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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줌마 신드롬' 차승원, "빵은 내가 생각해도 뿌듯했다"

  • 강병진
  • 입력 2015.03.10 10:08
  • 수정 2015.03.10 10:09

그는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지 몰랐다”고 했다. 6일 방송이 시청률 13%로 <정글의 법칙>(에스비에스)과 함께 동시간대 1·2위를 다투는 <삼시세끼-어촌편>(티브이엔)에 출연한 차승원은 “수치는 들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4월 시작하는 드라마 <화정>(문화방송) 촬영을 위한 해외 일정 등으로 인기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던 듯 보였다. 차승원을 둘러싼 주변의 반응들을 전해주자 “그런 얘기들이 진짜였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20일 종영하는 <삼시세끼-어촌편>은 연일 화제였다. 1월23일 9.8%(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수치를 떠나 화제성에서도 지상파를 압도했다. 시청자들은 차승원이 선보인 요리의 레시피를 블로그 등에 올려 공유하는가 하면, 만재도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이런 인기의 8할은 차승원의 ‘차줌마’(차승원+아줌마) 변신이다. 188㎝의 큰 키에 탄탄한 몸으로 멋진 남성의 대명사로 꼽혔던 차승원이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 등을 하는 의외의 모습이 관심을 끈 것이다. 홍합짬뽕, 오뎅탕 등 나영석 피디가 주문하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내고, 정리정돈까지, 이 정도면 살림 솜씨가 주부 9단이다. 특히 스테이크 등 ‘보이는 것을 강조한’ 요리가 아니라, 국과 겉절이, 콩자반 등 이른바 ‘생활 요리’였다는 점이 시청자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밥과 국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제는 ‘차줌마’에서 ‘광해’로 변신해 드라마 <화정> 촬영에 한창인 차승원을 9일 전화로 만났다.

- 시청률이 연일 지상파를 압도했어요.

= 시청률 얘기는 들었는데, 그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체감하지 못했어요. 감사할 뿐입니다.

- 밥 한 끼 해먹는 건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 밥 한 끼 먹는 것도 고달픈 시대잖아요. 가족이라는 의미가 쇠퇴하기도 했고. 그런데 프로그램에서 엄마, 아빠 역할이 주어졌고, 가족처럼 잘 지내니까. 사람이 그리워서, 가족이 그리워서 보는 게 아닐까요. 아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감정이지만, 요즘 시대는 그런 것들을 잘 느끼지 못하니까요. 그런 감성을 잠시나마 수면 위로 끄집어내 준 게 프로그램이 잘 된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우리가 각자의 몫을 충실하게 수행해 나가면서 같이 모여서 밥을 한 끼를 먹고 그러는 게, 행복이라는 게 그런 소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들과 밥을 한 끼 먹는다, 그런 것들을 부각시켜주니까 시청자들이 환호한다고 생각해요.

- 차승원이 선보인 요리세계가 무궁무진했어요. 평소에도 요리를 자주 하나요?

= 요리는 집에서 평소에 많이 하는 건 아닌데, 그동안 해왔던 게 누적이 되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애들 좀 해주고 나도 해서 먹고. 해외 같은데 가면 내가 워낙 그 나라 음식을 잘 못 먹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해먹고 그러면서 조금씩 쌓인 것 같아요.

- 칼질을 보면 평소에도 요리를 많이 해본 솜씨인데요?

= 내가 칼질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칼질은 (추)성훈이나 (장)근석이가 더 잘했어요. 칼질만 잘했지만.(웃음).

- <삼시세끼>에서 만든 요리는 다 처음 해본 건가요?

= 국이나 찜은 평소에도 만들어 먹었지만 나머지는 처음 해봤어요. 빵은 술빵같은 건 해봤는데 오븐에 굽는 거나 그런 것들은 처음 해봤어요. 막걸리는 한번쯤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에요. 왜 그런 정서 있잖아요. ‘술 익는 마을’이라고.(웃음) 어촌에서 남자들끼리 막걸리를 담가 같이 한잔하고. 좋잖아요, 그런 느낌. 그런 기분으로 한번 담가보고 싶었어요.

