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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북한 | 6자회담 참가국들의 입장

6자회담은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새롭게 소생시킬 필요가 있다. 이 회담은 무엇에 대한 회담인가? 특히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우리가 북한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새로운 진화를 하기 위한 첫 걸음은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각 국이 북한의 도전에 대한 전망과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다.

  • 홍석현
  • 입력 2015.03.11 11:59
  • 수정 2015.05.11 14:12
ⓒWikipedia

6자회담은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새롭게 소생시킬 필요가 있다. 이 회담은 무엇에 대한 회담인가? 특히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우리가 북한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새로운 진화를 하기 위한 첫 걸음은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각 국이 북한의 도전에 대한 전망과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다.

<중국>

중국을 보면 오늘의 공산당 4세대 지도자는 1930년대와 40년대 대일 항쟁과 대국민당 투쟁, 그리고 한국전쟁의 어려운 시기에 형성됐던 북한 지도자와의 동지애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갈수록 국익 추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변화하고 있으며 이젠 교역 상대국들이 이젠 반쯤은 잊힌 세대의 사상적인 협력자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베이징과 평양의 지도자들의 마음 속에는 한때 주목할 만한 유대감이 있었으며 강력한 우정과 함께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도자들은 이제 세상을 떠나고 없으며 북한과 중화인민공화국의 2세대 지도자조차 세상을 떠났거나 은퇴했다. 중국의 글로벌 위상이 변하는 동안 사회주의 진영과 비동맹블록에서 신흥경제국까지 지도자들도 최근의 글로벌 금융과 제조업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이른바 "G2"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옛 소련과 달리 미국과 중국은 교역과 금융 부문에서 깊이 연계돼 있다.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갈수록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중국인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지금 중국의 글로벌 책임과 헌신의 시대의 도래를 목격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을 서방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북한의 동지가 아닌 아시아와 세계의 지도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평양을 보는 시각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과연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솔직한 토론이 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에선 북한의 다른 미래를 기꺼이 고려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한국과 미국과 의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 요소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대신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일본의 북한관이 국제사회에서는 혼란스럽다. 최근 몇 해 동안 도쿄는 다른 어떤 사안보다 1가지 이슈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대단히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 바로 1970년대와 80년대 납북된 일본인과 이 불운한 사람들의 운명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한은 몇 년간 더 많은 납북 건으로 고심해왔으나 북한과의 외교적인 대화에서 아젠다에 올리지 않았다. 이는 어차피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며 이 문제 때문에 다른 분야의 진전이 방해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당시 총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양국 정상화를 통해 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평양을 두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이는 그 자신과 김정일에게 역효과를 냈을 뿐이다. 김정일의 전례 없는 사과는 일본 여론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겨우 13명의 납치희생자만 인정했을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8명의 사망원인이라고 밝힌 내용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북한의 핵 실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요구한 수준을 넘어 양국 간 모든 교역을 단절하는 수준까지 제재를 가했다.

일본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강조하고 있으며 최근 대놓고 우익 행보를 벌이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인 귀환과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일이 두드러지고 있다. 초기 비밀 대화 이후 북한은 이 분야에 대한 조사 재개에 합의하고 이 첫 단계 이후 일본은 몇 가지 작은 제재를 해제했다. 아베는 이런 생경한 양자 합의가 나오기 전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사전교감을 하지 않는 등 오랫동안 진행된 6자회담의 참가국으로서 상당히 독자적인 행동을 했다.

