시장에 들어오는 이들 중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지닌 이들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한사코 전세시장에 남길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매매시장에 들어오는 이들이 원하는 건 오직 살 집이다.

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2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뚜렷해진 주택거래 증가세...집값 밀어올리나) 박근혜 대통령은 희색이 만면할 것이다. 드디어 박근혜표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고 있다고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는 지주와 건물주와 건설업체만 보이고, 주거난에 피눈물을 흘리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데(1, 2월 주택담보대출 작년의 8배 폭증), 최근의 경향을 보면 주거의 질도 아파트에서 연립, 다세대, 다가구로 나빠지고 있다.

박근혜표 경제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경기부양이고, 박근혜표 부동산 경기부양의 핵심은 '최소주의적 전세대책을 통한 집값 떠받치기'다. 이런 토끼몰이식 집값 떠받치기가 단기적으로는 먹힐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폭증하는 가계부채,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전셋값, 오히려 오를 기미를 보이는 주택가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의 유지, 양질의 일자리와 실질소득의 증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불행히도 앞에 열거한 조건들 가운데 어떤 것도 충족되기 어렵다.

미국의 연준(Fed)이 버블의 선제적 예방차원에서 기준금리를 과격하게 올릴 것이라는 건 이미 정설에 가깝다. 양질의 일자리는 증가는커녕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실질소득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난망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정점으로 떨어질 것이다.(생산가능인구 비중 내년 정점후 하락...잠재성장률에 타격) 객관적 조건이 이럴진대 폭증하는 가계부채와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전셋값에 기초한 박근혜표 집값 떠받치기가 중장기적으로 유효할 리 만무다.

박근혜표 집값 떠받치기 방정식이 파산한 후 남는 건 천문학적 가계부채와 가처분 소득 대비 터무니 없이 높은 집값 및 전셋값일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균열을 일으킬 경우 그 감당은 다음 정부가 해야한다. 다음 정부에 선물을 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폭탄을 안겨줘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이런 말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박근혜 대통령에게 또 얼마나 부질 없는 소리인가?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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