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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이 무너지는 징후

최근 중앙대가 학사구조 선진화라는 이름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을 발표하여 교내외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학당국의 발표를 보면, 중앙대는 학과를 폐지하여 2016학년도 입시부터 단과대학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1년 반 후 전공을 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의 경우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학과목 운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교수사회의 공론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발표하였고, 학문적인 고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적 대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윤지관
  • 입력 2015.03.05 11:25
  • 수정 2015.05.05 14:12
ⓒShutterstock / Calvste

최근 중앙대가 학사구조 선진화라는 이름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을 발표하여 교내외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학당국의 발표를 보면, 중앙대는 학과를 폐지하여 2016학년도 입시부터 단과대학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1년 반 후 전공을 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입시제도와 학사과정은 변화할 수 있고 또 끊임없는 개혁도 필요하다. 사실 이런 방식의 입시제도는 과거 학부제라는 이름으로 인문계열 사회계열 자연계열 식의 계열별로 모집하던 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앙대의 경우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학과목 운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교수사회의 공론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발표하였고, 학문적인 고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적 대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대학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이런 식의 대학 운영은 이 계획이 선진화라는 이름을 앞세운 기업식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이라는 혐의를 사기에 충분하다.

사실 중앙대는 두산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이후 대학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무리한 학과 통폐합을 선도적으로 강행해왔다. 대학의 분과학문 구조는 오랜 지식의 축적과 전문가 양성 및 숙고된 교과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은 교육 및 학문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고등교육의 이념과 현실에 부응한다. 대학구조의 개편을 이윤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체처럼 마구잡이로 해버리면 교육현장도 망가지고 학문체계도 무너진다.

사실 중앙대의 이번 개편이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려면, 교양과 전공의 비중, 교수진 구성, 학생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분석하고 전문성을 가진 교수진과 협의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고등교육의 체계도 유지되고 학생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대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고, 중앙대 교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학장조차도 발표 하루 전날 알았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단행하였다. 이런 방식의 비교육적인 운영방식 때문에 중앙대는 수년 전에도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라고 항의하는 학생들이 타워크레인 농성을 벌이는 등 심각한 교육현장의 폐해를 초래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중앙대라는 일개 대학의 일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구 감소를 빌미로 현재 교육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구조개혁정책 자체가 이런 식의 마구잡이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각 대학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구조개혁 정책은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는 내버려둔 채 기업체 구조조정 식의 축소지향 방식으로 한국의 고등교육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중앙대는 대기업이 인수한 이후 그야말로 앞장서서 이 방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취업을 중심으로" 대학교육을 개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이런 흐름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중앙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장관은 취업이 중요한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중앙대 당국도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넓힌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교수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교육부나 대학의 할 일이 아니다. 대학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의 만남을 통한 지식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졸속한 정책을 철회하고 대학 주체들과의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교육부는 대학들에 이런 식의 마구잡이 구조개혁을 하게끔 강요하는 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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