아베는 오랫동안 납치 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벌여왔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총리직을 노린 것이었다. 핵심적으로 일본 국내정치적인 차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베는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러시아와 오랫동안 맞서온 남쿠릴영토 문제도 함께) 자신이 전임자들과 달리 총리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만일 납치 문제와 관련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국내는 물론 지역 양쪽에서 정치적 리더십에서 중대한 변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과거 고이즈미의 경우에서 보면 납치 문제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며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북한이 다시 버티기 전술로 회귀하고 있는 최근의 징조가 계속된다면 아베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일본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통일에 초점을 맞춘 한국이나 보다 넓은 지정학적 안보에 관심이 있는 미국과 상당히 다르게 만들고 있다. 솔직히 말해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이 사로 잡혀 있는 사안은 피해자 개인들에게는 비극적이라고 해도 지정학적 시각에서 볼 때는 부차적이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빼고 러시아를 말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지극히 야심만만한 정치인이었던 푸틴은 포스트 소련 시대에 국제문제에서 러시아의 기회를 노려왔다. 동아시아의 역동적인 경제와 과학기술, 금융, 그리고 안보에서 이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푸틴은 동아시아에서 장기간에 걸쳐 명백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러시아에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러시아가 유치한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APEC 정상회의를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 것은 푸틴의 야심을 잘 보여준다. 그는 정상회의와 관련 정치 행사 준비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엄청난 자원을 관련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다. 무엇보다도 푸틴은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러시아는 번영하고 있는 중국, 일본, 한국에 석유와 가스를 파는 일이 러시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러시아가 6자회담과 북한과 관련한 다른 외교적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동북아시아에 러시아의 경제적인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푸틴의 장기 계획에서 중요한 단계로 작용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한반도 분단에 정서적으로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미국에서 셰일 가스 붐이 벌어지고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재부상하면서 지난해 우리가 본 것처럼 중국과의 장기 판매 계약이 끝나면서 푸틴은 압력을 느끼고 있다.

국내정치도 작용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시베리아나 극동 지역은 인구밀도가 희박하다.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러시아의 이들 지역으로 가는 중국인 이민자가 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면 이러한 인구 이동은 러시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아직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국내 아젠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슈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최근 글로벌과 로컬에서 각각 나타난 두 가지 사태 발전도 주목해야 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위기로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결국 중국에 접근하게 되거나 북한과 같은 제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얼마 전 북한의 옛 소련 시절 부채를 90% 탕감해주고 지난해 10월에는 철도 개량과 다른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야심적이지만 모호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옛 소련 시절 이후 처음으로 모스크바가 북한에 적극적인 경제적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국

미국은 지리적으로 북한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나 한반도는 지난 60년간 미국의 전략적 사고에서 중심을 차지해왔고 미국은 대한민국과 중요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6자회담 참가국 중에서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울을 지지해왔다.

비록 아직은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미 의회에서는 한반도에 높은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의 중요성과 비교해 미국 측에서 한반도를 담당하는 인적 자원과 전문가는 놀라울 정도로 낮은 실정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미국의 눈은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개입하는 동맹구도에서 미일 관계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문제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미국이 한국을 미국에 그만큼 중요한 대상으로 여기면서 더 많은 주목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이다. 한국이 과학기술에서 중요한 나라로 올라선 뒤에도 아마 오랫동안 한국의 이미지는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나라였다는 이미지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전략의 관점에서 미국은 분명히 북한 핵무기를 지역과 세계에 가장 염려스러운 영향을 주는 요소로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전적으로 합당한 것이지만 북한을 설득해서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 다양한 전략은 분명히 실패했다. 북한과 관련해 핵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비확산을 위한 수많은 대화만 했을 뿐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핵문제만큼 심각한 것이 핵 전문가들이 한국에 대한 구체적이고 폭넓은 배경 지식이 없다는 사실이며, 이런 지식은 통일과 관련해 의미 있는 장기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러니컬한 결과는 한국이 글로벌에서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 전반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뒷방신세라는 점이다. 흥미롭지만 부정적인 점은 서방의 대중은 여전히 두 나라를 혼동하고 있으며, 정책결정과 정치 분야에서 한국이 북한 때문에 상쇄 효과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어린이가 굶주리고 있는 이미지는 정치인들의 인식에서 한국의 기술 노하우의 빛을 바래게 한다. 슬프게도 많은 미국 외교관과 주변 인물들은 한국 문제를 다른 지역의 다른 사안과 비교해 주변적인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중요한 역할은 종종 간과된다.

다시 생각하는 북한 | <1> 3대 세습의 유산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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