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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백과 천가방, 그 어중간한 사이

최근 '에코백'은 천으로 만든 가방을 통칭하면서 그 범위가 확장됐다. A4 크기의 물건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가방에, 같은 재질로 만든 어깨끈이 붙으면 보통 '에코백'으로 불린다. 두부와 대파를 담는 대신 소설책과 화장품 파우치를 넣지만 '에코백'인 거다. 오죽하면 '에코백'을 사지 않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지금의 에코백은 천가방과 거의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 남현지
  • 입력 2015.03.06 06:09
  • 수정 2015.05.06 14:12
ⓒgettyimageskorea

너도나도 '에코'(환경)를 중요시하는 시대다. 그래서 의식 있는 소비는 유별난 것이 아닌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즘이다.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은 '에코백'을 많이 메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에코백은 '에코'에 '백'(가방)을 더한 이름처럼 환경을 위해 태어난 가방이다. 장점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봉지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에코백은 비닐봉지보다 내구성이 강해야 하므로 보통 천이나 나일론으로 만든다. 이전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플라스틱 장바구니,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애용했다면, 지금의 에코백은 스타일리시한 편에 가깝다.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들고 영화관에 갈 수는 없지만 에코백을 메고 홍대입구역까지 가는 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에코백'은 천으로 만든 가방을 통칭하면서 그 범위가 확장됐다. A4 크기의 물건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가방에, 같은 재질로 만든 어깨끈이 붙으면 보통 '에코백'으로 불린다. 두부와 대파를 담는 대신 소설책과 화장품 파우치를 넣지만 '에코백'인 거다. 오죽하면 '에코백'을 사지 않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지금의 에코백은 천가방과 거의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에코백으로 불리는 가방은 보통 두 가지 경로로 우리 손에 들어온다. 무상 혹은 유상. 무상으로 얻게 되는 천가방은 행사장 사은품으로 혹은 주된 제품을 사면 받는 서비스의 개념이다. 새로운 브랜드 론칭 행사, 상점 개업 때 기념품처럼 나눠주는 걸 받거나 '20만원 구매 시' 에코백 증정 혹은 '9월호 잡지 부록'으로 얼마를 지불하고 덤으로 얻는다. 유상은 가방 자체가 소비의 목적이다. 가격은 브랜드의 기존 가방 제품군보다 저렴하지만 로고는 제대로 박혀 있다. 그래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갖고 싶으나 비싸서 구입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에코백은 하나의 대안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의 에코백(정확한 제품명은 '루머 토트백')은 460달러(약 50만원), 영국 브랜드 마가릿 호웰의 에코백은 45파운드(약 7만5000원), 프랑스 브랜드 아페세(A.P.C.)의 에코백은 150달러(16만3000원), 미국 브랜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캔버스 토트백은 45달러(약 5만원)의 가격에 팔렸다. 간결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내세우며 에코백(이라 불리는 가방)의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에는 이러한 소비 흐름에 딱 맞는 천가방 전문 편집샵도 생겼다. 이름하여 '원모어백'(사진). 국내외 천가방 제작자들의 질 좋은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원모어백 대표 모모미씨는 천가방은 무조건 싸고 단순하게 만든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과 품질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제작자들의 가방을 한데 모았다. 천뿐만이 아니라 알파카와 울 재질로 만든 가방도 있고 아트북과 잡지를 파는 해외 책방(Motto IMA)에서 제작한 캔버스 천가방도 있다. 또한 봉제마을 창신동에서 공정임금을 지키고 쓰레기를 줄이는 제작과정으로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가방을 만나볼 수 있다. 모모미씨는 패션아이템으로서의 천가방이지만, 가격은 에코백이길 원하는 소비자들도 종종 있다며 천가방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데 원모어백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의하는 바다. 천가방 시장이 더 다양해지기 위해서는 '저렴하니까 마구 쓰다 버릴 수 있다'는 생각보다 아끼는 가방이 '하나 더'(One More Bag) 늘었다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한겨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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