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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표정을 만드는 작은 기호 LOUD project

"아이디어는 합정역 근처 버스정류장에 그려진 괄호라인에서 착안했다"며 "한줄서기를 유도하기 위해 막힌 형태 괄호라인 【 】을 이렇게 】▶▶▶▶【 방향만 바꿔 열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시트를 잘라서 버스정류장에 붙이고 시간이 흐르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보행자가 지나다닐 공간을 비우고 괄호라인까지만, 줄을 서기 시작한 것. 간결한 메시지를 담은 사인이었지만 말없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약속이 됐다.

  • 노유청
  • 입력 2015.03.11 14:18
  • 수정 2015.05.11 14:12

서울은 굉장히 인색한 도시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도시. 이른바 "쏘리, 땡큐" 문화가 실종된 도시. 이러다 보니 도시 표정은 얼어 있고, 때때로 사소한 감정적 불똥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 상호 간에 매너만 지키면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소모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LOUD(Look over Our community, Upgrade Daily life) project는 이러한 소모전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의 공공프로젝트다. LOUD project는 작은 행동 하나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자그마한 기호와 사인을 통해 시작된다. 결국, 매너라는 건 간단하지만, 다수를 편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 규범이기 때문이다. 매너를 일으키는 작은 기호 LOUD project.

통곡의 벽을 무너뜨린 괄호라인

출퇴근길에 사람들은 모두 운동선수가 된다. 뛰고, 치고, 막고, 뚫고. 특히 퇴근길 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대한 장벽이 되고 보행자들은 빈틈을 찾아 돌파를 시도하는, 상호 간의 눈치 게임이 시작된다. 버스정류장 한줄서기 캠페인이 결국 보행자의 편리와 상충하는 결과를 낳은 것. 버스이용객에게 너무나 편리한 한줄서기가 보행자들에겐 통곡의 벽이 된 셈이다. 괄호라인은 간단하게 이 통곡의 벽을 무너뜨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보행자 모두를 웃음 짓게 한 괄호라인 프로젝트. 한줄서기를 유도하기 위해 막힌 형태 괄호라인 【 】을 이렇게 】▶▶▶▶【 방향만 바꿔 열었더니 새로운 질서가 생겼다. (사진출처 www.loudproject.com)

LOUD project팀 장종원 기획자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오랫동안 행동을 관찰했다"며 "보행자들을 위해 줄 선 사람들이 비켜주긴 하는데, 그 순간에 새치기하거나 혹은 시비가 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경계가 섞여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종원 기획자는 "아이디어는 합정역 근처 버스정류장에 그려진 괄호라인에서 착안했다"며 "한줄서기를 유도하기 위해 막힌 형태 괄호라인 【 】을 이렇게 】▶▶▶▶【 방향만 바꿔 열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시트를 잘라서 버스정류장에 붙이고 시간이 흐르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보행자가 지나다닐 공간을 비우고 괄호라인까지만, 줄을 서기 시작한 것. 간결한 메시지를 담은 사인이었지만 말없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약속이 됐다. 횡단보도의 정지선, 지하철 플랫폼의 노랑선 처럼 괄호라인도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결국 픽토그램과 사인의 힘이었다.

디자인 시안을 구성하고 시트를 잘라 버스정류장 바닥에 붙였다. 시트 구입비용은 3,000원. 괄호라인 프로젝트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의 힘을 보여준 셈이다. (사진출처 www.loudproject.com)

소소 탐닉, LOUD project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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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설가의 글도 사소한 오타 앞에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아무리 공든 탑이라도 그 작은 디테일 하나로 무너진다. 그래서 작은 것을 탐하는 행위는 가치 있고 위대한 일이다. LOUD project팀(사진 좌측부터 이영탁 제작담당, 장종원 기획담당, 김해인 디자인담당)은 우리의 지향점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LOUD project팀이 진행하는 모든 캠페인의 기본이 되는 건 작은 아이디어다.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아이디어가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현되는 것이 큰 가치이기 때문에 작은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가끔은 디자인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간결한 메시지만 전달한다.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LOUD project팀은 괄호라인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구입한 시트 비용은 3,000원이라고 했다. 설치가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았다며, 이는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작은 아이디어라는 지향점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LOUD project팀은 캠페인 이후 디자인 시안을 홈페이지를 통해(www.loudproject.com) 무료로 배포한다. 이 역시 모두가 작은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지향점을 실현하려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괄호라인 프로젝트 영상을 보자! (영상제작, 배포 쉐어하우스 sharehows.com)

* 더 다양한 프로젝트는 www.loudproject.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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