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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식민지 조선이 아니다

필경 김기종은 미국을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원흉으로, 미 대사를 미국의 대리인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지금의 미국은 조선을 강제로 병탄한 일제가 아니고, 미국 대사는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아니다. 김기종처럼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지 않고, 자신이 지녀왔던 프레임을 의심하지 않으면 의도가 어떠하건 사회와 역사에 죄를 짓게 된다. 김기종은 자신의 행동을 무슨 의거처럼 여길지 모르고 나중에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고 믿을지 모르지만, 착각이다. 김기종의 범행은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외로운 늑대의 테러로 규정될 것이다.

  • 이태경
  • 입력 2015.03.05 16:08
  • 수정 2015.05.05 14:12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명천지에 발생한 테러 사건은 진정 충격적이다. 테러의 대상과 수법 모든 면에서 그렇다. 테러범 김기종은 대한민국의 최대 맹방인 미국의 대사를 테러의 대상으로 삼았고, 계획 하에 과도로 미 대사를 불시에 습격해 자상을 입혔다. 다행히 미 대사가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테러범 김기종의 범행에 대해 정의하는 건 너무 쉽다. 김기종의 행동은 말 그대로 테러이며, 비난받아 마땅하고, 어떤 명분과 정당성도 없다. 김기종의 범행 이후 김기종의 불행한 삶에 대한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확실히 김기종의 삶은 불우하고 동정받을 여지가 있다. 방향과 목표와 방법을 잘못 설정한 채 운동을 지속하던 그는 고립에 빠졌고, 심신이 황폐해진 듯하다. 특히 2007년 청와대 앞 분신으로 중화상을 입은 이후에는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안타까운 건 삶이 너무 고단했던 김기종이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사실이다. 필경 김기종은 미국을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원흉으로, 미 대사를 미국의 대리인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지금의 미국은 조선을 강제로 병탄한 일제가 아니고, 미국 대사는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아니다. 김기종처럼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지 않고, 자신이 지녀왔던 프레임을 의심하지 않으면 의도가 어떠하건 사회와 역사에 죄를 짓게 된다. 김기종은 자신의 행동을 무슨 의거처럼 여길지 모르고 나중에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고 믿을지 모르지만, 착각이다. 김기종의 범행은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외로운 늑대의 테러로 규정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악과 불의에 분노하던 김기종은 결국 분노에 잡아먹힌 것 같다. 분노를 조절해 건강한 에너지로 치환시키지 못하면 분노에 삼켜지기 쉽다. 정의를 쫓는 이들, 더 좋은 세상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를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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