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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쎈 초점]'무도' 10년 원동력, 강요하지 않아 즐거운 공익성

  • 박세회
  • 입력 2015.03.08 10:18
  • 수정 2015.03.08 10:19

‘무한도전’이 언제나 그랬듯 사회적인 문제에 예능프로그램답게 즐거운 방식으로 화두를 던졌다. 공익성을 추구하면서도 강요하지 않는 ‘무한도전’의 담백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접근법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된 멤버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다섯 멤버 전원이 모두 아빠인 가운데 이들은 육아 기본 상식부터 보육 교사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소양을 배웠다. 그리고 실제 보육 현장에 투입돼 아이들을 돌보면서 많은 보육 교사들이 평소 얼마나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보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들은 어린이집 학대 사건들이 떠오르며 상처를 입은 많은 이들을 감쌌다. 행여나 내 아이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 않을까 우려와 불안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많은 부모들을 달랬다. 일부의 잘못에 전체가 오해의 시선을 받는 보육 교사들의 노고에 위로를 건넸다.

이미 숱한 문제들이 공론화된 이상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다른 방식으로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바라봤다. 극도로 조성된 불안감을 극복하고 향후 재발 방지에 힘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을 갖게 하는 동시에 애꿎은 피해자들인 대다수의 보육 교사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패막 역할을 했다.

사실 ‘무한도전’이 사회적인 문제와 호흡하는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큰 인기만큼이나 공익성을 추구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을 했던 프로그램이다. 택시 요금 인상으로 택시 기사들이 공공의 적처럼 됐을 때 택시 기사 체험으로 고달픈 현실을 전했다. 또한 지난 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는 멤버들이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 규정을 준수하는지 몰래 카메라를 진행했다. 우리 사회가 원칙과 신뢰가 깨졌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서 당장 개개인부터가 작은 과제라도 꼭 실천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했다. 아픈 상처를 후벼파는 일보다 그 뒷 수습에 관심을 가졌다.

혹자는 ‘무한도전’의 이 같은 공익성 추구가 꿈보다 해몽이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또한 예능은 웃으려고 보는데 공익적인 의도가 불편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허나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정성은 이 같은 사소한 트집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에게 받은 사랑과 인기에 보답하는 일로 공익성 추구를 택했다. 사실 ‘무한도전’은 지난 10년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모두가 함께 고민해봄직한 사회적인 가치 형성이나 성찰을 무겁게 다루거나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지 않았다. 덕분에 진중한 이야기도 조금은 즐겁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간혹 예능프로그램이 공익적인 이야기를 하려다가 촌스럽고 진부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다른 것. 이번 어린이집 보육교사 도전 역시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어린이들과 호흡하려는 멤버들의 하루를 웃음기 있게 표현하며 이 프로그램의 좋은 취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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