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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마카오 도박판을 박살내다

ⓒgettyimageskorea

‘동방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리는 마카오에 들어서면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휘황찬란한 카지노의 규모와 위용에 압도된다. 한 카지노 호텔 내부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본뜬, 곤돌라가 떠다니는 거대한 실내수로까지 있다.

중국 본토에서 온 회계사 쉬메이화(58)는 지난 춘절 연휴 때 마카오를 여행한 수십만명의 중국인 대열에 합류했다. 남편, 동생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카지노 허브를 ‘여행’하던 그는 “바카라 테이블에서 돈을 쓰는 것보다 구경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며 “나는 전혀 도박을 할 계획이 없다. 왜 수천위안의 손해를 감수할 것인가”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운동의 여파로 마카오가 휘청이고 있다. 최근 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은 황금연휴가 들어 있던 지난달에 마카오 카지노업계 총매출이 195억파타카(약 2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380억파타카를 기록한 것과 대비해 거의 절반(48.6%)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월간 감소폭이다. 올해도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마카오 카지노업계 매출이 8%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지난달 마카오 카지노 영업장의 약 30%가 여러 이유로 문을 닫고 영업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마카오의 카지노업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2003년부터 중국인들의 홍콩과 마카오 자유여행이 허용되면서, 중국 본토 관광객이 홍콩을 제치고 마카오 카지노의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마카오는 현재 중국에서 유일하게 도박이 허가된 지역이다.

2013년 공식 집계된 마카오의 도박사업 매출은 450억달러(약 45조9000억원)로 규모면에서 이미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압도하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시장이다.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규모가 1350억달러(138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마카오 정부는 재정수입의 83%를 도박세로 충당했다. 지난 30년간 마카오 도박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0%에 이른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인 뤼즈허 갤럭시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은 한때 홍콩의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자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지난해 6월 5년 만에 처음 내림세로 돌아선 뒤 지난달까지 9개월 내리 감소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돈세탁 단속 및 규제 강화 속에 중국 브이아이피 고객들의 발길이 줄었기 때문이다.

브이아이피 고객들의 매출은 마카오 도박 수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싱가포르 증권업체 UOB케이히안 홀딩스의 빅터 입 애널리스트는 “브이아이피 고객이 아니라 일반 고객만 가지고서는 매출을 증대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브이아이피 고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호랑이·파리 사냥’으로 불리는 반부패 운동의 영향이 크다. 2012년 말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가 된 뒤 막을 올린 반부패 운동은 10만명 이상의 ‘호랑이와 파리’들을 덫에 빠뜨렸다. 사치성 소비를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시 주석은 마카오가 카지노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적 관광·레저 도시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마카오에선 한때 도박이 뇌물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도박을 통한 뇌물은 재미와 함께 비밀도 보장한다. 공무원에게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칩을 제공하는 방식은 직접 선물을 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자금세탁도 은밀하게 이뤄졌다. 마카오 거리에 늘어선 전당포마다 최신 디자인의 귀금속과 명품시계가 번쩍인다. 중국 최대 신용카드사 ‘은련’(유니언 페이)은 카지노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왔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은 다른 곳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한 뒤 전당포에서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해 카지노 자금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자금이 마카오로 흘러가자 중국 당국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가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벌이자 마카오 정부도 도박사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본토 관광객들의 체류기간을 줄이고, 카지노에 있는 귀금속 상점에서 은련 단말기 신규설치도 제한했다.

마카오가 휘청거리는 틈을 노려 필리핀은 최근 마닐라만 부근에 거대 카지노 타운을 조성하며 새로운 카지노 허브로의 부상을 꿈꾸고 있다. 마카오에 본사를 둔 카지노 운영업체 멜코크라운엔터테인먼트는 마닐라에 380개의 게임테이블과 호텔 3개동을 갖춘 카지노 ‘시티오브드림스 마닐라’를 개장했다.

필리핀 정부는 2002년부터 마닐라 해안에 엔터테인먼트시티란 이름의 아시아 최대 카지노 허브 조성을 추진했지만 마카오와 홍콩에 밀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롭고 세율도 낮은 마닐라만이 마카오보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더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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