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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나?

  • 허완
  • 입력 2015.03.06 08:57
  • 수정 2015.03.06 09:0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화요일 미국 의회에서 논란의 소지가 상당히 높은 연설을 했다. 이란 핵협상이 이스라엘과 서방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말장난과 진부한 표현, 또 이란을 페르시아(이란의 역사적 명칭)라는 언어까지 동원해가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꾸준히 언급해왔던 것처럼 이란이 핵보유 국가가 될 경우의 위험에 대해 열거했다.

네타냐후가 워싱턴에서 이런 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6개국과 이란이 마주 앉은 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에 있었다. ‘P5+1’라고도 불리는 6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을 뜻한다. 이번 회담에선 3월말을 시한으로 두고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단계적으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윤곽을 마련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네타냐후는 미사여구를 동원한 허세, 완벽한 영어, 만화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동원한 연설로 유명하다. 그의 스타일은 흠잡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와는 별개로 연설 내용에서 그의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를 우리는 밝혀보기로 했다.

1.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의 잔혹한 행위에 기여하고 있다.

“이란의 건국 기록은 죽음과 독재와 지하드에 대한 추구로 이뤄져있다. 중동의 국가들이 붕괴되는 사이, 이란은 그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바로 그 공백을 채워가고 있다.

이란이 가자에 주둔한 깡패들, 레바논의 졸병들, 그리고 골란 고원의 혁명군들은 이스라엘에게는 삼 면의 공포 세력으로 느껴진다. 이란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바샤르 알-아사드는 시리아인을 학살하고 있다. 또 시아파 전투 세력도 이런 이란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라크 전역에서 날뛰고 있다.”

이란은 이미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물론 이라크 군도 지원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이 민간인을 겨냥해 극악무도한 폭력을 저질렀다고 국제 인권단체들이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좋든 싫든 바로 이 시아파 전투 세력이 쇠퇴한 이라크군을 도와 IS에 맞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란은 이를 두고 이웃 국가의 혼란을 막고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라크 정부도 이란의 도움이 IS와의 전투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시인한다. 미국도 이라크와 IS의 싸움을 돕고 있는 이란의 이런 행동을 전략적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2.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초래된 수천 명의 희생자는 이란 탓이다.

“이란은 수십 명의 미국인을 테헤란에서 포로로 수감했고 해병대를 비롯한 수백 명의 군인을 베이루트에서 살해했으며 수천 명의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거나 다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미국 당국은 이란이 지난 1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맞서온 반란군을 지원했다고 말한다. 네타냐후의 “수천 명”이라는 표현은 최근 나온 톰 커튼 공화당 상원 의원(아칸소주)의 발언을 모방한 것처럼 들린다. 어떤 근거로 이런 통계가 나왔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넓게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거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에서 약 7000명의 미국 군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다만 그 중 이란이 지원한 세력이 초래한 희생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2010년 당시 이라크에 파견된 미국 대사가 그때까지의 사망자 중 약 4분의 1이 이란 지원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한 기록이 있다.

3. 이란과 IS는 단지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란과 IS는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의 통치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한쪽은 이슬람공화국( Islamic Republic)이라고 자칭하고 있고 다른 쪽은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라고 자칭할 뿐, 두 집단은 모두 중동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극단적인 이슬람제국을 성립하고자 한다. 누가 그 통치자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분쟁이 있을 뿐이다.”

이란과 IS가 의견을 달리 하는 부분은 훨씬, 훨씬 더 많다. 기본적으로 이란의 국교는 시아파 이슬람이다. IS는 시아파 종교인을 배교자로 또 학살의 타깃으로 간주한다. 혁명 이후의 이란 정부는 신정국가와 민주주의(결함 투성인) 선거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반면 IS는 어떤 민주주의 사상도 '일탈'이라고 못 박고 있다.

IS와 이란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문제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 두 집단의 지도자들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같은 종교를 추종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란은 오랜 역사와 다양성, 전통을 자랑하는 8천만 인구의 국가다. 현재 형태의 IS는 2013년에 탄생했으며 수만 명의 전투 세력이 그 주축이라고 미국 CIA는 밝힌 바 있다.

4. 이란은 단기적인 핵 협상이 끝나는 동시에 더 이상의 제한을 받지 않을 거다.

“두 번째 타협안은 이란이 단지 그 협상안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핵폭탄을 보유할 수 있다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왜냐면 약 10년 후엔 이란에 대한 모든 핵 제재가 자동으로 폐지될 테니까 말이다.”

지난 월요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조건 중 하나가 이란이 민감한 핵 활동을 최소 10년간 동결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란은 현재 이 조건을 거부한 상태다. 그러나 나중에 이란에 대한 핵 제한조치가 풀린다고 해도 핵확산금지조약 서명 국가(이스라엘은 서명 국가가 아니다)인 이란은 여전히 국제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물론 이란이 국제 원자력 기구의 제한사항을 어겨서 계속 지적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제지를 받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5. 기존의 타협안대로라면 몇 주 안에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는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란은 19만개의 원심분리기를 보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6000개도 아니고, 심지어 현재 이란이 보유한 1만9000개도 아니라 그 열 배에 달하는, 농축우라늄이 포함된 19만개의 원심분리기 말이다. 이렇게 막대한 양을 보유하게 될 경우,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완전한 핵무기를 위한 연료를 단 몇 주안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난주 내 오랜 친구이자 국무부 장관인 존 케리는 타협안이 종결될 시점에 이란이 그런 원심분리기 개발 능력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글로벌 테러리즘의 최대 지원국인 국가가 국제적 합법성을 내세우면서 완전한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농축우라늄을 몇 주 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미국 백악관은 타협안이 시행될 10년 동안 이란이 핵전력 증강을 위한 개발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식의 타협안에 동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반대로 어떤 타협안이 되더라도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 핵무기를 제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핵물질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거나 핵무기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안보보좌관인 수잔 라이스는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미국 내 친 이스라엘 유대계 로비단체)’ 총회에서 현재 몇 달 내로 추정되는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최소 1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타협안에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지난 월요일에 설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란 핵' 엄살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Did Benjamin Netanyahu Lie To Congress? 5 Fact-Checked Claims From The Speech(영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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