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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9일 06시 08분 KST

박근혜 중동외교 '500억 수출' 성과? 알고보니 '뻥튀기'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의 주요 성과로 소개된 보건·의료 분야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실적은 구체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정부는 박 대통령 중동 방문에 맞춰 국내 제약사가 사우디 쪽과 5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수출 계약 및 1500억원 규모의 제약공장 진출 양해각서(MOU) 체결 등 모두 2000억원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으나, 의약품 수출 예상액 500억원은 정부가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히 꾸며낸 수치로 드러났다. 1500억원 규모라는 사우디 제약공장 건설 사업과 관련해서도 정작 두 나라 기업은 구체적 비용 및 지불 방식이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양해각서에 못박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 발표가 ‘뻥튀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정부가 박 대통령과 함께 중동을 방문한 보건·의료 분야 민관합동대표단의 사우디 진출 성과로 내세운 건 크게 두가지다. 두 나라가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국내 제약업체 및 의료기관의 사우디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는 몇 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 체결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2000억원 규모의 한-사우디 제약기업 간 의약품 수출 계약 2건과 제약공장 진출을 비롯한 3건의 양해각서 교환 등을 주요 근거로 “21세기에는 한국 보건·의료가 제2의 중동 붐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4일 발표했다.

국내 제약업체의 사우디 진출에 따른 예상 매출액 2000억원은, 비씨(BC)월드제약·보령제약·종근당 등의 의약품 수출액 500억원과 중외제약 지주회사인 제이더블유(JW)홀딩스의 사우디 현지 수액공장 건설 매출액 1500억원 등으로 나뉜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문제는 ‘의약품 수출액 500억원’을 산출할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8일 <한겨레>의 확인 결과, 사우디 쪽 제약업체인 에스피시(SPC)사와 항암제 수출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주고받은 보령제약과 종근당은 물론 진통제 등 17개 품목을 수출하기로 계약까지 마쳤다는 비씨월드제약과 제이더블유홀딩스 등 관련 4개 제약업체 모두 에스피시사와 수출 규모를 구체적으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사장은 “에스피시사와 17개 품목의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하나하나 (사우디 정부의) 허가 과정이 필요해 구체적인 수량과 납품 가격은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며 “가격이 안 맞으면 공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역시 에스피시사에 항암제 등 8개 품목을 수출하기로 한 보령제약의 이준희 이사도 “구체적인 수출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전체 금액이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두 제약업체의 태도도 비슷하다.

사진은 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2건이라고 밝힌 의약품 수출 계약 건수도 사실과 다르다. 복지부는 “한-사우디 제약업체 간 성사된 계약은 모두 2건”이라며 “특히 제이더블유홀딩스는 향후 5년간 수액제와 항생제 등 4개 품목을 사우디 에스피시사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하지만 제이더블유홀딩스 관계자는 “수액제 등을 납품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아직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1500억원짜리라고 주장하는 제이더블유홀딩스의 ‘수액공장 건설사업’도 과대포장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업체는 3일 사우디 에스피시사와 해당 사업 진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중동을 함께 방문한 한 제약업체의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현지 규정과 법률이 워낙 까다로워 정식 계약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금액 등 합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사우디 수액공장 건설 양해각서 체결과 관련한 제이더블유홀딩스의 공시 내용을 살피니, 1500억원 규모의 건설 대금 등과 관련해 이 업체는 ‘현지 SFDA GMP 규정과 법률에 따라 비용 및 지불 방식은 추후 협의’한다고 명시했다. 지엠피(GMP)란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가리킨다.

제약 분야 사우디 진출 실적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우디를 함께 방문한 제약사들한테 ‘의약품을 수출하게 되면 그 정도(500억원) 규모는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발표한 것”이라며 “사우디 진출의 전체 성과를 2000억원 정도로 하자는 데 제약사들의 ‘억셉트’(동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의약품 수출 계약 건수 ‘허위 발표’와 관련해서도 “보도자료의 팩트(사실)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