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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경기'라더니, 수익금이 주머니로?

  • 허완
  • 입력 2015.03.06 14:41
  • 수정 2015.03.06 14:49
ⓒGettyimageskorea

과거 '무혐의'로 끝났던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의 '자선경기 스캔들'에 대한 논란이 새로 불거졌다. 메시의 재단이 2012년과 2013년에 주최한 여섯 차례의 자선경기 수익금이 애초 약속과는 달리 그의 에이전트는 물론, 선수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것.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 기사에서 스페인 과르다지방경찰(Guarda Civil police)의 중앙정보국(Central operative Unit; UCO)이 메시의 돈세탁 및 탈세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1년 넘게 메시의 재단이 자선경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수사해왔다.

관련기사 : Lionel Messi's Brewing Affair: Doubts Cloud Charity Games (슈피겔 온라인)

‘레오 메시 재단(Leo Messi Foundation)’은 내전으로 인해 요르단으로 탈출해 난민이 된 시리아 아동을 위한 구호기금, 불치병에 걸린 아르헨티나 아동들을 돕는다는 목적을 내걸고 자선경기를 벌였다.

일례로 2013년 7월6일 미국 시카고 솔져 필드에서 열린 자선경기의 입장권 가격은 최소 55달러에서부터 최고 2500달러에 달했다. 모두 2만5000여명의 관중이 이 경기를 지켜봤다.

이 스캔들의 중심에는 남아메리카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온 ‘길레르모 마린’이라는 스포츠 이벤트 업자가 끼어 있다. 메시의 부친과 친분이 있는 그는 2012년과 2013년에 열린 메시 재단 주최 자선경기의 남미·미국내 마케팅 권리를 확보한 뒤, 이를 각 지역 여러 대행사에 되팔았다.

2013년 7월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자선경기에 참석한 리오넬 메시의 모습. ⓒGettyimageskorea

증인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일례로 그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두 경기에 대한 권리를 400만달러(약 44억원)에 판매했다. 증인은 그가 이 돈의 상당수를 메시를 포함한 선수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2013년말 조사를 받은 메시는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자선경기에 출전했던 메시의 팀 동료 마누엘 핀투,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다니 알베스 등도 ‘메시와의 우정’을 언급하며 모두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외한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마린도 경찰 조사에서 여섯 차례의 경기에서 벌어들인 수익금 30만달러는 모두 메시 재단에 전달됐으며, 메시에게 개인적으로 지급된 돈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나머지 금액의 행방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러나 슈피겔은 마린이 소유하고 있는 ‘Imagen Deportiva’라는 기업에서 입수했다고 밝힌 자료를 공개하며 ‘자선경기들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폴란드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할 당시의 모습. ⓒGettyimageskorea

슈피겔이 언급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13년 3월15일, 현재 독일 프로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폴란드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당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소속) 측에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에서 열릴 자선경기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장이었다.

그러면서 이 업체는 “우리의 제안”에는 “선수 한 명당 두 장의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과 5성급 호텔 숙박권, 그리고 보상금 성격의 돈”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2주가량 뒤인 31일에는 3만달러(약 330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와 함께 재차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당시 유럽 축구무대에서 맹활약을 선보이며 주가가 폭등하던 레반도프스키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이 업체는 더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이 업체 관계자가 레반도프스키 측에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고, 매번 금액을 올려가며 참석을 요청했다는 것. 이에 따라 이들이 제시한 금액은 9만달러에서 11만달러로, 또 25만달러(약 2억7500만원)로 높아졌다.

슈피겔은 레반도프스키 측 관계자들은 모두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수차례에 걸쳐 끈질긴 구애가 이어지자, 레반도프스키 측은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

그의 매니저 마이크 바르텔은 “그 접근과 제안은 이상해 보였다”며 “우리는 그런 식의 비즈니스 모델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이런 사실은) 경기에 참가했던 다른 선수들에게는 어떤 제안이 제시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경찰은 사기죄와 돈세탁, 탈세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시 측 변호인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혐의자들은 모두 의혹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한편 메시의 부친 호르헤 메시는 지난 2013년 자선경기를 통해 콜롬비아의 마약 자금을 세탁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메시 재단이 주최하는 자선경기는 2013년을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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