- 직접 만든 것 중에서 스스로도 뿌듯한 음식은 뭔가요.

= 빵빵빵빵!

- <한겨레> 인근의 한 제과점에 갔더니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만든 빵과 비슷하게 생겼다며 사장님이 ‘차승원 빵’이라고 홍보하더라고요.

= 그래?(폭소)

- 요리뿐 아니라, 요리 도중에 짬이 나면 바로 설거지 등을 하면서 일감을 줄이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리정돈을 정말 잘하던데요.

= 그건 성격이에요. 원래 내가 옆에 지저분한 걸 못 보는 사람이에요. 정리정돈 잘하는 성격. 가장 안 좋은 게 뭐냐면 요리를 한 게 티가 나는 거에요. 어떤 요리를 했는지 티가 나면 안 되는거죠. 요리만 하면 뭐해. 사방팔방 잔해들이 막 있는데. 그걸 누가 치워. 안 그래요?

- 남자들은 차승원은 너무 배려가 없다고 해요. 아내와 <삼시세끼>를 보다보면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며 성토해요. 요리를 좀 망쳐줬으면 바라던데요.

= 각자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취향이 있는 거잖아요. 그걸 뭐 똑같이 그렇게 해요. 각자가 편한대로 사는 거지.(웃음) 남자가 꼭 이렇게 요리를 안 해도 돼요. 나야 그게 별로 싫지가 않으니까 계속 했던 사람이고. 세상 모든 남자들이 요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만재도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에요?

= 날씨가 너무 힘들었어요. 섬이니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잖아요. 거기다가 이동 거리가 너무 멀었고.

- 그래도 만재도 생활을 경험한 뒤 느낀 게 있을 것 같아요.

= 역시나 어딜 가든 사람이라는 것. 만재도는 진짜 사람이 그리운 섬이에요. 풍광이 좋고 이런 게 뭐가 필요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사람이 살 때는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해요. 자기와 마음이 맞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뭔가 일을 해나가고 정서를 교환하고, 사람은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거죠. 이번에도 (유)해진씨나 (손)호준이나 이런 동료나 동생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어요. 만재도도 아마 그럴 거란 말이죠. 젊은 친구들이 거의 섬 밖으로 나갔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오면 굉장히 반겨주시고. 그런 것들을 보면 사람이 그리웠던 거에요. 만재도가 만가지 재물이 있는 섬이라는데, 만가지 재물이 있으면 뭐해요. 그걸 바라봐주고 함께 생활하는 이런 사람들이 북적여야 좋은 거죠.

- 이제 배우로 돌아가네요. 드라마 <화정>에서 광해군 역할을 맡았어요. 쉽지 않은 인물인데 어떤 점이 끌린 건가요?

= 어떻게 보면 가장 무능한 두 왕 사이에 있었던 사람이고 역사적인 평가가 굉장히 갈리는 사람이잖아요. 굴곡도 많았고. 그런 굴곡진 인물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역할을 맡는다는 건 배우한테는 굉장히 좋은 거죠. 연기 욕심을 부추겨요. 거기다가 긴 호흡의 드라마도 해보고 싶었고. (그는 광해라는 인물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당시 역사적 상황과 이전의 상황까지 분석해 자신이 생각하는 광해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의 대답에서 ‘차승원표’ 광해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 <삼시세끼> 후의 드라마라, 평소보다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어요. 혹시 지금 이 열풍이 드라마의 성적에 따라 사그라들진 않을까 걱정되진 않나요?

=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드라마를 안 하면 이 열풍이 계속 가나요?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의 고민은 ‘오늘 뭐 먹지?’였어요. 배우로 돌아온 차승원의 고민은 뭔가요?

=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아무 탈없이 연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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